제주도 이야기 260

석양에 물든 중문색달해변

2022. 11. 08. 야자수가 즐비해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카페들을 지나 도착한 중문색달해변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에서 가장 청정하다는기다란 해수욕장은 긴 모래해변이라해서 붙여졌다는 진모살이란 옛스런 이름도 제법 잘 어울립니다. 올레길 8코스가 지나는 길이여서 두어번 걸었었던, 걸어도 걸어도 끝없이 지루했던 그 해변 위에서, 천제연폭포와 대포주상절리를 지나 강정포구 위로 떨어지기 시작한 저녁 해를 무심히 바라봅니다. 흙색, 회색, 적색, 백색의 4가지 각기 다른 색의 모래가 한데 섞여 해가 비추는 방향에 따라 해변의 모래 색깔이 달리 보인다해서 지어졌다는 색달해변이라는 예쁜 이름이 새삼 정겹다 생각하면서...... 해넘이 시간은 2~3분에 불과하기에, 석양에 물들기 시작한 하늘과 바다가 환상..

제주도 이야기 2022.11.20

새별오름의 가을을 억새가 뒤덮다

2022. 11. 08. 작년 7월말 새벽, 인적이 전혀없고, 한라산 너머로 여명이 시작될 무렵, 으스스한 기분으로 때 마침 도착한 자동차에서 내린 젊은 커플과 동행해서, 남쪽의 경사는 가파르지만, 짧은 코스를 택해 조심스럽게 새별오름을 올라, 원하던 해돋이는 보지못했지만, 아침노을과 용의 형상을 한 구름이 어찌나 환상적이였던지, 지금 생각해도 흐믓하다. 그런데, 깊을대로 깊어진 가을 오후 새별오름의 너른 주차장에는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고, 빈 주차공간을 찾는 자동차들이 끊임없이 주차장을 배회하고 있었다. 경사가 가파른 남쪽 오름은 줄지어 오르는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반면에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북쪽 오름으로 오르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않았지만, 남쪽에서 올랐던 사람들이 ..

제주도 이야기 2022.11.19

외돌개에서 해넘이 보기

2022. 11. 07. 수년 전 1월 초, 외돌개와 외돌개 오른쪽 해안 사이 협곡으로 해가 넘어가는 장관에 취해 두시간여 동안을 덜덜 떨면서 서 있었던 기억을 되살려 같은 장소를 찾아 해넘이를 기다렸다. 일몰 예정 한시간여 전 부터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 태양을 외돌개와 외돌개 오른쪽 해안 사이의 좁은 협곡사이에서 맞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좁은 협곡을 벗어나 오른쪽 해안 위로 옮겨가고 있었다.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기에, 계절에 따라 태양이 지는 방향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한겨울에 보았던 장소에서 해넘이를 보려던 나의 고루함을 탓해야지,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태양을 돌고있기에 그리 보이는 것을, 내 눈의 중심에 맞춰서 우주가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세상도 ..

제주도 이야기 2022.11.18

황우지선녀탕

2022. 11. 07. 서귀포 칠십리길 서쪽의 끝자락에 황소가 강을 건너는 형상의 해안이라 해서 붙여졌다는 황우지해안이 서귀포항의 새연교 왼쪽에서 시작해서 외돌개까지 이어지고, 올레길 7코스의 일부 이기는 하지만, 황우지해안의 열두굴과 선녀탕은 올레길을 살짝 벗어나 있어, 올레길을 걸을 때는 알지 못했었는데, 올레길을 졸업한 이래로 황우지해안은 서귀포를 지날때 마다 빠짐없이 들르는 나만의 명소가 되었다. 코로나 펜더믹이 시작되기 1년전 추운 겨울날, 선녀탕에서 유유히 수영을 즐기던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황우지선녀탕은 동네 아이들의 놀이장소 였었기에, 겨울에도 볕이 따뜻한 날이면 건강한 아이들이 멱감고 놀았을 모습이 어렵잖게 상상되고, 아마도 그 때 멱감던 사람은 황우지선녀탕에서 어..

제주도 이야기 2022.11.17

늦은 가을 저녁, 운진항에서 해넘이를 만나다

2022. 11. 06.5개월 여만에 다시 찾은 운진항 방조제 산책로. 그때는 우연히 해가 넘어간 뒤, 예쁜 저녁노을에 마음을 빼앗겼었는데, 오늘은 작정하고 찾았던 운진항. 해가 막 넘어갈때 도착했지만, 순식간에 해가 반쯤 수평선 아래에 잠겨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해넘이와 해돋이는 순식간에, 눈 깜짝할 사이에, 찰라에, 부지불식간에 진행된다. 왜일까? 간사한 나의 느낌이 그럴뿐, 태양을 향해, 지구별은 언제나 같은 속도로 자전과 공전을 반복해서, 하루는 24시간으로, 1년은 365일, 혹은 366일로 정해 놓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빠르다 푸념하고, 느리다고 초조해 하는 것이 단지 순간순간의 느낌인 줄 알면서도 입버릇 처럼 시간 탓이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지니 그러리라 생각하면서 봄에 이어 깊어만..

제주도 이야기 2022.11.16

대포주상절리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2022. 11. 05. 마치 두 눈을 부릅뜨고 회색빛 투구를 쓰고 뜨거운 불을 토해내는 거인의 모습으로 가을 저녁을 황홀하게 물들이는, 대포주상절리극장 송악산스크린에서 장엄한 자연의 대 서사시가 막 펼쳐지고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자연현상이 영화처럼 다가오는, 늦은 가을 저녁 대포주상절리에서 송악산의 해넘이를 바라보며, 또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인위적으로 일정기간을 정해서 마감을 하고 결산보고서를 만드는 법인처럼, 삶의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 단 한번만 이라도 삶을 중간 마감 하고 결산보고서를 만들었다면, 삶의 여정이 달라졌을까요? 아쉬웠던 과거로 돌아갈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수 있을까요? 현실을 부정하고, 무언가 적당한 핑계가 지금의 내 삶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 시킬수 있을까요? ..

제주도 이야기 2022.11.15

대포주상절리의 가을

2011. 11. 05. 언제부턴가 주상절리가 바다 건너 철원과 경주에도 있음을 알게되었고, 제주도에도 수월봉과 차귀오름 해안과 중문색달해안 등에도 주상절리가 산재해 있음을 알게 되었기에, 대포항(대포포구) 북쪽에 있는 주상절리를 그냥 주상절리라 명명하지 않고, 특별히 '대포주상절리'라 부르는 것이 마땅하게 이해가 되었고, 주상절리 중에서도 형태와 규모가 으뜸이기에, 오늘같이 찬바람이 강한 늦은 오후에도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듯 합니다. 올레길 8코스가 대포주상절리공원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지니, 낮은 담장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던 대포주상절리(공원)를 지났다는 기억이 새롭지만, 입장료(2,000원)없이 지났다는 기억이외에는 아주 오래전 수차례 왔었던 기억들, 그리고 최근 두어차례 왔었던 기..

제주도 이야기 2022.11.14

약천사의 가을

2022. 11. 05. 엄청난 규모에 놀라고, 30년도 채 되지않은 역사에 놀라게 됩니다. 올레길 7코스가 지나는 길이기에 두번 들렀었고, 여행길에 두어번 찾았었던 약천사는 매번 낯설지는 않았지만, 늘 새롭게만 느껴지는 것은 쉼없이 전통을 쌓아가는 약천사의 일신우일신이 있기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뒤에 풍성한 유도화(협죽도)는 마치 동백꽃을 연상시키에 충분한 꽃송이와 빨간꽃이 계절을 무감각하게 만들고, 상서로운 동물이라는 검은 고양이가 가을 볕에 눈이 부셔 제대로 눈을 뜨지못하고 있지만, 약천사의 또 다른 명물로 거듭나지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창경궁후원의 금손이와 약천사의 검은고양이는 일맥상통하게 사랑과 행운이 함께하는 명물로 기억될듯 싶습니다. 약천사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눈앞에 펼..

제주도 이야기 2022.11.12

표선해안의 낙조(落照)

2022. 11. 04. 몸이 날려갈듯 강력한 바람이 제대로 몸의 중심을 잡고 서 있기가 불편할 정도로, 오늘 바다는 새벽 부터 극성을 부려 마라도에 가려던 일정도 다음주로 미뤄야했는데, 해바라기를 보고 성산쪽으로 가려다가 해넘이를 보고자 잠시 표선해안에 멈춰, 온 몸으로 맞은 해풍은 가히 태풍급 해풍이라고나 할까? 셀카봉을 제대로 붙들고 서 있기 조차 힘들었다. 강풍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구름과, 그리고 해가 한데 어우러져 마치 부분 일식처럼 불금의 낙조를 코믹하게 만들어 해안 끝, 한라산 자락을 막 넘으려는, 벌레가 파 먹는듯한 신비로운 해의 모습에서 만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었다. 이윽고, 강풍에 스러지듯 짧은 찰라에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마라도 대신 표선해안에서 멋진 낙조를 음미하면서 제주..

제주도 이야기 2022.11.12

어느덧 동백의 계절이 제주를 찾아옵니다.

아직도 곳곳에 가을이 남아 있는데 겨울이 성급하게 동백을 앞세워서 다가옵니다. 서귀포시 토평동의 3층 숙소 창가에서 내려다 보이는 정원 숲 속에서 낯익은 빠알간 동백이 방긋 웃고 있습니다. 동백이 핀 제주의 가을은 전혀 이상할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잔뜩 꽃망울이 맺힌 동백나무가 지금 부터 5-6개월 동안 제주를 대표하는 아름다움의 상징이 되겠지요. 숙소 정원에 만족하지 못하고, 인근 조금 규모가 있어보이는, 그러나 텅텅 빈듯한 건물 뒷켠의 돌담을 에워싸고 피기 시작한 동백에 매료되어, 새벽에 내린 비가 종일 꾸물꾸물한 제주도 다운 날씨가 지난주 까지 제주답지 않게 화창했던 2주간의 날씨와 달리, 을씨년스러운 불금에 빠알간 동백과 분홍 동백이 구름에 갇힌 한라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터질듯 부풀어오른 동백..

제주도 이야기 2022.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