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571

비 내리는 월요일, 정평천의 새들은 비를 피하지 않는다

​유난히 차분하게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우산을 들고 정평천 길을 나섰습니다. 토닥토닥 우산 위를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니, 문득 물길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옵니다.​길게 다리를 뻗고 선 왜가리, 새하얀 깃털을 뽐내는 쇠백로, 그리고 바위 위에서 옹기종기 깃털을 고르고 있는 어린 흰뺨검둥오리들까지.​세차게 내리는 비를 피할 생각도 안 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선 모습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조금 짠해집니다.'녀석들, 비를 피할 곳을 찾지 못해 저러고 있는 걸까?'하는 걱정 어린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건 인간의 완벽한 착각이었습니다.​새들에게는 비를 피하지 않는, 아니 피할 필요가 없는 완벽한 이유가 있었습니다.​천연 방수 외투의 힘..

여름 이야기 08:46:52

비워낸 자리에 가득 채워지는 매미의 탄생

장마 뒤끝의 아침 공기는 여전히 묵직하지만, 물기를 머금은 초록은 그 어느 때보다 싱그럽습니다. 매일 걷는 정평천 산책길,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눈길을 사로잡는 작은 흔적이 있습니다.풀잎 하나에 위태롭듯 단단하게 매달려 있는 갈색 껍질. 오랜 시간 어두운 땅속에서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온 매미의 허물입니다.한의학에서는 이 매미 허물을 '선퇴(蟬退)' 혹은 '선의(蟬衣)'라 부른다고 합니다. '매미가 벗어놓고 간 옷'이라는 그 이름이 어찌나 다정하고도 깊은 울림을 주는지요. 등을 미세하게 쪼개고 나와 투명한 날개를 펼치기까지, 녀석이 감내했을 우화(羽化)의 순간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마침 고개를 돌리니, 막 허물을 벗어던지고 곁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참매미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여름 이야기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