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촉촉하게 대지를 적시는 가을비가 백양사의 아침을 조용히 깨웁니다. 남녘의 단풍 명소로 손꼽히는 백양사 쌍계루 앞 연못은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잔잔한 동심원을 그리며 고요한 수묵화 같은 풍경을 자아냅니다. 완연한 붉은빛으로 무르익어가는 애기단풍은 비에 젖어 더욱 선명하고 깊은 색감을 뽐내고, 그 붉은 낙조 같은 자락이 초록빛을 품은 수면에 그윽하게 내려앉았습니다. 아직은 완전한 늦가을의 절정으로 넘어가기 전, 풋풋한 생기와 짙은 붉은빛이 묘하게 어우러진 '설익은 만추'의 매력이 가득한 풍경입니다. 백암산 자락을 포근히 감싼 몽환적인 물안개와 가을비가 건네는 웅크린 찬 공기마저도 이 순간만큼은 마음을 차분히 적시는 따뜻한 위로로 다가옵니다. 빗소리 외에는 모든 것이 멈춘 듯한 고즈넉한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