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9. 29.가을이 깊어가는 길목, 선운사 일주문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예고도 없이 멈춰 섰다. 나를 온통 사로잡은 것은 나지막이 우거진 나무들 아래, 땅 위를 붉은 비단처럼 메운 선운산 생태숲의 꽃무릇이었다.본래의 목적지도 잊게 만든 그 강렬한 붉은 유혹 앞에 기꺼이 빠져들기로 했다. 때마침 하늘은 무척이나 파랗고 높았으며, 나뭇가지 사이로 환하게 내리쬐는 햇살은 꽃무릇 하나하나에 반짝이는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짙은 녹음의 나뭇잎과 푸른 하늘, 그리고 눈이 부실 정도로 선명한 붉은 꽃의 대비는 그 자체로 자연이 만든 완벽한 한 편의 그림이었다.잎이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 평생 서로를 그리워만 한다는 꽃무릇. 그 서글픈 전설이 무색하리만큼, 숲 가득 빽빽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