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도 어느덧 중순으로 접어드는 길목, 세상에 얼굴을 내민 지 어느덧 백 일이 다 되어가는 배롱나무를 만납니다.여름의 뜨거운 볕과 모진 비바람을 다 견뎌내고이제는 쓰러질 법도 한데, 마치 몸 안의 모든 생명력을 쥐어짜 내는 명현 현상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소나무의 깊고 푸른 기상 사이로 흐린 하늘조차 환하게 밝히는 진분홍과 붉은 보랏빛 꽃송이들.한 번에 쏟아지고 지는 것이 아니라, 피고 지기를 거듭하며 지켜낸 백일의 시간 끝에 이토록 눈부신 절정을 보여줍니다.지나가는 계절을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 초가을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배롱나무가 건네는 붉은 온기가 마음속 깊은 곳까지 따스하게 스며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