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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 배롱나무의 찬란한 명현(瞑眩)

​9월도 어느덧 중순으로 접어드는 길목, 세상에 얼굴을 내민 지 어느덧 백 일이 다 되어가는 배롱나무를 만납니다.​여름의 뜨거운 볕과 모진 비바람을 다 견뎌내고이제는 쓰러질 법도 한데, 마치 몸 안의 모든 생명력을 쥐어짜 내는 명현 현상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소나무의 깊고 푸른 기상 사이로 흐린 하늘조차 환하게 밝히는 진분홍과 붉은 보랏빛 꽃송이들.한 번에 쏟아지고 지는 것이 아니라, 피고 지기를 거듭하며 지켜낸 백일의 시간 끝에 이토록 눈부신 절정을 보여줍니다.​지나가는 계절을 아쉬워할 겨를도 없이, 초가을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배롱나무가 건네는 붉은 온기가 마음속 깊은 곳까지 따스하게 스며듭니다.

가을 이야기 13:36:48

​털여뀌, 가을이 늘어뜨린 붉은 신호탄

2026. 09. 04.​초가을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기 시작하면, 전주수목원의 길목은 붉은 이삭으로 가득 물들어갑니다. 하늘을 향해 당당히 고개를 들다가도 끝내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꽃, 바로 털여뀌입니다.​여뀌과의 한해살이풀인 털여뀌는 이름 그대로 줄기와 잎 전체에 뽀얗고 고운 털이 빼곡하게 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키가 사람 몸집만큼이나 큼직하게 자라나 ‘대여뀌’라는 정겨운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짙은 초록색 넓은 잎 사이로 길게 늘어진 붉은 꽃이삭은 햇살을 머금었을 때 더욱 화사하고 강렬한 빛깔을 발합니다.​한 알 한 알 조밀하게 모여 피어난 작은 꽃송이들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보입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늘어진 붉은 타래를 보고 있으면, 여름내 품었던 뜨거운 기..

여행 이야기 11:2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