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깊어가는 길목, 숲길 한켠이 온통 붉은 양단 자락을 깔아놓은 듯 화려하게 물들었습니다. 바로 절정을 맞아 일제히 봉오리를 터뜨린 꽃무릇(석산)입니다.잎 하나 없이 오직 곧은 꽃대 하나로 올라와, 길게 뻗은 수술을 마치 춤추는 무희의 속눈썹처럼 휘어 늘어뜨린 모습이 참으로 고혹적입니다.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평생 만나지 못하는 잎과 꽃의 운명 때문일까요? 그 붉은빛이 더욱 아련하고도 강렬하게 다가옵니다.나무 그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 피어난 꽃무릇 단지는 마치 가을 숲 속에서 펼쳐지는 작은 불꽃놀이 같습니다. 녹음이 짙은 나무들과 대비를 이루며 피어난 모습은 바라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가을이 전해주는 가장 뜨겁고 화려한 선물, 꽃무릇.그 선명한 붉은빛 기운을 마음 가득 담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