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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산 생태숲 꽃무릇

2026. 09. 29.가을이 깊어가는 길목, 선운사 일주문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예고도 없이 멈춰 섰다. 나를 온통 사로잡은 것은 나지막이 우거진 나무들 아래, 땅 위를 붉은 비단처럼 메운 선운산 생태숲의 꽃무릇이었다.​본래의 목적지도 잊게 만든 그 강렬한 붉은 유혹 앞에 기꺼이 빠져들기로 했다. 때마침 하늘은 무척이나 파랗고 높았으며, 나뭇가지 사이로 환하게 내리쬐는 햇살은 꽃무릇 하나하나에 반짝이는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짙은 녹음의 나뭇잎과 푸른 하늘, 그리고 눈이 부실 정도로 선명한 붉은 꽃의 대비는 그 자체로 자연이 만든 완벽한 한 편의 그림이었다.​잎이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 평생 서로를 그리워만 한다는 꽃무릇. 그 서글픈 전설이 무색하리만큼, 숲 가득 빽빽하게..

여행 이야기 2026.09.29

​수줍은 물듦

푸르던 날의 기억을 가만히 내려놓고동백은 조용히 가을을 품었습니다. 어느 날 고개 들어 바라본 발밑,불꽃처럼 터져 나온 꽃무릇의 붉은 향연. 그 뜨거운 시선이 너무 매혹적이어서일까,아니면 마주친 눈빛이 너무 수줍어서일까. 단단하던 단단함도, 푸르던 마음도어느새 발그레 도통하게 달아오릅니다. 너의 붉음에 취해나도 따라 붉어지는 계절, 선운사 나뭇가지 끝엔남몰래 가슴 졸인 어여쁜 고백 하나가발갛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여행 이야기 2026.09.29

산사의 가을을 물들이는 붉은 결실, 봉정사의 산사나무

​가을 정취가 점점 깊어가면 산사에는 나무마다 고유의 빛깔로 계절의 변화를 써 내려갑니다. 그중에서도 봉정사 언덕을 환하게 밝히는 산사나무는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가을의 주인공입니다.​초가을 아침, 촉촉한 이슬을 머금은 산사나무 가지 끝마다 오밀조밀 모여 박힌 붉은 열매들이 탐스럽게 빛을 발합니다. 초록빛 가득하던 잎사귀 사이로 흐드러지게 붉은 결실을 맺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여름내 품어온 산사의 햇살과 바람이 이 작은 열매 속에 다 담긴 듯합니다.​예로부터 ‘아가위’라 불리던 산사나무 열매는 겉모습만큼이나 쓰임새도 참 다채롭습니다.입에 쏙 넣으면 특유의 텁텁함과 시큼함이 먼저 느껴지지만, 말려서 따뜻한 차로 우려내거나 정성스레 술을 담그면 그 그윽한 향과 풍미가 기품 있게 살아납니다. 생과의 다듬어지..

여행 이야기 202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