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소란스러움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정원의 언덕. 하얗고 순박했던 구절초 언덕 아래, 백일홍들이 비로소 저마다의 빛깔을 또렷이 드러내며 산자락 밑 꽃밭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붉고, 노랗고, 분홍빛으로 잇대어진 꽃들의 이랑을 따라 걸음을 옮깁니다.누군가의 분주한 시선이 떠나간 정막 속에서도 백일홍은 묵묵히 제 피어남을 다하며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빛나고 있습니다. 살아가며 나도 모르게 가슴 한구석에 쌓였던 작고 가느다란 상처들이, 이 찬란한 꽃물결 앞에서 다정하게 쓰다듬어지는 기분입니다.웅장한 산세와 푸른 하늘, 그리고 바위 절벽이 둘러싼 이 호젓한 공간에서 꽃들이 전하는 침묵의 언어가 지친 마음에 나지막한 위로를 건네옵니다. 비워진 자리를 채우는 백일홍의 고요한 미소처럼,오늘 이 길에서 마주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