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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이 건넨 조용한 위로

축제의 소란스러움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정원의 언덕. 하얗고 순박했던 구절초 언덕 아래, 백일홍들이 비로소 저마다의 빛깔을 또렷이 드러내며 산자락 밑 꽃밭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붉고, 노랗고, 분홍빛으로 잇대어진 꽃들의 이랑을 따라 걸음을 옮깁니다.누군가의 분주한 시선이 떠나간 정막 속에서도 백일홍은 묵묵히 제 피어남을 다하며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빛나고 있습니다. 살아가며 나도 모르게 가슴 한구석에 쌓였던 작고 가느다란 상처들이, 이 찬란한 꽃물결 앞에서 다정하게 쓰다듬어지는 기분입니다.웅장한 산세와 푸른 하늘, 그리고 바위 절벽이 둘러싼 이 호젓한 공간에서 꽃들이 전하는 침묵의 언어가 지친 마음에 나지막한 위로를 건네옵니다. 비워진 자리를 채우는 백일홍의 고요한 미소처럼,오늘 이 길에서 마주한..

여행 이야기 04:07:06

​산골짜기에 뜨는 상현달

해 저무는 가을 산골, 푸른 하늘 끝자락에수줍게 고개 밀어 올린 은은한 달 하나.산등성이에 노을빛 주황색 물드는 동안차분하게 제 자리를 지키며 서 있습니다.갈색빛 단풍 옷을 입은 저 산 너머로반달을 지나 두툼하게 차오르는 달.바쁘게 흘러가던 세상의 시간도이곳에선 천천히 멈추어 섭니다.조금씩 시선을 끌어당겨 바라보면낮 빛이 채 거두어지지 않은 하늘 속 표정.어스름이 살포시 내려앉을수록달의 결이 더욱더 그윽하게 살아납니다.가까이 렌즈를 밀어 넣은 정성의 순간,표면의 굴곡과 달의 바다가 손에 잡힐 듯살포시 드러내는 우주의 오묘한 숨결,낮과 밤이 만나는 길목에서 마주합니다.통통하게 부풀어 오르는 풍성한 몸체,수줍은 듯 그윽한 미소를 건네는 모습.저물어가는 하루의 여백 위로은은한 달빛이 고스란히 스며듭니다.가을바..

여행 이야기 2026.10.22

​빗속의 자홍구절초

​가을비 촉촉이 내리는 아침,알알이 맺힌 물방울 아래수줍게 고개 든 자홍빛 얼굴. https://youtu.be/7fujFtQv5Qk?si=XD2IgnCXgwjWtgqB​아직 다 펼치지 못한 봉오리마다가을의 속삭임 가득 안고,비에 젖어 더욱 짙어진 고운 빛깔로반가운 인사를 건네어 준다. ​남들보다 한 걸음 먼저 찾아와빗길을 환하게 밝혀주니,그 조용한 다정함에마음마저 촉촉이 물들어 간다.https://youtu.be/FFKBjUAeEE0?si=4N3FnqU48YnSRzng

여행 이야기 202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