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대포주상절리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Chipmunk1 2022. 11. 15. 02:47

2022. 11. 05.

마치 두 눈을 부릅뜨고 회색빛 투구를 쓰고 뜨거운 불을 토해내는 거인의 모습으로 가을 저녁을 황홀하게 물들이는, 대포주상절리극장 송악산스크린에서 장엄한 자연의 대 서사시가 막 펼쳐지고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자연현상이 영화처럼 다가오는, 늦은 가을 저녁 대포주상절리에서 송악산의 해넘이를 바라보며, 또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인위적으로 일정기간을 정해서 마감을 하고 결산보고서를 만드는 법인처럼, 삶의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 단 한번만 이라도 삶을 중간 마감 하고 결산보고서를 만들었다면, 삶의 여정이 달라졌을까요?

아쉬웠던 과거로 돌아갈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수 있을까요?

현실을 부정하고, 무언가 적당한 핑계가 지금의 내 삶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 시킬수 있을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깨어있는 내내 이어지지만, 단 한번이라도 스스로 명쾌한 답을 얻었던 적이 있었나요?

분명한 것은, 살면 살수록 내 의지대로 이룰수 있는 뭔가가 점점 줄어든다는 당혹스러움과 내 생각과 세상의 현상 사이에는 점점 괴리가 심해져가고 있다는 현실 속에서 마음 먹은대로 안되는 일들은 점점 늘어나니 욕구불만은 날이 갈수록 쌓여가고, 주변에서는 나이 들면서 사람이 이상하게 변해간다는 위로 아닌 핀잔이 만연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삶의 종착역 까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긴 여정이 남아있다는 냉혹한 현실에 망연자실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듯 합니다.

아무런 희망과 기대가 없는 삶이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아무리 생각을 모아봐도 만족할만한 결론을 얻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삶의 여정이 계속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희망과 기대가 남아있기 때문이고, 모진 풍파를 겪고 하루를 마감하기 위해 송악산을 넘는 저 태양이 또 다시 떠 오르는 아침이 오면, 새로운 기대 속에서 또 다른 희망을 갖게되고, 가끔은 기대하지 않았던 행복도 찾아오는 작은 기적 속에서 삶의 여정을 이어갈 이유를 찾으면서 뚜벅뚜벅 종착역을 향해 걷는것이 삶의 또다른 묘미가 아닐까 하는 작은 마음의 문을 활짝열고, 가을과 겨울의 중간에 서서 대포주상절리의 멋진 석양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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