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377

휴애리의 겨울풍경

2024. 12. 16.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동로 256에 소재한 휴애리의 공식 명칭은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이지만, 보통은 휴애리라 불립니다.봄에는 유채꽃, 여름엔 수국, 가을엔 핑크뮬리, 그리고 겨울엔 동백꽃이 아름다운 사랑과 휴식이 함께 한다는 휴애리에는 유채꽃과 수국과 동백에 가려진, 서향과 꽃양배추, 란타나까지 계절마다 다양한 꽃들이 반겨주는 마치 지상의 낙원 같은 곳이 아닌가 싶기에, 금년에도 1월, 3월, 6월에 이어 네 번째 방문합니다.지난달 말 내장사 관음전 앞에 피어있던 서향이 생각나서 혹시나, 초입의 연못 주변에 서향이 폈을까 살짝 기대했지만, 아직 서향은 필 생각도 않는 듯, 씩씩하게 동백꽃길이 반겨주는 언덕으로 올라갑니다.길 양쪽에 도열한 웅장한 동백나무에는 빨간 동백꽃이 어서 오..

여행 이야기 09:02:37

설국(雪國) 한라산의 영실탐방로와 윗세오름의 겨울풍경

2024. 12. 16.기억 속의 경험에 의해 별 의심도 없이 해발 1,280 미터 지점에서부터 시작되는 영실탐방로까지 자동차가 진입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메인 주차장까지만 제설작업이 된 까닭에 자동차는 메인 주차장에 주차하고, 계획에도 없이 삼십 분 이상을 오르막 눈길을 걸어야 했기에, 모든 일정이 한 시간 정도 뒤로 미루어야 함에 소위 ‘악마는 사소한 작은 부분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속담이 떠올랐네요.출발 전이나 전날 미리 확인을 했더라면, 일정에 반영을 하고, 당황하지 않았을걸, 작년에도 1,280 고지까지 자동차가 갔었기에 올해도 그럴 것이라는 예측에 오류가 생긴 거지요.70-80년대, 중국에 진출하려는 서방의 기업들이 모든 계약을 마치고, 공장을 건..

여행 이야기 2024.12.21

새연교/새섬의 겨울밤 풍경

2024. 12. 15.새연교 위에서 서귀포를 바라보며, 강풍에 몸이 날아갈 듯 두 다리에 잔뜩 힘을 주고 버티고 서있는 나그네의 모습에서, 마치 작금의 풍전등화 같은 세상을 보는 듯하여 한층 더 춥고 쓸쓸하기만 합니다.겨울의 새연교는 힘이 없어 날고 싶어도 날지 못하고 추락해 거의 숨만 붙어있는 커다란 새와 같이 눈만 껌뻑이다가 입만 열면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천하에 몹쓸 사악한 인간말종의 모습처럼 처량해 보입니다.겨울밤의 새연교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채로 아무런 반성도 없이 아직 까지 제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고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고 믿고 싶은 사악한 모지리가 되지도 않는 온갖 권모술수를 부려대는 꼬락서니가 보기 싫어 차라리 두 눈만 깜빡이고 있습니다.새섬 가장 높은 곳에서 새연교를 한..

여행 이야기 2024.12.20

한라수목원의 겨울풍경

2024. 12. 15.임업시험연구실 건물 뒤에 소박하게 숨어 핀 한라수목원의 동백꽃이 이번 겨울에도 내가 바로 아기동백꽃이라고 직박구리와 수다스럽게 재잘거리고 있습니다.화목원에도 동백꽃이 수목원을 환하게 밝혀줍니다.요란하게 꾸밀 줄도 모르는 한라수목원의 청초한 동백꽃이 고고한 자태로 봄 같은 겨울 속에서 활짝 웃으며, 나그네의 온갖 시름과 걱정을 잠시 녹여줍니다.화목원의 하얀 왜동백나무에도 하얀 꽃이 수수하게 매달려 있습니다.개나리도 봄인양 노란 꽃을 활짝 피우니, 아마도 한라수목원은 봄 맞을 채비가 한창인 듯 합니다.삼지닥나무도 꽃망울이 터질 듯 말 듯, 봄이 머지않았다고, 희망의 봄이 곧 찾아온다고, 아직은 혼란스러운 사바세계도 곧 봄날이 찾아올 거라고 응원해 줍니다.아기사슴 밤비는 아니지만, 하얀..

여행 이야기 2024.12.18

제주로 가는 길

2024. 12. 15.반복되길 원치 않는 혼란스러웠던 시간들로 말미암아, 겨울 여행을 가야 되나 접어야 되나 고민스러웠던 열흘 남짓한 기간이 나그네에게는 내심 갈등과 혼돈의 시간이었습니다.완전하지 않은 채로, 일단은 안심하고 어느 정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아직 완벽하다 하기엔 이른, 넘어야 할 큰 산들이 앞에 놓인 불안한 심정이 채 가시지 않은 채로......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여 준비해 온 제주로의 겨울 여행을 시작하기 위하여 갑자기 몰려온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설렘을 앉고 겹겹이 껴입은 익숙하지 않은 아둔해진 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했습니다.탑승구가 변경되었다는 안내를 받고, 1층으로 내려가 버스를 타고 드디어 비행기에 올라 선명하게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김포 상공을 날아올라 ..

여행 이야기 2024.12.17

우화정의 십이월 아침풍경

2024. 12. 05.신선폭포에서 바라보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우화정의 현실감 없어 보이는 경이로운 풍경이 삶에 찌들어 힘들고 아파하는 지친 영혼을 포근히 보듬어 위로하고 치유해 줍니다.포근하고 아늑한 어머니의 품과 같은 우화정에서 겨울이 성큼 다가온 십이월의 해돋이를 맞으면서, 믿기지 않는 끔찍했던 악몽에서 벗어나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신세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해님께 피그말리온의 간절함으로 작지만 소중한 소망을 간구해 봅니다.최근 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는 고풍스럽고 고즈넉한 내장산의 랜드마크 우화정을 보면서 살기 좋은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민초들의 열망이 활짝 꽃 피울 그날을 기다립니다.

여행 이야기 2024.12.15

설중(雪中) 호랑가시나무

2024. 12. 08.파릇파릇하던 열매가 빨갛게 물들고 하얀 눈이 내려 쌓이니, 드디어 산사에도 성탄을 맞을 만반의 준비가 끝난 듯 보입니다.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시키는 백양사의 호랑가시나무 위에 눈이 내려 쌓이고, 사랑이 가득 담긴 빨간 열매가 하얀 눈과 어울려 성탄의 분위기를 신비롭게 그려냅니다.지금 이 땅에서는 진심으로 행복한 성탄을 맞을 준비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오리무중의 칠흑같이 어두웠던 황당무계한 공포와 놀람의 변수들을 하나씩 하나씩 제거하고, 밝고 환한 상수의 평범한 일상으로 회귀하여, 만민이 모두 행복한 성탄을 맞기를 학수고대합니다조속히 선량한 중생들의 아픈 상처가 잘 아물고 치유되어, 부디 행복한 성탄의 축복 메시지가 이 땅에도 은혜롭게 울려 퍼지기를 피그말리온의 정성을 빌어 다시 한..

여행 이야기 2024.12.14

내장산 단풍고개

2024. 11.20/11.29.내장산에서 순창군 복흥면으로 가기 위해서는 추령길의 내장산 단풍고개를 넘어야 합니다.약 50년 전까지만 해도 복흥면 사람들은 지게를 지고 이 고개를 종일 걸어서 넘나들며 정읍으로 장을 보러 다녔다고 합니다.지금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가 생기고, 단풍고개라 이름 지어 복흥에서 정읍까지 30분 남짓 자동차로 다닐 수 있습니다.내장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단풍고개는 단풍철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내장산국립공원을 벗어나 내장산의 단풍을 구경하기에 한적하고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그리고, 첫눈이 폭설처럼 찾아오는 만추에는, 단풍과 눈이 하모니를 이루어 멋진 가을과 겨울을 음미할 수 있는 내장산의 단풍고개는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단풍의 숨은 맛집이 아닌가 싶..

여행 이야기 2024.12.13

백양사의 설중국(雪中菊)

2024. 12. 08.무방비 상태로, 간밤에 내린 눈을 그대로 뒤집어쓰고 힘겨워하는 애처로운 국화의 모습에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뒤통수를 얻어맞고 아직 까지도 휘청거리고 있는 나의 자화상을 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추운 겨울일지라도 태양이 반나절만 비치면 눈이 금방 녹아내리듯이, 이제 머잖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평온한 일상을 다시 찾게 되리라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바람직한 함성이 사방에서 우후죽순 들불처럼 번지고, 혼돈의 시간이 끝을 보이고 있음에 큰 위안을 삼습니다.

여행 이야기 2024.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