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401

꽃샘추위 피하려다, 한파와 조우하다

2025. 03. 16.꽃샘추위를 예견하고, 달포 전에 여행일정을 세웠던 건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꽃샘추위가 시작되는 날, 김포공항을 출발했다.그렇지만, 아무리 춥더라도 제주도는 봄날 같을 거라 안일하게 생각하고, 겨울옷이라고는 달랑 기모난방 하나, 나머지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벼운 봄 옷들로 챙겨 넣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소심함이 최소한의 방한용품은 챙겨 올 수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했다.3년 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500 ㎍/㎥(마이크로그램 퍼 세제곱미터)를 오르락내리락하는 통에, 급하게 제주에 왔던 2022년 3월 31일, 제주도는 미세먼지 지수가 1,200 ㎍/㎥를 초과하여 잠을 자면서 마스크를 해야 했던 웃픈 추억을, 이번에는 꽃샘추위가 대신할 수도 있겠다는 ..

여행 이야기 2025.03.18

전주수목원의 봄(4)-복수초

2025. 03. 11.봄의 전령사라 불리는 봄꽃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인 복수초(福壽草)는 봄의 전령사 중 으뜸이 아닌가 싶습니다.아홉 시에 개장하는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 들어서자마자, 예년보다 보름 이상 늦게 온 봄이 열이틀 전 딱 한송이 보여줬던 진입로 초입의 복수초 군락을 매의 눈으로 구석구석 살펴보니, 기대한 만큼은 아니지만, 복수초 서너 송이가 띄엄띄엄 피는 중인지 지는 중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로 눈에 들어옵니다.어느새 복수초가 폈다 졌나 하는 아쉬움을 안고, 더 이상 복수초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수목원 안으로 들어갑니다.겨우내 즐겨 입던 기모 남방과 봄 조끼가 덥게 느껴질 정도로 따사롭다 못해 더운 느낌의 20도를 육박하는 듯 느껴지는 체감온도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듯한 화창..

여행 이야기 2025.03.17

전주수목원의 봄(3)-영춘화

2025. 03. 11.봄의 전령사답게 봄을 환영한다는 영춘화(迎春花)가 이번 봄에는 2월에 피었던 작년보다는 보름 정도 늦게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내 남부수종원 중앙에 마치 멀리서 보면 개나리꽃 인양 착각이 들 정도로 환하게 수목원을 밝혀줍니다.그러나, 개나리꽃은 길쭉하고 샛노란 꽃잎 4장이 수줍게 오므리고 있어, 보통은 6장의 짧고 옅은 노란색 꽃잎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활짝 펼치고 있는 영춘화와 구별되고, 또한, 개나리꽃은 꽃대가 영춘화 보다 훨씬 짧으며, 영춘화가 떨어지고 잎이 무성해질 무렵인 4월 말 경에 만개하기에, 영춘화와 개나리꽃은 비슷해 보여도 완전히 다른 꽃입니다.작년 2월에는 남부수종원뿐만 아니라, 유리온실 진입로와 수생식물원 주변에서 환하게 만개한 영춘화가 반겨주었지만, 이번 봄..

여행 이야기 2025.03.16

전주수목원의 봄(2)-설강화

2025. 03. 11.희망(希望)과 위안(慰安)이라는 꽃말의 설강화(雪降化, Snowdrop)가 이번 봄에 유독 그리운 까닭은, 맑은 하늘에 날벼락같은 하룻밤의 비뚤어진 얼치기의 황당한 치기 어린 망동으로 인하여, 혼돈(混沌, 渾沌, Chaos) 속에 간신히 정신줄을 붙들고, 겨우 겨우 숨 쉬고 있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일상이 하루속히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는 멍든 가슴속에 간절함이 한가득 차있기 때문이겠지요.작년 보다 보름 이상 늦게 찾아온 설강화가 새봄에 대한 희망과 위안이 더디게 우리 곁에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엄습하기도 했지만, 작년과 같은 날에 찾았던 설강화 군락지가 실망스럽게 텅 비어있었음에 올봄에는 희망과 위안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삼월 중순이 시작되던 날, 조금 서둘렀던 ..

여행 이야기 2025.03.15

전주수목원의 봄(1)-풍년화

2025. 03. 11.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동편 약초원과 공사 중인 생태체험관 사이에 멀리서도 감지되는 풍년화가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열이틀 전 멀리서는 알아보기 힘들었던 노란색 풍년화(베르날리스)와 붉은색 풍년화(비목눔 풀리케리다운)가 저주와 악령이라는 섬뜩한 꽃말과는 어울리지 않게, 흡사 아리따운 무희들의 춤사위가 돋보이는, 주변의 공사로 다소 어수선한 가운데에서도 수목원의 무도회장 같은 분위기에 빠져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봄을 만끽합니다.베르날리스풍년화풍년화'비목눔 풀리케리다운'

여행 이야기 2025.03.14

봄이 무르익어가는 담양의 소쇄원(瀟灑園)

2025. 03. 10. 소쇄원의 랜드마크 광풍각(光風閣) 기와지붕 너머 노랗게 변신하기 시작한 산수유나무 가까이 다가서서 봄의 소리를 들으려 귀를 쫑긋 기울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노란 산수유 나뭇가지 끝에서 톡톡 꽃봉오리 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싶니다.광풍각 뒤 제월당(霽月堂) 마당의 왼쪽 산수유는 노란 봄의 화신으로 변신 중이고, 오른쪽 홍매는 언제 피어도 결코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꽃몽오리가 곧 터질 듯 잔뜩 부풀어 있습니다.계곡 너머 광풍각을 흠모하며 꽃을 피워내는 길마가지나무에는 어느새 앙증맞게 파리한 열매가 붉은빛을 띠며 익어가기 시작합니다.개나리꽃 보다도 작은 꽃 두 송이가 마치 샴쌍둥이 인양 옆구리를 맞대고 피었다가, 봄바람에 가냘픈 꽃이 떨어진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길쭉한 열매가 하트..

여행 이야기 2025.03.13

용궐산하늘길 늦잠꾸러기 봄

2025. 03. 10.저 문을 통과하면 입신양명 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친 황하를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처럼 새롭게 펼쳐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삶에 대한 소중한 소망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오롯이 가슴에 품고 따스한 봄볕을 아래 트레킹을 시작합니다.작년 2월 말에는 일찍 찾아온 봄 덕분에 용궐산하늘길 시작 전, 경사진 둔턱 아래 만첩흰매실 꽃이 만발해서 용궐산하늘길 등용문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로 꽃과 벌과 나비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다가, 정작 용궐산하늘길 트레킹은 시작도 못해보고 꽃밭 속에서 바라만 보다 왔었는데...... 이번봄은 지난겨울의 헤어나기 힘든 충격 속에서 유독 더디게 시작되는 것 같아, 최대한 늦춰서 잡은 봄 여행 일정 중 가장 늦은 날에 용궐산하늘길의 만첩흰매실 꽃을 ..

여행 이야기 2025.03.12

내장사의 봄은 관음전 앞뜰 서향으로부터 오나 보다

2025. 03. 09.열흘 전만 해도 눈이 가득 쌓여있던 내장사 천왕문과 정혜루 사이의 작은 연못 둘레길은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겨울의 흔적을 말끔히 지운 채로 봄을 맞습니다.가림막 안에서 크레인이 바삐 움직이고, 쇠망치 소리가 경내를 울리던 열흘 전과는 완전 다른 모습의 대웅전 공사 현장은 석가래와 통나무 기둥을 내리고 있는 대형트럭을 보고 있노라니, 내장사 경내에서도 살짝 봄이 느껴집니다.그러나, 진정한 내장사의 봄은 하얀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얼음 알갱이에 덮여있는, 곧 터뜨릴 것 같은 서향(천리향)의 붉은 꽃망울에 안착해 있습니다.머잖아 석가래가 올라갈 대웅전이 웅장하게 내장사 경내의 중심이 될 즈음 중생들은 서향의 향기에 취할 듯합니다.내장사를 나와 내장산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서 봄을..

여행 이야기 2025.03.11

봄날 아침 우화정(羽化亭)

2025. 03. 09.산속의 아침은 느지막이 여명이 내려오고, 순간적인 어둠을 극복하려 해가 산등성이를 넘어오면서 시작됩니다.어느새 봄을 한껏 품어버린 내장산 우화정의 아침도 그렇게 열리고 있습니다.어둠을 밝히는 아침해가 떠오르고 나면, 환한 아침볕이 부끄러워 우화정은 물안개에 몸을 가리려 하지만, 봄비 뒤에 기온이 오르기 시작해서 큰 일교차가 남에도 불구하고, 무슨 말 못 할 사연이 숨어있는지, 옅은 물안개가 힘없이 우화정 곁을 무심하게 스쳐 지나갑니다.아직은 영하의 날씨에 여명이 채 가시지 않은 산속의 새벽부터 아침 해돋이 직전을 지나 찬연한 햇살 아래 물안개가 피어나는, 그리고, 봄이 막 시작된 우화정을 몇 바퀴를 돌고 돌면서 엉망진창이 되어버려 한 치 앞조차 내다볼 수 없는 자욱한 물안개에 가..

여행 이야기 2025.03.10

담양 죽녹원에 찾아온 봄

2025. 03. 08.사철 푸르름을 간직한 죽녹원(竹祿苑)에도 어느덧 봄이 온 듯합니다.산소 발생량이 높아 바깥 기온과는 4~7도, 겨울에는 높고, 여름에는 낮은 죽림원 에서의 죽림욕은 온몸에 좋은 기운을 한껏 불어넣는 음이온이 혈액을 맑게 해 주고, 저항력도 증가시키며, 자율신경계를 인체에 유익하게 조절해 줄 뿐만 아니라, 공기정화력도 탁월하고 살균력도 아주 탁월하다고 합니다. 물론 음이온은 대나무숲뿐 아니라, 일반숲에서도 많이 발생되는데, 특히 물과 나무가 만나면 음이온이 보통 숲보다 10배나 더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죽녹원의 대나무숲 대부분은 이름에 걸맞게 땅에는 차나무가 죽녹원의 푸르름을 더해주고 있습니다.대나무숲에서 대이슬을 맞고 자란 부드러운 찻잎으로 만든 죽로차는 어느새 담양의 특산품으로 ..

여행 이야기 2025.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