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26

서귀포항 해돋이

2025. 03. 18.시커먼 구름을 헤치고 맑은 해가 떠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으려나 하는 설렘을 안고, 지난밤 저녁식사 후 예기치 못했던 꽃샘추위로 잔뜩 웅크렸던 몸을 녹이려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가득 담긴 커다란 종이컵 용기를 두 손으로 감 싸들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한 모금 한 모금 남김없이 모두 마셔버린 탓인지, 밤새 뒤척이며 잠못이루다, 재작년 11월 1일 새벽녘, 공사 중이던 방파제 이끼 낀 바위에 미끄러져 거꾸로 차가운 바다에 쳐 박혔던,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그 자리에 조심조심 다시 서서 무념무상 해돋이 일기예보 시간에 맞춰 쌀쌀한 보목포구와 소낭머리 전망대와 섶섬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한라산 자락 동쪽 서귀포 바다를 미동도 없이 바라봅니다.간간이 불어오는 강풍에 부딪치는 파도소리에 ..

제주도 이야기 2025.03.28

소낭머리의 아침 해돋이

2025. 03. 17.언제부턴가 으레 제주에 오면 서귀포에 여장을 풀고, 아침에 눈을 뜨면, 비나 눈이 내리지 않는 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원혼들이 아직도 떠돌고 있을 법한, 43 유적지 소낭머리(혹은 소남머리)로 나갑니다.혹시나 해돋이를 볼 수도 있겠다 싶은 기대 보다도, 소낭머리 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보목포구와 섶섬이 그립기도 하고, 혹여 아침햇볕이 살짝 비추는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온통 신경을 하늘과 바다에 집중하게 됩니다.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가 온몸을 꼭꼭 싸매게 했지만, 어슴프레 여명이 밝아오는 소낭머리 전망대에서 모든 걸 잊은 채로 무념무상의 시간을 보냅니다. 극심하게 소용돌이치는 사바세계처럼 보목포구 하늘에는 먹구름과 아침해가 한바탕 결전을 벌이는가 싶더니, 아침해가 먹구름 틈바..

제주도 이야기 2025.03.20

봄날 아침 우화정(羽化亭)

2025. 03. 09.산속의 아침은 느지막이 여명이 내려오고, 순간적인 어둠을 극복하려 해가 산등성이를 넘어오면서 시작됩니다.어느새 봄을 한껏 품어버린 내장산 우화정의 아침도 그렇게 열리고 있습니다.어둠을 밝히는 아침해가 떠오르고 나면, 환한 아침볕이 부끄러워 우화정은 물안개에 몸을 가리려 하지만, 봄비 뒤에 기온이 오르기 시작해서 큰 일교차가 남에도 불구하고, 무슨 말 못 할 사연이 숨어있는지, 옅은 물안개가 힘없이 우화정 곁을 무심하게 스쳐 지나갑니다.아직은 영하의 날씨에 여명이 채 가시지 않은 산속의 새벽부터 아침 해돋이 직전을 지나 찬연한 햇살 아래 물안개가 피어나는, 그리고, 봄이 막 시작된 우화정을 몇 바퀴를 돌고 돌면서 엉망진창이 되어버려 한 치 앞조차 내다볼 수 없는 자욱한 물안개에 가..

여행 이야기 2025.03.10

안동댐 해돋이

2025. 02.15.안동댐 교각 위로 빼꼼하게 얼굴을 내미는 아침해가 희망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교각 사이를 빠져나오려 찌그러진 모습으로 힘겹게 애를 씁니다.그러다가 포기하고 교각 다리 위로 마치 풍선처럼 빼꼼히 삐져 올라옵니다.정확히 반으로 두 동강이 난 모습이 남북으로 나뉜 한반도의 상황 같기도 하고, 허망한 권력을 탐하는 일그러지고 몰지각한 사회 지도층을 자부하는 일부 탐욕스러운 인사들에 의해 두 동강이 나고 있는 민심을 보는 것만 같아 씁쓸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완벽하게 원형이 되어가는 해를 보면서 희망을 가져봅니다.다리 위로 둥근 해가 떠오르는 모습에서 하나 될 한반도를 상상하고, 머잖아 두 동강이 난 민심이 하나로 모아질 그날을 기다릴 힘을 얻습니다.안동댐 위로 봉긋 솟아오른 해를 ..

여행 이야기 2025.02.17

실시간 CCTV를 통해 보는 울릉도 도동소공원의 해돋이

아침해가 한가운데에서 떠오르는 장관을 즐길 수 있는 한 울릉도 도동공원의 겨울아침 풍경입니다.겨울의 정점에서 도동소공원 앞바다의 정 가운데서 떠오르던 해가 봄이 다가올수록 해가 조금씩 동쪽에서 떠오르기 시작합니다.어느덧, 해가 정 가운데에서 조금 왼쪽으로 비켜서 떠오르는 것은, 봄이 점점 가까워 오는 신호가 아닌가 싶습니다.도동소공원 앞바다에서 떠오르던 해가 완전 동쪽으로 비켜 보이지 않게 될 때쯤, 이 땅에도 진정 봄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발상의 전환 2025.01.18

소낭머리 해돋이

2024. 12. 19.여름 보다 2시간 여 늦게 아침을 시작하는 겨울의 아침과 여름 보다 2시간 여 일찍 시작되는 겨울의 밤은, 여름 보다 4시간 여 낮의 길이가 짧은 아쉬운 겨울여행으로 귀착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 여행은 나흘 만에 하늘이 허락한 해돋이를 맞기 위해 새벽 여섯 시에 영업을 시작하는 외돌개 앞 해장국 전문식당에 첫 손님으로 들어가 소고기해장국 한 그릇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여명이 시작되는 서귀포 송산동의 소낭머리 전망대에 서서 새소리 바람소리와 더불어 보목포구 앞 섶섬을 넘어 올 아침해를 무념무상 기다리는 가슴 벅찬 기다림의 미학과 함께합니다.한 시간여 기다림 끝에 성산일출봉을 지나 섶섬 꼭대기 오른쪽 움푹 파인 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붉은 기운이 조금씩 둥근 해의 형태를 ..

제주도 이야기 2024.12.29

우화정의 십이월 아침풍경

2024. 12. 05.신선폭포에서 바라보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우화정의 현실감 없어 보이는 경이로운 풍경이 삶에 찌들어 힘들고 아파하는 지친 영혼을 포근히 보듬어 위로하고 치유해 줍니다.포근하고 아늑한 어머니의 품과 같은 우화정에서 겨울이 성큼 다가온 십이월의 해돋이를 맞으면서, 믿기지 않는 끔찍했던 악몽에서 벗어나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신세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해님께 피그말리온의 간절함으로 작지만 소중한 소망을 간구해 봅니다.최근 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는 고풍스럽고 고즈넉한 내장산의 랜드마크 우화정을 보면서 살기 좋은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민초들의 열망이 활짝 꽃 피울 그날을 기다립니다.

여행 이야기 2024.12.15

만추 속의 우화정 해돋이

2024. 11. 25.늘 그랬듯이 단풍은 물들고 떨어지고 또 물들고 떨어지기를 쉼 없이 반복합니다.올 가을 들어 여섯 번째 찾은 우화정의 가을은 어쩌면 지금이 절정이지 싶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우화정의 단풍은 내장산의 다른 단풍잎들이 거진 떨어질 즈음 가장 아름답게 보입니다.거기에 아침 해돋이가 시작되기 직전의 색감은 이루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깨끗하고 선명하기가 마치 단풍나무들이 우화정 맑은 물로 매일매일 정갈하게 목욕재계 한 듯 보이는데, 이는 늦가을의 심한 일교차가 만들어내는 물안개가 살포시 날아와 단풍을 씻어주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 아닌가 유추해 봅니다.아침해가 부지불식간에 내장산 단풍고개를 넘어오면, 곱게 물든 단풍잎들은 눈이 부셔 잠시 색감을 잃어버리고 어..

카테고리 없음 2024.12.03

변산반도 모항의 아침풍경

2024. 08. 03.변산반도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맞으며, 무작정 숙소에서 멀지 않은 모항 방조제 쪽으로 시원한 해풍을 맞으며 혹시나 해돋이를 볼 수도 있겠다는,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하늘의 허락이 있기를 바라면서 밤새워 낚시를 한듯한 게슴츠레한 눈빛의 한 무리들을 지나치며 방조제 끝으로 다가가 불그스레하게 물들어 오는 동쪽 하늘에 눈을 맞춘 채로 구름 사이로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는 아침해를 놓치지 않으려고 무념무상으로 기다렸건만, 일출예정시간이 삼십여분 지나고 나서야 모항방조제에서의 해돋이 만나기를 시원섭섭하게 포기하면서 마음속에 모항의 해돋이를 숙제로 남기기로 했다.아침 일찍 낚싯배가 바다로 향하는 역동적인 낚시 마니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저들은 혹시 먼바다로 나가서 구름에 해방된 불같은 해..

여행 이야기 2024.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