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31

동백포레스트와 설산(雪山)

2024. 12. 19.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1761번지, 한라산 백록담 남벽에 하얀 눈이 동백꽃과 가장 잘 어울리는 동백포레스트에서 재작년 겨울에 이어 이번 겨울에도 동백꽃 계곡의 그림 같은 설산(雪山) 한라(漢拏)를 만납니다.눈에 쌓인 동백꽃을 이번 겨울에도 볼 수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구름 한 점 없는 겨울 하늘 아래 동백꽃 계곡 사이로 나타나는 신령스러운 설산 한라를 보는 것으로 만족합니다.세상에는 이미 충분히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안분지족 못하고, 추상과도 같이 하늘이 내리고 국민이 부여한 엄중한 직분에 어울리지 않게 부화뇌동하여 세상을 어지럽히고도 반성은커녕 마지막을 역사에 추하게 기록되게 하고 있는 목불인견도 있으나, 범부 나그네는 이번 겨울은 동백꽃 계곡에서 설산 한라를 보고, 눈 덮인..

제주도 이야기 2024.12.31

신비로운 소천지의 겨울풍경

2024. 12. 19.겨울 아침해가 여덟 시 반을 향해 가는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보목포구와 섶섬 사이에서 장엄하게 떠오르고 있는 숨 막힐 듯한 퍼포먼스를 차가운 해풍이 불어오는 소천지 갯바위 위에 올라서서 목도하면서 눈 덮인 한라산 백록담 남벽이 소천지 위에 데칼코마니를 만들어 주기를 간절히 기다립니다.멀리 산방산 아래 화순의 금모래해변을 가리고 있는 대평포구의 박수기정이 한눈에 들어오니, 박수기정의 오른쪽 뒤편에 있는 안덕계곡이 눈에 선합니다.오늘따라 또렷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눈 덮인 한라산 백록담 남벽을 바라보며, 사흘 전 눈이 무릎 위까지 푹푹 빠지던, 그래서 걷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윗세오름에서 남벽 가는 길을 오십여 미터 진행하다가 혹여 계곡을 내려가다 눈에 파묻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포..

제주도 이야기 2024.12.30

소낭머리 해돋이

2024. 12. 19.여름 보다 2시간 여 늦게 아침을 시작하는 겨울의 아침과 여름 보다 2시간 여 일찍 시작되는 겨울의 밤은, 여름 보다 4시간 여 낮의 길이가 짧은 아쉬운 겨울여행으로 귀착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 여행은 나흘 만에 하늘이 허락한 해돋이를 맞기 위해 새벽 여섯 시에 영업을 시작하는 외돌개 앞 해장국 전문식당에 첫 손님으로 들어가 소고기해장국 한 그릇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여명이 시작되는 서귀포 송산동의 소낭머리 전망대에 서서 새소리 바람소리와 더불어 보목포구 앞 섶섬을 넘어 올 아침해를 무념무상 기다리는 가슴 벅찬 기다림의 미학과 함께합니다.한 시간여 기다림 끝에 성산일출봉을 지나 섶섬 꼭대기 오른쪽 움푹 파인 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붉은 기운이 조금씩 둥근 해의 형태를 ..

제주도 이야기 2024.12.29

중문색달해변의 겨울풍경

2024. 12. 18.열대지방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중문색달해수욕장은 해변의 모래들이 흑색·백색·적색· 회색을 띠고 있고, 활처럼 굽은 모래사장과 ‘진모살 ’로 불리는 모래가 특히 볼만한데, 네 가지 색을 띤 모래와 제주도 특유의 검은 돌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중문색달해변(해수욕장)은 또한 사철 서핑을 즐기는 서핑의 성지로도 유명한 해변입니다.또한, 중문색달해변은 올레길 8코스를 걷던 아련한 추억이 함께하는 곳이기도 합니다.갑자기 쌀쌀해진 기온 때문인지, 해변은 비교적 한산하고, 검은 구름 틈 사이에서 쏟아져 내리는 태양의 강렬한 빛줄기가 겨울바다를 아름답게 꾸며줍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맨발로 파도를 따라 깔깔 웃으며, 스마트폰을 모래밭에 세워놓고 동영상을 찍으며 자연스럽게 바다..

제주도 이야기 2024.12.28

카멜리아힐의 겨울풍경

2024. 12. 18.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병악로 166에 소재한 카멜리아힐을 500여 미터 남겨놓고, 왕복 2차선 도로변 노지에 야리야리한 봄의 꽃 수선화가 거친 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활짝 웃고 있습니다.가던 길을 멈추고, 반갑게 수선화와 눈인사를 나눕니다.잠시 후, 자동차가 빼곡히 주차된 주차장에 겨우 주차를 하고, 매표소를 지나 카멜리아 입구로 향합니다.기대했던 만큼 많은 동백꽃은 아니었지만, 물이 담긴 돌그릇 위의 각종 동백꽃이 반갑게 맞아줍니다.겨울이 깊어갈수록 동백꽃은 돌그릇에 가득가득 쌓이겠지요.동백나무 아래 통통하게 살이 오른 멧비둘기가 땅에 떨어진 동백꽃잎과 묘한 조화를 이룹니다.본격적으로 동백꽃 정원에 발을 디딥니다. 여느 동백꽃과는 달리 송이째 낙화하지 않고 한 잎 한 잎 ..

제주도 이야기 2024.12.27

서귀포 숨도의 겨울풍경

2024. 12. 18.서귀포시 일주동로 8941에 위치한 숨도는 숨이 모여 쉼이 되는 정원이라는 슬로건 아래, 아기자기하게 사계절 아름다운 꽃들이 숨 쉬는 천상의 화원 같은, 나그네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주도 서귀포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정원이 아닌가 싶습니다.지난여름 수국에 감동받고, 이번 겨울에는 동백꽃에 감동받을 준비를 단단히 하고 고염보다는 다소 크고 육지의 감보다는 훨씬 작은 귀여운 감이 주렁주렁 열린 숨도에 들어섭니다.하귤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첫 번째 관람로를 따라 숨도의 겨울로 들어갑니다.비스듬한 경사로를 따라 동백꽃이 환하게 웃으며 나그네를 열렬히 환영합니다.지난여름 산수국이 만발했던 산수국 계곡에는 단풍 든 철쭉이 산수국을 대신해서, 이 겨울에 철쭉 계곡이 되어 철쭉꽃이 별처럼 반짝입..

제주도 이야기 2024.12.26

사려니숲길의 겨울풍경

2024. 12. 17.저지대에서는 비가 내리고, 고지대로 갈수록 눈이 내리는 전형적인 제주의 겨울 날씨를 즐기면서, 사려니숲길 붉은오름입구에 도착합니다.지난 6월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무장애데크길 옆의 삼나무숲 오솔길을 무념무상 걸어봅니다.숲 속의 작은 도서관 입구에 다 달으니, 엊그제 왔었던 듯싶은 감성이 되살아 나면서 미로숲길을 향해 걸어갑니다.절기상으로는 겨울이 분명하건만, 사려니숲길의 미로숲길은 눈이 쌓이지 않아 계절을 분간하기는 쉽지 않지만, 사람들의 옷차림새가 겨울이라 합니다.눈이 없으니 붉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한 사려니숲길이 바람도 막아주고 간간이 떨어지는 눈과 우박도 막아줍니다.삼나무숲길이 중간중간 끊기는가 싶더니, 어느덧 물찻오름을 향해 넘어가는 해를 등불 삼아 가을인지 겨울인지 분..

제주도 이야기 2024.12.25

봄날 같은 우도의 겨울풍경

2024. 12. 17.작년 겨울 풍랑이 가로막던 우도뱃길을 이번 겨울에는 흔쾌히 열어준 바다신의 배려로 일곱 시 반 첫배를 타고 섬 속의 섬 우도의 천진항에 무사히 내립니다.천진항 앞에서 아침식사를 할 요량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매운 해물라면 밖에는 없다 하여, 우도봉 넘어 검멀레마을에 가서 아점을 하기로 하고 천진항 환영 아치를 지나 우도봉을 향합니다.우도봉의 쇠머리오름으로 가기 위해 돌칸이해변으로 가는 길에 때마침 우도에서는 보기 힘든 아침해를 만납니다.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근거 없는 희망을 안고 잠시 아침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돌칸이해변을 바라보니, 돌칸이 반대편에 있는 검멀레해안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재작년 겨울에는 초미세먼지의 습격으로 흐릿하게 보였던 성산일출봉이 또렷하게 나타나..

제주도 이야기 2024.12.24

소천지의 겨울 저녁풍경

2024. 12. 16.소천지의 겨울은 바람과 함께 바닷물에 파문이 일어 소천지의 멋진 데칼코마니는 고스란히 반납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두산 천지의 미니어처 같은 사시사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어도 여전히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다운 소천지가 제주도에 있음에 무한 행복을 느낍니다.그래서, 올레길 6코스를 걷다가 우연히 알게 된 소천지를, 제주에 올 때마다 소천지와 5분 거리에 숙소를 정하고, 수시로 찾게 되는가 봅니다.더욱이 오늘 같이 맑은 겨울 저녁 해 질 녘 소천지는 제주도뿐만 이니라, 대한민국의 자연 보고 중 으뜸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지 싶습니다.그리고, 전혀 기대하지 못하고 하루 일정을 끝내고 숙소로 가던 길에 습관처럼 들렀던 소천지에서, 태양이 좀처럼 보여주지 않던 문..

제주도 이야기 2024.12.23

휴애리의 겨울풍경

2024. 12. 16.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동로 256에 소재한 휴애리의 공식 명칭은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이지만, 보통은 휴애리라 불립니다.봄에는 유채꽃, 여름엔 수국, 가을엔 핑크뮬리, 그리고 겨울엔 동백꽃이 아름다운 사랑과 휴식이 함께 한다는 휴애리에는 유채꽃과 수국과 동백에 가려진, 서향과 꽃양배추, 란타나까지 계절마다 다양한 꽃들이 반겨주는 마치 지상의 낙원 같은 곳이 아닌가 싶기에, 금년에도 1월, 3월, 6월에 이어 네 번째 방문합니다.지난달 말 내장사 관음전 앞에 피어있던 서향이 생각나서 혹시나, 초입의 연못 주변에 서향이 폈을까 살짝 기대했지만, 아직 서향은 필 생각도 않는 듯, 씩씩하게 동백꽃길이 반겨주는 언덕으로 올라갑니다.길 양쪽에 도열한 웅장한 동백나무에는 빨간 동백꽃이 어서 오..

제주도 이야기 202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