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야기 30

진눈깨비 내리는 청용의 새해 사흘째 되는 날 아침에 첫나들이 한 경복궁(景福宮)

2024. 01. 03.진눈깨비가 내리는 경복궁의 아침은, 날씨와 상관없이 국적에 상관없이 인종에 상관없이 남녀노소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데칼코마니를 보기에 안성맞춤이겠다 싶었던 경회루(慶會樓) 연못은 얼음이 두껍게 얼어 겨울을 실감 나게 합니다. 곳곳에 붉은 열매가 고스란히 언 채로 산수유 열매가 경복궁의 노란 봄을 연상시킵니다.왕이 신하들과 국가 경영을 논의했던 사정전(思政殿)의 웅장한 모습과 사정전과 경회루 사이에 단풍나무 씨앗이 꽃처럼 매달린 모습에서 가을의 단풍이 연상됩니다.직박구리 한 마리가 경회루 뒤뜰 산수유 열매를 독차지하면서 경복궁을 휘젓고 다닙니다.조선시대 궁궐의 정전 중에서 가장 높고 규모가 크며, 조선후기 다포계 건축의 특징을 대표하는 건물을 에워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

겨울 이야기 2024.01.04

내장산 우화정과 내장사에 2023년을 맡기고, 2024년 새해를 맞으러 갑니다.

2023. 12. 30.이제는 2023년과 작별을 나눌 시간입니다. 마지막 날 갔었던 작년과는 달리 하루 일찍, 내장산국립공원의 우화정과 내장사에 가는 해를 잘 맡겨 놓으러 갔습니다. 우화정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돋아날까 싶어 무작정 우화정으로 달려가 용을 쓰며 홀로 송년회를 해보지만, 날개는커녕 눈길에 살짝 미끄러지며, 중심을 잡으려 땅바닥을 짚은 왼쪽 팔에 통증이 몰려옵니다.일주문을 지나, 눈이 거의 쌓이지 않은 내장사 가는 길의, 겨울 답지 않은 낯선 풍경에 어리둥절하며, 잠깐 사이 천왕문을 지나 정혜루도 지나 경내로 들어섭니다.여전히 수년 전 어이없게 화마가 앗아간 대웅전 자리에는 창고 같은 임시 글씨만 큰 법당인 대웅전을 대신하는 자그마한 법당이 나그네를 슬프게 합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겨울 이야기 2023.12.31

화창한 정월대보름날 오후 정평천에서 봄의 전령사 갯버들과 봄을 기다립니다.

2023. 02. 05. 정월 대보름날에 눈 쌓인 냇가에 나가 쥐불놀이 하던 많이 추웠었던 어린 시절 그 느낌처럼 아직도 매서운 추위가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하지만, 한낮의 따스한 햇볕아래 아직은 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어설프지만, 시냇가의 버들강아지는 두꺼운 겨울 외투를 한 거 풀 한 거 풀 벗어내기 시작한 입춘 다음날, 미세먼지가 꽤나 극성스럽지만, 제법 따스하고 청명한 명실상부 토끼해가 시작되는 정월대보름날 오후, 허물을 벗듯이 벗어놓은 외투 밖으로 드러난 버들강아지의 연하고 하얀 속살 위에 마치 수줍게 암수를 구별하듯 제각각 독특한 붉은색과 검붉은 색 투톤으로 치장을 하고 부지런하게 봄 맞을 채비를 합니다. 머잖아 갯버들 군락 속으로 봄이 조용히 숨어 들어오면, 거역할 수 없는 계절의 흐름 속에서..

겨울 이야기 2023.02.06

인제군 원대리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에서 눈과 함께하는 이월 첫날의 겨울풍경

2023. 02. 01. 세월이 유수(流水)와도 같다더니, 엊그제 왔었던 것 같은 강원도 인제군의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정확히 일 년 하고도 십일일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새벽 여섯 시에 출발해서 아직은 칠흑같이 어둡지만 추억이 많은 광주 퇴촌을 지나 양평과 홍천을 거쳐 세 시간여 만에 원대리 자작나무숲에 도착해 여유 있게 근처 식당에서 황태구이와 청국장으로 든든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아이젠을 장착한 후에 서서히 자작나무숲을 향해 마침맞게 눈이 쌓여있는 반가운 길을 오전 열 시를 막 넘기면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월요일과 화요일엔 휴장을 하는 자작나무숲을 찾아온 이월 첫날은 마침 수요일이기에 이틀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없었던, 거기에 더해 어제 오후부터는 감미료 같은 눈이 살짝 내려와 ..

겨울 이야기 2023.02.02

봄이 오고 있는 겨울풍경

2023. 01. 28. 봄이 오려나 봅니다 버드나무 가지 끝에 한낮의 빛이 내려와 은빛 버들강아지는 냇가에 흐드러지고 유유하게 떠 있던 물닭이 봄이 어디만큼 와 있는지 익히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역동적으로 자맥질하며 물속의 봄을 꺼내려는 듯 물속을 들락날락합니다 냇가에 싸였던 눈이 서서히 녹아내리고 영하 속에서 햇살이 산천에 내리쪼이면 잃고 있던 따스함이 온몸 가득 스며들어 봄이 나래를 펴겠죠

겨울 이야기 2023.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