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260

516도로, 열흘간의 가을 흔적

2022. 10. 25. - 2022. 11. 04. 어느새 가을이 정점을 찍고 겨울이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 오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5일에 처음 지났던 516도로의 숲터널이 오늘은 한창 가을을 보내느라 소슬바람에 속절없이 낙엽이 흩날립니다. 지난 시월 이십오일에 지났던 516도로, 그리고 숲터널의 아름다운 가을이 눈앞에 선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수 있음에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시월의 마지막날 지났던 516도로는 가을이 정점을 찍으려는듯 형형색색의 만산홍엽이 그림처럼 시야에 들어오고, 시월의 마지막날이라는 감성과 마지막 잎새라는 감성이 하나가 되어 깊어가는 가을의 마지막 문턱을 넘어갑니다. 환상적인 숲터널은 어느덧 화려한 옷을 벗어던지고 가을이 지나가는 길목에 서 있는 ..

제주도 이야기 2022.11.11

11월 4일, 제주도 해바라기

올해는 제대로 된 해바라기를 못 보고 지나가나 했는데, 긴가민가하는 마음으로 제주시 회천동에 있다는 해바라기농장에 전화를 했더니, 아직도 해바라기가 피어 있으니, 언제든 편히 와서 보고가라는 친절한 응답에 기대하지 않았던 성과급을 받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고민할 틈도 없이 516도로를 넘어 비자림로를 지나 교래리를 거쳐 한시간 여를 달린 끝에 설레이는 가슴을 다독이며 마침내 해바라기농장에 도착했습니다. '김경숙 해바라기농장'은 축제가 끝난 뒤의 공허함 속에 사납게 짓어내는 커다란 개가 농장을 지키고 있었을뿐, 매표소도 문을 닫았고, 해바라기 관련 시식코너가 을씨년스럽게 흔적만 남아있을뿐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찾을볼 수 조차 없어 허탈해 할 즈음, 해바라기 축제가 끝나고나니, 사냥 후에 토사구팽되는 사냥개 ..

제주도 이야기 2022.11.10

큰사슴이오름 앞마당은 억새풀의 무도회장

2022. 11. 03. 쫄븐갑마장길을 간다고 나선 길이었는데, 유채꽃프라자카페에서 따뜻한 유자차 한잔을 마시고, 카페 뒷켠에 펼쳐진 큰사슴이오름과 작은사슴이오름 사이 너른 들판의 바람에 흔들리는 은빛 억색풀에 매료되어, 4년전 이맘때쯤 비내리는 쫄븐갑마장길을 걸으면서 큰사슴이오름은 쫄븐갑마장 한바퀴 돌고 오르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가을비가 심상치않아 쫄븐갑마장길만 걷고 말았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정말 화창했고, 태양도 따뜻하게 억새풀밭을 비춰주니 큰사슴이오름 억새풀밥에서 놀기에는 금상첨화가 따로없었기에, 쫄븐갑마장길은 이정표만 보고 오늘은 큰사슴이오름 억새풀의 매력에 매료되어 가을을 만끽했다. 억새와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느릿하지만 바람의 성화에 멈추지못하고 날개짓을 하는 뒷편에는 나즈막한 오름들과 바다..

제주도 이야기 2022.11.09

서귀포 밤 하늘의 개기월식

생전 처음으로 개기월식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의 밤하늘을 설레이게 했던 개기월식은 종일 화창했었던 화요일이 여섯시 전에 일몰이 되고, 추분이 지난지 얼마되지 않은것 같은데, 어느새 동지가 한달 보름 앞으로 다가오니, 저녁이 지나자마자 밤은 빨리도 찾아오고, 맑은 가을밤 하늘위에 두둥실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고, 일곱시 방향 부터 조금씩 조금씩 빛을 잃어가는 신비스런 달의 깜짝 변신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제주도 이야기 2022.11.08

십일월 첫날, 천아숲길 만추(晩秋) 황홀경(恍惚境)에 풍덩 빠지다

2022. 11. 01. 어느새 발 밑에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밟히고, 지나가는 산들 바람에도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이 내 마음과 같습니다. 한라산둘레길 첫번째 코스라는 천아숲길을 역올레하듯 제2코스인 돌오름길 입구에 등을 보이고, 한라산둘레길 제1코스 시작점인 천아수원지를 향해 8.7km의 여정을 아침 일찍(8시 다된 시각) 시작합니다. 보림삼거리를 지나자마자,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진면목을 만끽하면서, 가을이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지나가는 느낌을 받으니, 내 발걸음도 내리막 오르막이 반복되는 재미진 길을 따라, 낙엽 밟는 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살짝 얼어버린 얼굴에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속절없이 가을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숲은 터널을 이루고, 불이 난듯한 터널 안팎의 울긋불굿한 ..

제주도 이야기 2022.11.08

사려니숲길서 보낸 시월의 마지막 날

2022. 10. 31. 사려니는 '살안이' 혹은 '솔안이'라고 불린다고 하는데요. 여기에 쓰이는 살 혹은 솔은 신성한 곳이라는 신역의 산명에 쓰이는 말이라지요. 그래서,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지난날 올레길을 걷다가 휴식이 필요할 때면 으례 찾던 사려니숲길이 이제는 제주를 찾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답니다. 사려니숲길은 붉은오름입구에서 시작해서 비자림로가 있는 곳으로 나오기도하고, 반대로 출입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붉은오름입구에서 시작하는 사려니숲길 탐방을 선호합니다. 붉은오름입구에서 시원하게 뻗은 삼나무들의 사열을 받으며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노라면, 지금이 어느 계절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반겨주는 사려니숲길은 사려니계절이라고 부르고 싶은 사철이 늘 푸른..

제주도 이야기 2022.11.07

서귀포 추억의 숲길

2022. 10. 30. 서귀포시 서홍동(산록남로)의 서귀포 추억의 숲길은 서귀포 치유의숲(제1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아름다운 생명상(대상))에 바로 이웃하고 있는 100여년전 이 숲속 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았던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 4시간 정도 여유있게 걷기에 안성맞춤이기에, 건강한 시니어들과 어린 아이를 걸리고 안고 걷는 가족들이 한낮에도 하늘을 덮은 산림들이 햇볕을 막아주고, 솔솔 바람이 불어주니, 특히 여름철 피서에 적합한 숲길일듯 합니다. 숲길 초입에 조성된 데크에 서넛이 둘러앉아 준비해온 점심 도시락을 펼쳐놓고 웃음꽃 피우며 식사하는 모습에서 이제는 코로나 펜더믹이 서서히 극복되어 일상으로 복귀한 듯한 반가운 마음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정감어린 숲속 식사 모습에서, 2017년 봄 아름..

제주도 이야기 2022.11.06

법환해안에서 해넘이를 만나다

2022. 10. 29. 서귀포 향토 오일장은 제법 크게 열렸다. 고성의 오일장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규모는 고성오일장의 곱은 넘었고, 대정오일장 보다는 세곱은 넘는듯 보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시장에 온 인파는 한산한 편이었는데, 보말칼국수로 알려진 식당에서는 줄을 서서 식사를 해야했고, 호떡집에도 긴줄이 늘어서 장날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호떡가게 앞의 고구마를 파는 60대로 보이는 사내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가 흥정 끝에 말로 감정 싸움을 하는, 어린시절 어머니 손을 잡고 갔었던 시장에서 자주 목격했던 삶의 현장에서, 누가 옳고 누가 이긴거라고 신나서 자평하는 옆의 다른 상인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상인은 나의 반응에 더욱 신이난듯 말싸움 장터의 해설자 역할을 그럴..

제주도 이야기 2022.11.05

외돌개(孤立岩) 가을 해넘이

2022. 10. 28. 소천지에서 부터 시작해서 조금 아래 바다에서 해넘이를 볼수 있는 보목포구 섶섬 앞까지 달려갔지만, 섶섬에 해가 갈려질지도 모른다는 판단 아래 다시 소천지와 인근 서귀포항 새연교를 스쳐지나 3분 거리의 해넘이 명소로 믿음직한, 몇해 전 겨울에 만났던 멋진 해넘이 기억을 되살려 외돌개 주차장에 도착 하자마자 외돌개해변으로 뛰어 내려가, 외돌개 바로 직전 소나무가 해를 향하고 있는 조금 넓은 장소에 자리를 잡았고, 기다렸다는듯이 해넘이가 시작되었다. 짙은 구름 속에서 서서히 내려오는 장엄한 태양이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한치 아래 옅은 구름 속으로 다시 들어가며 가려진 구름 까지도 붉게 물들이더니, 또 다시 좀더 짙은 수면과 붙어있는 구름 속으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다. 구름 한점..

제주도 이야기 2022.11.04

소천지(小天池)

2022. 10. 28. 백두산 천지와 흡사하게 생겼지만, 천지 보다는 작을 뿐만아니라, 백두산과 같은 높은 산위가 아니라 바다위에 살짝 솟아있는 제주도 서귀포시 보목동 해변에 이른바 소천지가 반겨준다. 물론, 천지와 소천지는 화산이 폭발할때 분출된 용암이 흘러 내려 멋진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주 맑은 날이면 멀리에서나마 또렷하게 보이는 한라산이 소천지 맑은 물에 비추어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하겠지만, 오늘같이 맑은 날에도 그 풍광이 허락되지않으니, 소천지에 비친 한라산을 보는 장관은 다음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기암괴석으로 가득한 소천지의 가장 높은 바위 위에 올라 보이는 사방팔방의 세상은 백두산 천지 아래에 있는 넓은 세상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

제주도 이야기 2022.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