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07.
서귀포 칠십리길 서쪽의 끝자락에 황소가 강을 건너는 형상의 해안이라 해서 붙여졌다는 황우지해안이 서귀포항의 새연교 왼쪽에서 시작해서 외돌개까지 이어지고, 올레길 7코스의 일부 이기는 하지만, 황우지해안의 열두굴과 선녀탕은 올레길을 살짝 벗어나 있어, 올레길을 걸을 때는 알지 못했었는데, 올레길을 졸업한 이래로 황우지해안은 서귀포를 지날때 마다 빠짐없이 들르는 나만의 명소가 되었다.
코로나 펜더믹이 시작되기 1년전 추운 겨울날, 선녀탕에서 유유히 수영을 즐기던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황우지선녀탕은 동네 아이들의 놀이장소 였었기에, 겨울에도 볕이 따뜻한 날이면 건강한 아이들이 멱감고 놀았을 모습이 어렵잖게 상상되고, 아마도 그 때 멱감던 사람은 황우지선녀탕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사람이 아니였나 유추해본다.
황우지선녀탕에서 새연교를 바라보다가 슬쩍 왼쪽 해안으로 눈을 돌리면,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제가 제주도민들을 강제 동원해서 해안에 열두개의 굴을 뚫고, 굴내부를 연결하는 진지를 만들어 황우지해안으로 상륙하는 미군을 공격하려 했다니, 이곳 말고도, 제주도 곳곳을 제주도민들의 강제노역으로 요새화했고, 요새화 한 채 그대로 방치된 흉물스런 굴들이 올레길 걷는 중에도 어렵잖게 눈에 띄어 혼자 걷기에 섬뜩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생각 같아선, 정치인들을 포함한 위정자들을 소집해서 제주도 곳곳에 남아있는 일제의 만행현장을 관광이 아닌 체험현장으로, 으스스한 굴 속에서 최소한의 장비와 음식만으로 당시의 제주도민들이, 경술국치 매국 행위의 주역이었던 당시 위정자들로 인해, 아무런 잘못도없이 나라잃은 설움을 겪어야했던 지옥같았던 삶을 잊지않도록 하게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위정자들에게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제공했으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대포포구에서 제트보트를 줄서서 타는 수학여행 온 육지의 학생들에게 제주도 수탈역사의 현장체험 과정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미래의 위정자들에게 국민팔이 정치를 배우게 하기 보다는, 다시는 국민들이 나라잃은 설움을 겪지않게 대오각성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은 어떨까하는 황당한 생각이 줄을 잇는 황우지선녀탕과 연결된 여든다섯개의 돌계단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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