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이 32

소천지의 해질녘, 해넘이

2025. 03. 17.작은 천지(小天池)가 있는 서귀포 보목동 바다는 꽃샘추위의 원흉이 된 강풍으로 말미암아 설산 한라의 데칼코마니마저도 잔잔한 파문으로 보일 듯 말 듯 삼켜버리고, 나그네는 강풍에 몸을 맡긴 채로 윤슬이 점점 짙어지는 소천지에서 한 시간여 무료하게 해넘이를 기다립니다.강풍의 도움인지, 구름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하늘은 푸르름이 가을 못지않고,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듯이 먹구름의 훼방 없이 오랜만에 완벽한 해넘이를 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높이면서 소천지에서 구름이 완전히 벗겨져 선명하게 바라보이는 설산 한라의 백록담 남벽이 오늘따라 오묘하게 눈에 들어옵니다.피그말리온의 간절함이 돌을 깎아 만든 여인상에 생명을 불어넣었듯이, 새봄을 기다리는 간절함에 응답하기 위해, 하늘이 봄..

제주도 이야기 2025.03.24

실시간 CCTV를 통해 보는 제주도 신창해안 해넘이

2025. 01. 18.제주도 최서단에 위치한 기상관측대가 있는 고산의 수월봉에서 그림 같은 차귀도 오른쪽 풍차마을이 시작되는 용수포구 끄트머리에 보이는 신창해안에서 해넘이가 진행됩니다.그리고, 이 땅의 어디에 선가는 마지막 순간 까지도 당당하지 못한 채로 시커먼 먹구름에 가려 빛을 잃어가는 해 아닌 해가 있습니다.신창해안을 왼쪽으로 치우쳐서 바다 아래로 넘어가는 저 해는 어디에 선가는 바다 위로 영롱하게 솟아나고 있겠지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명을 다해 폐기절차만 남은, 다시는 떠오를 수없어 이제는 쓸모없는 시커먼 돌덩이가 되어 세인의 조롱과 질타를 받아야 하는, 한 때는 이 땅의 태양과도 같았고, 누군가는 한 줌도 안 되는 허망한 권력을 해바라기 하며 하늘이 내렸다고 찬양가를 불러대던 작은 별들도 별..

발상의 전환 2025.01.19

보목동 소천지의 저녁풍경

2024. 06. 11.지나치기 서운해서 무심결에 들렀건만 혹시나가 로또처럼 소천지에 저녁노을 백록담을 비켜넘어 새연교와 외돌개와 법환포구 색달해변 강정포구 넘어가네산방산을 훌쩍넘어 수월봉과 차귀오름 차귀도를 지나다가 곽지바다 애월지나 이호테우 하양빨강 말등대를 가로질러 서해바다 수평선에 황금노을 수를놓네운수대통 소천지서 목도하는 해넘이가 마음먹고 달려갔던 새별오름 뛰어넘고 제주서해 차례차례 넘어가는 저녁해에 혼돈속의 사바세계 몽땅담아 넘겼으면왜가리도 미동없이 해넘이를 바라보고선인장꽃 개화하면 소천지가 환해지고향기로운 인동덩굴 제주사삼 원혼되어 제주전역 퍼져나가 소천지의 초입에도 땅거미가 내려오는 어두워진 길목에서 지지않는 희망불꽃 분노되어 타오른듯

제주도 이야기 2024.06.29

불발된 새별오름의 해넘이

2024. 06. 10.일기예보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여행의 아이러니를 알면서도 흐리다던 일기예보가 화창으로 바꾸니 기존의 일정은 다 잊고 렌터카를 인수하자마자 애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새별오름으로 달려갑니다.동쪽 오름의 가파른 경사를 피해, 완만한 서쪽 오름으로 오르니, 서쪽 바다는 이미 불이 붙어 있었고, 이 대로라면 생각지도 못한 새별오름 해넘이를 볼 수도 있겠다는 설렘으로 30 여분 남은 일몰 시간이 너무 긴 듯싶어 조급해진 마음을 어쩌지 못해 새별오름 정상을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합니다.멀리 보이는 비양도가 황금 바다 위에 떠 있는 신비의 섬이 되어 있습니다.어쩌면 태양이 비양도라는 책을 비추는 독서등 같이 비양도를 황금빛으로 물들여놓았는지도 모릅니다.그리고, 태양은 조금씩 서북 방향으로 움직..

제주도 이야기 2024.06.15

미세먼지 속 제주도 해넘이 (제주도 실시간 CCTV)

미세먼지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건만 백록담엔 미세먼지 오르지 못하는지 오랜만에 해넘이 퍼포먼스를 봅니다중문색달해변을 종일 비추던 태양도 햐야트 호텔 너머로 서서히 넘어가고 태양은 바닷물위에 윤슬을 남깁니다아직은 흐릿한 제주 최서단 신창해안 미세먼지에 앃인채로 수평선아래로 미세먼지와 함께 급하게 떨어집니다

발상의 전환 2024.04.18

새연교 노을 속 저녁풍경

2024. 03. 13.새연교에서는 한 번도 경험 못한 해넘이 종일 구름한 점 없었기에 혹시나 했는데 언제나처럼 짙은 구름이 수평선에 붙어 제대로 된 해넘이에 대한 기대를 접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연교를 건넙니다호기롭게 자신 넘치게 내려오던 태양이 지난 일월과 마찬가지로 구름의 방해로 갑자기 사라지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강정포구와 범섬을 넋 놓고 바라봅니다범섬 위아래를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 서귀 바다 위로 무한정 수놓아지는 윤슬 잠시도 눈을 못 뗀 채 범섬을 응시하고는 언젠가는 반드시 새연교 새섬공원에서 해넘이를 보리라 다음을 기약해 봅니다 새섬공원을 뒤로하고 새연교를 막 건너와 뒤돌아보니 새연교 아치에 불이 들어와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생전 첨 보는 것처럼 한컷 한컷 카메라에 모으기 시작합니다서귀..

제주도 이야기 2024.03.29

제주의 겨울을 찾아서(9) (서귀포 새연교 해넘이)

2024. 01. 10.지난가을은 나흘 내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창했기에, 하루도 빠짐없이 해넘이와 해돋이를 만날 수 있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비록 아침나절은 비가 내렸지만, 사흘 만에 처음으로 화창한 날을 맞아 해넘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보목포구와 새연교를 두고 고심하던 끝에 새연교로 낙점하고, 새연교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나그네만의 새연교 다리 건너 해넘이 명소까지 가기에는 너무 늦을 듯싶어 새연교에 오르지도 못한 채로 방조제에 바짝 붙어 서서 때 마침 법환 해안 앞의 범섬 뒤 먹구름 속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가는 해를 쫓아 잠시 잠깐 사이 카메라와 혼연일체가 되어봅니다.먹구름 속에 갇힌 해가 점차로 범섬 오른쪽으로 움직이면서 불기둥을 내뿜다가 그마저도 끝내는 먹구름이 모든 걸 집어삼키며 제..

제주도 이야기 2024.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