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이 36

아름다운 이호테우해변 낙조

2025. 06. 09.오후 6시 20분, 정시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제주공항 5번 게이트를 부리나케 빠져나와 출발 직전의 렌터카 셔틀버스에 올라 그동안 수차례 이용해 낯이 많이 익은 기사분과 3개월 만에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7시로 예약한 렌터카를 타고, 십분 거리의 이호테우해수욕장으로 달려가, 이번 제주여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버린 해넘이를 맞습니다.바다를 향해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모든 것이 이대로 멈춰 서도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지만, 무엇이 그리 급한지 브레이크 파열된 자동차처럼 태양은 거침없이 점차 빠르게 떨어집니다.지고 있는 저 해는 분명 내일 아침 다시 떠오르겠지만, 이른 장마예보와 여행기간 내내 흐린 날씨와 비 예보로 점철된 여행 기간 동안에는 더 이상 저 해를 볼 수 없게..

제주도 이야기 2025.06.15

두물머리(兩水里) 봄풍경

2025. 04. 23.세미원에서 배다리를 건너, 오랜만에 해돋이가 아름다운 두물머리에 갔습니다.어느덧 400여 년의 긴 세월을 견뎌낸 느티나무의 연두색 여린 잎이 점점 짙은 초록색으로 변신하고, 메타세콰이어 5형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푸르름을 더해갑니다.삼척의 대덕산에서 발원한 남한강과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이 합류하는 민족의 정기가 모아진 두물머리에서, 두 달 후면 탐스런 백련을 만날 생각에 벌써 설렘과 기대가 가득합니다.두물머리의 랜드마크인 느티나무를 지나, 지금은 밋밋해진 나루터를 스쳐지나, 천천히 십여분 강변 오솔길을 거니노라면, 그림 같은 두물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봄볕이 제법 따가운 두물경 그늘진 벤치에 앉아 한 시간여 물끄러미 두물머리의 그림 같은 데칼코마니를 바라보다 카메라에 담고,..

봄 이야기 2025.04.29

운진항 해넘이

2025. 03. 19.과거 몇 차례 해넘이가 매우 성공적이었던 좋은 기억이 있는 운진항 해넘이를 보려고, 어정쩡하게 일찍 가파도를 나와 30분 거리의 수월봉에 올랐다가, 칼 같은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운진항으로 돌아왔으나, 여객터미널은 이미 잠겨있었고, 공중화장실 찾아 사방팔방을 다녀봤지만, 편의 시설이라고는 전무한 여객터미널 너른 주차장을 떠나 일찌감치 방파제 산책로에 서서 칼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조금은 짙게 깔리는 먹구름에 노심초사하며, 간신히 먹구름을 벗어나서 조금씩 빛을 잃어가면서도 끝까지 수평선을 향해 뚝뚝 떨어지는 저녁해를 바라봅니다.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희미해진 빛으로 수평선 아래로 또 다른 반대편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희망의 해돋이를 선물하..

제주도 이야기 2025.04.03

소천지의 해질녘, 해넘이

2025. 03. 17.작은 천지(小天池)가 있는 서귀포 보목동 바다는 꽃샘추위의 원흉이 된 강풍으로 말미암아 설산 한라의 데칼코마니마저도 잔잔한 파문으로 보일 듯 말 듯 삼켜버리고, 나그네는 강풍에 몸을 맡긴 채로 윤슬이 점점 짙어지는 소천지에서 한 시간여 무료하게 해넘이를 기다립니다.강풍의 도움인지, 구름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하늘은 푸르름이 가을 못지않고,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듯이 먹구름의 훼방 없이 오랜만에 완벽한 해넘이를 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높이면서 소천지에서 구름이 완전히 벗겨져 선명하게 바라보이는 설산 한라의 백록담 남벽이 오늘따라 오묘하게 눈에 들어옵니다.피그말리온의 간절함이 돌을 깎아 만든 여인상에 생명을 불어넣었듯이, 새봄을 기다리는 간절함에 응답하기 위해, 하늘이 봄..

제주도 이야기 2025.03.24

실시간 CCTV를 통해 보는 제주도 신창해안 해넘이

2025. 01. 18.제주도 최서단에 위치한 기상관측대가 있는 고산의 수월봉에서 그림 같은 차귀도 오른쪽 풍차마을이 시작되는 용수포구 끄트머리에 보이는 신창해안에서 해넘이가 진행됩니다.그리고, 이 땅의 어디에 선가는 마지막 순간 까지도 당당하지 못한 채로 시커먼 먹구름에 가려 빛을 잃어가는 해 아닌 해가 있습니다.신창해안을 왼쪽으로 치우쳐서 바다 아래로 넘어가는 저 해는 어디에 선가는 바다 위로 영롱하게 솟아나고 있겠지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명을 다해 폐기절차만 남은, 다시는 떠오를 수없어 이제는 쓸모없는 시커먼 돌덩이가 되어 세인의 조롱과 질타를 받아야 하는, 한 때는 이 땅의 태양과도 같았고, 누군가는 한 줌도 안 되는 허망한 권력을 해바라기 하며 하늘이 내렸다고 찬양가를 불러대던 작은 별들도 별..

발상의 전환 2025.01.19

보목동 소천지의 저녁풍경

2024. 06. 11.지나치기 서운해서 무심결에 들렀건만 혹시나가 로또처럼 소천지에 저녁노을 백록담을 비켜넘어 새연교와 외돌개와 법환포구 색달해변 강정포구 넘어가네산방산을 훌쩍넘어 수월봉과 차귀오름 차귀도를 지나다가 곽지바다 애월지나 이호테우 하양빨강 말등대를 가로질러 서해바다 수평선에 황금노을 수를놓네운수대통 소천지서 목도하는 해넘이가 마음먹고 달려갔던 새별오름 뛰어넘고 제주서해 차례차례 넘어가는 저녁해에 혼돈속의 사바세계 몽땅담아 넘겼으면왜가리도 미동없이 해넘이를 바라보고선인장꽃 개화하면 소천지가 환해지고향기로운 인동덩굴 제주사삼 원혼되어 제주전역 퍼져나가 소천지의 초입에도 땅거미가 내려오는 어두워진 길목에서 지지않는 희망불꽃 분노되어 타오른듯

제주도 이야기 2024.06.29

불발된 새별오름의 해넘이

2024. 06. 10.일기예보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여행의 아이러니를 알면서도 흐리다던 일기예보가 화창으로 바뀌니 기존의 일정은 다 잊고 렌터카를 인수하자마자 애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새별오름으로 달려갑니다.동쪽 오름의 가파른 경사를 피해, 완만한 서쪽 오름으로 오르니, 서쪽 바다는 이미 불이 붙어 있었고, 이 대로라면 생각지도 못한 새별오름 해넘이를 볼 수도 있겠다는 설렘으로 30 여분 남은 일몰 시간이 너무 긴 듯싶어 조급해진 마음을 어쩌지 못해 새별오름 정상을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합니다.멀리 보이는 비양도가 황금 바다 위에 떠 있는 신비의 섬이 되어 있습니다.어쩌면 태양이 비양도라는 책을 비추는 독서등 같이 비양도를 황금빛으로 물들여놓았는지도 모릅니다.그리고, 태양은 조금씩 서북 방향으로 움직..

제주도 이야기 202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