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171

오천 년을 산다는 드라코 (전주 대자인병원 앞)

오천 년을 산다는 정화식물 드라세라 드라코를 운 좋게 만났습니다.더군다나, 황금색으로 익어가기 시작하는 열매를 본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건 드라코를 키우고 계시는 분들은 익히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앞에 붙은 드라세라는 암컷 용을 의미한다지요. 줄기를 자르면 붉은 피 같은 액체가 흐르고요. 그래서 용혈수(龍血樹)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실제로 카나리아제도에서 천년 넘은 드라코가 발견되기도 했다지요.이렇게 진귀한 드라세라 드라코가 전주 대인병원 앞 더리터라는 카페에 있습니다. 평생 한번 볼까 말까 하는 드라세라 드라코 공유합니다. 꽃은 하얗게 6월에 폈다 합니다. 다수의 원예 전문가들이 소문 듣고 찾아와 고가로 구매 의향을 제시했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 사장님은 드라코의 꽃말과 같이 고객들..

꽃 이야기 2023.11.13

상강(霜降)의 명자나무 꽃

어느새 24 절기 중 열여덟 번째 절기인, 서리가 내리고 늦가을로 접어든다는 상강(霜降)에 반갑게 산당화 혹은 아가씨나무라고도 불리는 명자나무에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세월이 하 수상하니, 입춘이 지나면서 아기들 새끼손톱 만하게 꽃 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삼월 초분부터 꽃망울이 하나둘 움트기 시작하고, 어쩌다 내려 쌓인 늦깎이 눈 속에서 빨간 속살을 수줍게 보여주는 명자나무 꽃이 열매가 채 노랗게 익어가기도 전에 작은 군락에서 봄보다는 다소 거친 듯 보이는 명자나무 꽃이 계절을 잊고 반년 일찍 찾아왔습니다.봄에 피면 봄꽃이요, 가을에 피면 가을꽃이라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이 순리라고 누군가가 주장한다면, 명자나무 꽃을 봄꽃이자 가을꽃으로 알고 즐기면 그만 이겠지만, 계절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

꽃 이야기 2023.10.24

제천 비행장의 가을꽃(4) - 백접초(흰나비바늘꽃)

2023. 10. 04.하얀 나비가 춤을 추는 듯이 보인다 하여 나비 접(蝶) 자를 써서 '백접초(白蝶草)'라 부르고, 꽃이 떨어진 씨방이 바늘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바로 '흰나비바늘꽃'입니다. 흰색 꽃과 분홍색 꽃을 통칭하여 일반적으로 정감 있는 '나비바늘꽃'이라 주로 부르지만, 미국이 원산지인 탓에 영어 이름은 가우라(Gaura)랍니다. 그래서 그런지, 공식적인 식물도감에는 영어 이름인 가우라로 등재되어 있기에, '나비바늘꽃'은 별칭으로 '흰나비바늘꽃'은 애칭으로 '백접초'는 흰나비바늘꽃의 한자 이름 정도로 정리하면 될 듯싶습니다.촉촉이 젖어있는 제천 모산비행장 활주로 동남쪽, 예전에 흰색 백일홍이 있던 자리에 백접초가 가지런히 서로를 의지하며 하늘하늘 가녀린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봄부터 가을..

꽃 이야기 2023.10.13

제천비행장의 가을꽃(3) - 노랑(황금)코스모스

2023. 10. 04.예전에는 활주로 동남쪽 끄트머리에 있던 백일홍 단지를 제외하고는 긴 활주로 양쪽에 노란 해바라기 단지가 제천 모산비행장의 가을 랜드마크였는데, 지금은 활주로를 반으로 나눠, 서북쪽에는 해바라기 대신 전성기를 지난 듯싶은 노랑코스모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월의 제천비행장을 황금색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나그네도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노랑코스모스는 입에 잘 붙지가 않았고, 대신 황화코스모스라는 이름이 뇌리에 박혀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황화코스모스라는 명칭은 많이 줄어들고 노랑코스모스라는 명칭으로 많이 불리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식물도감에도 황화코스모스라는 식물은 찾을 수 없고, 노랑코스모스 혹은 황금코스모스라고 나와 있으니, 앞으로는 노랑코스모스(짙은 색은 황금코스모스)라 부르기로 ..

꽃 이야기 2023.10.12

제천 비행장의 가을꽃(2) - 홍접초(분홍나비 바늘꽃)

2023. 10. 04.코로나19 펜더믹 이후 발길을 끊었던 제천 모산비행장은 당시만 해도 용도 폐기된 상태로, 제삼자에게 매각한다는 설과 문화공간으로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설 등이 설왕설래했었기에, 나그네는 더 이상 꽃구경 하기는 힘들겠단 생각도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나는 길에 옛 추억을 회상할 겸 잠시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예전 그대로라면 백일홍이 시들시들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백일홍이 있던 활주로 남동쪽 끝 부분에는 흔히 나비바늘꽃이라 불리기도 하고 영어 이름으로는 가우라(Gaura)라고 하는 홍접초(분홍바늘꽃)가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살짝 흩뿌리는 비를 맞으며 바람에 살랑살랑 진분홍 파도가 일렁이듯 기대하지 않았던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음에 흥분된 마음으로 과거에는 주차장으..

꽃 이야기 2023.10.11

제천 비행장의 가을꽃(1) - 버들마편초(숙근 버베나)

2023. 10. 04.요즘 한창 전국 각지에서 성황리에 버베나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엄격히 말하자면, 버들마편초는 버베나 중에서 숙근버베나 혹은 라일락 버베나로 불리지만, 다양하게 교잡되어 나오는 모든 원예종의 버베나를 통칭하여 버베나로 부르고 있으니, 버들마편초축제를 버베나축제라 불러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 수년 전부터 우후죽순처럼 전국 각지에서 시작된 보라색 버베나축제는 구체적으로 버들마편초축제나 라일락 버베나 혹은 숙근 버베나축제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제천의 모산비행장은 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세상에 알려진 이래로, 코로나19 펜더믹 이전에는 백일홍과 해바라기가 식재되어 있었는데,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처음 찾은 모산비행장 해바라기가 있던 자리 절반정도에 ..

꽃 이야기 2023.10.10

꽃무릇공원으로 놀러 나온 순비기나무의 향기로운 꽃

2023. 09. 22.해안가의 모래밭에서 자생하는 순비기나무가 함평의 내륙에 꽃무릇을 구경하러 나왔습니다.순비기나무라는 이름이 특이하면서도 크게 낯설지 않은 순우리말인 듯한데, 그 유래를 찾아보자면, 제주도 방언인 숨비(해녀가 숨을 비우고 들어간다는 뜻)에서 시작되었는데, 해안가에 흔한 순비기나무가 해녀들이 자주 겪는 잠수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여 숨비나무에서 순비기나무로 변형되었다고 합니다.이제는 잠수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약품들이 개발되어 상용화하고 있기에, 순비기나무가 해녀들의 잠수병에 주로 사용되지는 않겠지만, 어쩌다 순비기나무가 잠수병에 쓰이게 되었는지는 궁금합니다. 은은한 향과 꿀도 풍부하니, 함양 모악산 초입의 벌을 비롯한 곤충들에게는 인기 많은 꽃나무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해안..

꽃 이야기 2023.10.04

함평 용천사 계곡의 물봉선

2023. 09. 22.야생화 백과사전(여름편)을 참고하자면, 물봉선은 물을 좋아하는 봉선화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봉선화는 손톱에 물을 들이는데 쓰던 꽃인데, 여기에서 ‘봉’은 봉황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줄기와 가지 사이에서 꽃이 피며 우뚝하게 일어선 것이 봉황처럼 생겨서 봉선화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본래 우리말로는 봉숭아가 맞다고 하기에, 물봉선은 물봉숭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때 홍난파 선생이 ‘봉선화’라는 노래를 만든 뒤부터는 봉선화라는 이름도 많이 쓰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봉선은 우리나라 각처의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로, 습기가 많은 곳이나 계곡 근처의 물이 빨리 흐르지 않는 곳에서 자라며, 키는 약 60㎝ 내외입니다. 줄기는 곧게 서고 육질이며 많은 가지가 갈라..

꽃 이야기 2023.10.02

불갑산의 흰꽃나도사프란

2823. 09. 22.백합목 수선화과 나도사프란속의 흰색나도사프란은 일명 달래꽃무릇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래서 영광 불갑산의 꽃무릇 틈바구니에서 축제를 즐기고 있는 듯, 드넓은 축제장에 딱 한 곳 그늘진 소나무아래 옹기종기 일가를 이루고 있습니다.흰색나도사프란이 하필 꽃무릇 축제장에 와 있을까? 의아해했지만, 마치 달래의 줄기와 흡사한 날렵하고 가늘고 파릇한 꽃대 하나하나 마다 하늘을 꼿꼿하게 바라보고 서있는 만개한 꽃의 당당한 모습이 꽃무릇과 닮았으니, 달래꽃무릇이라 하여 꽃무릇축제에 와 있는 건 나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찾는 이 없어도 올망졸망 순결한 흰꽃나도사프란은 "즐거움", "지나간 행복", "청춘의 환희"라는 꽃말처럼 발견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 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청순한 외모가 생..

꽃 이야기 2023.09.30

고창 선운사 꽃무릇

2023. 09. 22.선운사(禪雲寺)의 꽃무릇이라고 해야 할지, 선운산(禪雲山)의 꽃무릇이라고 해야 할지 갈등을 하다가 선운산의 꽃무릇이 마땅하겠다고 생각했던, 코로나 펜더믹 직전이었던 4년 전까지만 해도 선운사 일주문 이전에는 공중화장실 아래 계곡까지만 꽃무릇이 이어져 있었고, 대부분의 꽃무릇은 도솔암을 오르는 산길 양쪽에만 꽃무릇이 있었기에, 어렵잖게 선운산 꽃무릇이라고 제목을 붙였었는데, 코로나 엔데믹 이후 처음 찾은 선운사는, 일주문 앞까지 조성된 공원에 온통 꽃무릇이 가득하니, 기대하지 못했던 매우 낯선 풍경에 나그네는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도솔암 가는 오솔길은 꽃무릇이 공원의 꽃무릇 에 비해 드문드문하게 보였고, 나그네의 발걸음이 선운사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

꽃 이야기 2023.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