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171

새벽비에 영산홍 활짝웃다

한주 전 열심히 심었던 영산홍 스무 그루 엊저녁 축 쳐져있는 모습이 안쓰럽지만아침비 예보 소식에 바라만 보고 있다가자정이 지날 즘 비 오는 소리에 나가보니반가운 봄비가 영산홍 꽃잎에 떨어지고날이 밝기 무섭게 마당으로 내려가 보니빗방울을 머금은 영산홍이 활짝 웃으며미처 터뜨리지 못했던 꽃몽오리 까지도남김없이 터뜨리며 봄비를 즐기는 아침빗방울에 절대 굴하지 않고 꽃잎에 맺힌 영롱한 빗방울이 구슬처럼 매달려 있고종일 비가 오고 난 뒤 촉촉이 젖은 땅에영산홍 아가씨들이 예쁜 꽃을 오래도록피우면서 산뜻하고 싱그러운 봄 마당을오래오래 차지해 주길 소망해 보는 아침

꽃 이야기 2024.04.29

밤에도 빛나는 야광나무 꽃

밤을 환하게 밝혀준다는 야광나무 꽃 주로 북한땅 평안도와 함경도 일대의 백두대간에 뿌리를 내리고 자생한다 봄비를 맞으며 다섯 개의 꽃잎을 갖고 네 개 꽃잎의 고광나무와 구별되지만 나는 아직도 꽃잎 개수로 널 알아본다새하얀 눈이 쏟아지는 듯 하늘을 덮고 살아생전 북녘의 고향땅이 그립다던 아버지가 하염없이 바라보던 하얀 꽃 야광나무도 고광나무도 북쪽이 고향 야광나무가 활짝 핀 봄 속의 북녘하늘 깜깜한 온밤을 온화하게 밝혀주려나사선을 건너 목숨 걸고 찾아온 새터민 요즘은 그들의 너튜브를 보고 웃기도 울기도 하며 나의 어린 시절 떠올린다 어린 시절은 후진국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조금 부족해도 많이 풍족해진 삶 속에서 새터민을 보며 위로받는다야광나무 꽃을 보면서 세상의 낮은 곳 아직 헐벗고 굶주리고 암울하기만 한..

꽃 이야기 2024.04.18

늦둥이 사월의 동백꽃

작년 십일월 중순 어느 날 첫 동백을 만났던 감동은 아스라이 잊혀져 가는데 계절은 어느새 사월 중순 봄은 절정으로 달립니다 베란다 화분에 물을 주다 동백나무 이파리에 묻혀 활짝 핀 늦둥이 한송이가 어찌나 예쁘고 고맙던지 로또 당첨된 기분입니다 시끄럽던 총선도 지나고 생각지도 않은 늦둥이가 앞으로 남은 계절만큼은 행복무탈하게 지내도록 보살펴 주길 소망합니다

꽃 이야기 2024.04.12

서향 향기 그윽한 백양사

2024. 03. 29.휴애리에서 보던 노지 서향을 뭍에서 본 서향 첩첩산중 천년고찰 장성 백암산 백양사 경내 향내음은 아닌데 익숙한 향기가 이끄는 대로 사천왕문 들어서니 짙은 향에 숨이 막힙니다이틀 전 전주수목원 온실에서 성글게 피었던 서향의 향기뿐만 아니라, 보름 전 휴애리에서 취했던 향기가 천리를 간다 하여 천리향이라 하는 탱글탱글 불두화를 연상시키는 서향을 품은 천년고찰 백양사가 할 말을 잊게 합니다철마다 찾는 백양사에서 봄에는 고불매만을 찾았었기에 서향의 짙은 향기에도 불구하고 오늘에서야 알아본 서향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백양사 봄의 또 다른 주인공 서향을 늦게나마 영접하며 서향 향기에 취해봅니다살다 보니 하나에만 열중하다 놓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기에, 유유자적하며 서두름 없이 오감으로 느..

꽃 이야기 2024.04.08

내장사 곁의 큰개별꽃

2024. 04. 02.정확히 표현하자면 내장사 경내 주변에 누가 봐주든 말든 당당하게 수술 일곱 개 여섯 장 일곱 장의 꽃잎에 붉은 사파이어 박혀있어 별꽃보다 화려하고 우아하다때가 되어 노란 수술이 검붉게 익어가면 은하수라는 꽃말에 걸맞게 작은 우주가 태양 같은 암술을 중심으로 수술이 돋고 필요한 만큼의 꽃잎을 자유롭게 열었다별꽃보다 못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지 줄기마다 한 송이씩 꽃이 피어 다섯 장인 개별꽃잎 보다 많아서 큰개별꽃이라고 이름 지어진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꽃잎에 박힌 붉은 사파이어와 수술들이 검붉게 익어가면 봄이 절정에 달하듯이 이 땅에도 기어코 절정의 봄이 오려나 봄이리보고 저리 봐도 촘촘하게 줄기마다 서너 송이 피어있는 앙증맞은 별꽃보다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별꽃 중의 별꽃인 큰..

꽃 이야기 2024.04.07

큰별목련 '라즈베리 펀'

2024. 03. 27. 화사한 봄을 타고 오는 다양한 종의 목련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부분 흰색의 백목련 이름을 정확히는 목련이라 하고 자목련 별목련 일본목련 중국목련 등등 수십 종의 함박꽃처럼 환하게 피어나는 목련계통 꽃들 중 태어난 고향이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인 큰별목련 '라즈베리 펀'서양의 나무산딸기처럼 검붉은 빛깔의 꽃몽우리 때문인지 마치 물 건너온듯한 이름이 독특하지만, 어릴 적 어머니께서 따주시던 라즈베리를 즐겁게 먹었었던 잊지 못할 추억을 자신이 일군 수목원에 고스란히 남겨놓고 싶었는지 모릅니다큰별목련 라즈베리 펀이라는 서양스런 이름에서 어찌 보면 열두 개의 꽃잎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모두 담아 함박 꽃피우는 봄을 맞는지도 모릅니다어린 시절 아련하게 어머니가 쏟아부은 그 사랑..

꽃 이야기 2024.04.06

앵두꽃을 대하는 나의 斷想

앵두나무의 열매 앵두는 앵도라고도 부르고 이스랏이라고 불렀던 우리 이름을 갖고있는 커다란 씨 때문에 과육이 적어 아쉽기는해도 예로부터 봄이오면 처음 보는 과실이었지요문종임금 세자시절에 정성들여 키운앵도를 세종대왕께 진상하여 세종대왕이 최애하는 봄과실이 되었기에 세종대왕영릉 재실뒤뜰 세종대왕을 위한 앵두나무가 꽃을 피웁니다앵두의 커다란 씨와 적은 과육 때문이겠지만 앵두는 과실은 분명하지만 과일이라 부르지 아니하는 어정쩡한 과실이긴 하지만 앵두는 이질등의 치료제로 잎은 해독제로 썼다지요수줍음이란 꽃말과 우물가에서 키워서인지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라고 시작되는 앵두나무 처녀라는 추억의 노래가 떠오르는 풍성하게 피어난 앵두나무 꽃에서 촘촘히 영그는 유월의 빨간앵두들을 보면서 한부모 아래서 올망졸망 ..

꽃 이야기 2024.04.05

만개한 히어리 꽃을 마주한 사월 첫날 나의 단상(斷想)

세월이 하수상하니 우리의꽃 히어리가 독일병정 분장하듯 멋진투구 갑옷입고 촘촘하게 주렁주렁 나뭇가지 빈틈없고혼자라서 외로울까 둘둘모여 짝을짓고 신랑신부 부럽잖게 다정다감 뽐내면서 오매불망 기다리던 사월봄날 맞이한다질척이던 꽃샘추위 말끔하게 보내면서 히어리도 삼삼오오 만개하여 웃어주니 춘삼월에 못다핀꽃 사월봄날 만개하고사월봄날 히어리가 이땅위에 활짝피어 노심초사 좌불안석 근심걱정 덜어주고 지옥같던 지난시간 일장춘몽 깨워주리사랑스런 우리의꽃 히어리와 함께하는 사월봄날 맞고보니 까닭모를 희망불씨 스멀스멀 일어나며 소원성취 기대되고빈틈없이 빽빽하게 하늘가린 히어리는 지구상에 다시없는 우리만의 꽃이려니 지난시간 격세지감 우리시간 돌아오라2024. 3. 27.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히어리와 더불어서 일장춘몽 깨어나고..

꽃 이야기 202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