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171

내장산 국립공원(5)-백양꽃 (애잔한 백양사 백양꽃)

2023. 09. 02.약수천 경사진 둔턱에 수줍게 피어있는 백양꽃이 자칫 허전하기 쉬운 초가을의 백양사를 운치 있게 꾸며줍니다.그윽한 눈빛으로 약수천을 바라보며 초가을의 그리움이 가득 담긴 진한 미소로 나그네를 맞습니다.쌍계루를 바라보며 약수천변에 활짝 핀 백양꽃이 끊김 없이 약수천변을 따라 짙은 주황색 미소로 초가을의 백양사길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네 송이 다섯 송이 가냘픈 꽃대위에 꼿꼿하게 올라서서 먼저 떠나간 잎을 그리워하며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지도 모르는 인연의 끈을 잡으려 사방을 둘러보는 백양꽃잎 다섯 장이 애처롭게 초가을의 백양사길을 애잔하게 만듭니다.짝 잃은 작은 남방부전나비 한 마리가 백양꽃에 날아와 동병상련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백양사 백양꽃을 바라보며, 호젓해진 나그네의 마음 ..

꽃 이야기 2023.09.08

내장산 국립공원(3)-백양꽃 (내장사 가는 행복길)

2023. 09. 02.어스름한 새벽공기를 가르면서 내장산국립공원 진입로를 막아놓은 입구가 아닌 출구로 역주행해서 다리를 건너자마자 찻길 양쪽 햇살 한줄기 없는 풀밭에는 백양꽃이 활짝 웃으면서 나그네를 반깁니다. 백암산 백양사 부근에서 발견된 예사롭지 않은 상사화이기에 백양꽃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하더니, 이제는 백학봉 너머 내장사 부근에 백양사길 보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군락을 이루며 백양꽃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음에 자연의 위대함과 꽃의 정직함에 찬사를 보냅니다.물론, 경사진 계곡에 위태롭게 피어있는 백양사 백양꽃에 비해 초가을의 그리움은 조금 덜 해 보이지만, 진한 미소만큼은 원조 백양꽃에 못지않습니다. 만일, 백양사 부근에서 백양꽃을 발견한 식물학자가, 내장사를 먼저 찾았다면, 내장사에서 백양꽃을 먼저..

꽃 이야기 2023.09.06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1) [수요일엔 빨간장미(장미원)]

2023. 09. 03.사철 장미가 쉼 없이 피어 있는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의 장미원. 여름과 가을 사이 9월의 장미는 장미원이란 호칭이 무색하리 만큼 띄엄띄엄 장미원이란 흔적은 남기려는 듯, 마치 가을걷이 후 이삭 줍기 하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하려는 듯 이따금씩 한두 송이 하늘바라기를 하고 있습니다. 장미를 대신하려는 듯 눈부시게 만개한 배롱나무꽃이 장미원의 중심에서 장미원의 랜드마크가 되어 장미원을 화려하게 지켜줍니다. 인기 드라마 촬영지가 되기도 했던 장미원의 고풍스러운 이미지가 수목원을 찾을 때마다 나그네를 제일 먼저 찾게 하는 마력을 장미원과 장미의 뜨락이 지니고 있습니다. 장미가 만개하지는 않았어도, 나그네에게 방긋 웃어주는 서너 송이 장미가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기에 충분합니다.그럼에도 불..

꽃 이야기 2023.09.06

좀작살나무 꽃은 지고 열매가 익는 가을의 길목에서 팔월의 마지막 아침을 시작하는 나그네의 단상(斷想)

물고기 잡는 도구인 작살을 연상시킨다는 가지 생김새 때문에 예쁜 꽃과 아름다운 보랏빛 포도송이 같은 열매를 맺는 나무에게 작살나무라는 생뚱맞은 이름이 붙여져 있습니다 키가 2-3 미터인 작살나무에 비해 1.5 미터 내외의 작은 작살나무를 특정하여 좀작살나무라 부르는데, 이 역시도 "좀"이라는 부정적인 어감이 점미어로 사용된 것이 나그네는 마땅치가 않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그렇게 명명해서 모두가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 마음에는 다소 차지 않더라도 하릴없이 좀작살나무라 불러야겠지요.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연분홍색 꽃은 제 할 일을 다하려는 듯 깜찍한 모습으로 폭염 속에서도 의연히 피었다가, 서서히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서 팔월의 마지막 아침을 맞습니다. 폭염으로 시작해서 가을비로 마무리되는 팔월..

꽃 이야기 2023.08.31

둥근잎유홍초가 있는 아침

촉촉하게 빗방울이 남아있는 이른 아침에 실로 오랜만에 둥근잎유홍초를 만났습니다.역시나, 잡초 틈바구니에서 잡초와 함께 운명을 함께하는 둥근잎유홍초가 이제는 서서히 생장을 멈추는 잡초들 틈에서 가을을 여는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갈라진 잎을 갖고 있는 유홍초에 비해 둥근 잎을 가졌다 하여 둥근잎유홍초라 불리는, 유홍초 보다 조금 늦은 여름부터 초가을에 걸쳐 이른 아침에 피는 둥근잎유홍초는 유홍초와 구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겠지만, "영원히 사랑한다"라는 꽃말에서 느껴지는 거역할 수 없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이별을 대변하듯, 꽃이 지면 씨앗이 자연스럽게 땅에 떨어져 이별을 하지만, 자연 발아를 통해 이듬해 봄에 새순이 나오면서 늦여름부터 초가을에 걸쳐 작지만 붉은색의 예쁘고 깜찍한 나팔꽃이란 의미가 담긴 영..

꽃 이야기 2023.08.30

가을의 전령사 고마리꽃

올 가을에는 천변 산책길에서 고마리꽃을 못 보는 줄 알았습니다. 양은 적었지만, 빈번하게 내리는 비로 인해 잡초들이 빠르게 번성하니, 제초작업하는 인부들이 사나흘에 한 번씩 천변을 말끔하게 정리해 놓는 바람에, 하천을 정화시켜준다는 고마리가 자랄 틈이 없습니다. 작년에는 작고 앙증맞은 고마리 꽃망울이 여러 군데서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올여름 들어서는 통 보이질 않더니, 아침 산책길 바위틈에서 꽃마리가 꽃망울을 만들고 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아직 제대로 피지 않은 고마리꽃을 몇 컷 담아봤습니다. 세상에 널리 퍼지고 있는 일본의 원전 오염수는 물론이고, 서해 바다 건너 원전이 90기 이상 가동되고 있어, 우리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는 중국의 원전 오염수 까지도 말끔하게 정화시켜 줄 수 있는 고마리..

꽃 이야기 2023.08.29

수질정화식물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여름꽃 부레옥잠(玉簪)의 명암(明暗)에 붙임

잎자루 아래에 물고기의 부레와 유사한 둥근 공기주머니가 물 위에 떠받들고 있는 옥비녀처럼 아름다운 꽃이 핀다 하여 붙여진 부레옥잠은 원산지가 중남미 지역인 만큼 추위에 약한 반면 고온에 강한 대표적인 수질정화식물로 이름나 있지만, 중남미와 동남아등 더운 지역에서는 가공할 만한 번식력으로 인해 빠르게 강이나 호수를 빼곡히 뒤덮는 바람에 강이나 호수가 산소와 햇볕 부족으로 시체 썩는 냄새가 날 정도로 강과 호수를 썩게 만들어 골칫거리 풀로 악명이 높다고 합니다.다행히도 관곡지 연꽃테마파크의 부레옥잠은 연못 한 귀퉁이에 늘 비슷한 규모로 잘 관리되고 있어, 역대급 폭염 속에서 연못의 수질정화에 한몫을 당당히 하고 있는 듯합니다. 승리라는 긍정적인 이미지의 꽃말을 지닌 부레옥잠에게서 과유불급(過猶不及)과 중용지..

꽃 이야기 2023.08.27

산책길 옆, 조화를 연상시키는 앙증맞은 좁은잎백일홍(미니백일홍) 앞에서 불현듯 백일홍 패밀리를 소환해 봅니다.

폭염이 그냥 지나가기 서운해서 예보도 없이 촉촉이 비가 내리는 아침 산책길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미니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좁은잎백일홍이 조화처럼 앙증맞게 선명한 자태로 가을을 부릅니다.초여름부터 가을까지 백일 이상 함께 하는 백일홍을 필두로,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함께하는 배롱나무꽃으로 불리는 목백일홍도 있습니다.지난 삼월 하순경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보롬왓카페에서 작은 화분들에 담겨 만개한 좁은잎백일홍을 정신없이 담아왔었는데, 여름의 끝자락에서 조금 더 화려한 좁은잎백일홍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물론, 지난 유월에 가평 자라섬에서 만났던 (겹꽃) 미니백일홍은 꽃의 크기뿐만 아니라, 줄기도 앙증맞지만 꽃양귀비와 수국과 보라유채꽃에 밀려서 관중들의 시선을 받지 못해 속상해하던 미니백일홍 아씨들을,..

꽃 이야기 2023.08.26

맥문동(麥門冬) 꽃이 만발하는 여름의 끝자락에 붙임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간헐적으로 내리다 그치기를 변덕스럽게 반복하더니, 나그네가 즐겨 찾는 아파트 맥문동 군락지에도 드디어 맥문동 꽃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한반도 어디에서나 빠르면 5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맥문동 꽃이 바야흐로 절정을 맞고 있나 봅니다.모든 꽃이 다 그렇듯이, 멀리서 보면 그저 지나치기 쉬운 흔하디 흔한 보랏빛 풀꽃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길쭉한 꽃대에 노란 수술이 앙증맞은 여섯 개의 꽃잎을 활짝 열고 벌과 나비와 사랑을 속삭이며 나그네를 유혹합니다.겨우살이풀이라고도 부르는 맥문동(麥門冬)은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흡사 겨울을 나는 보리와도 같이 파릇파릇하게 사철 한결같기에 붙여진 이름이라지요. 그래서 뿌리는 약재로 쓰이고, 여린 잎과 줄기는 식용이 되고, 잘 익은 열매를 눈 속에서 ..

꽃 이야기 2023.08.25

가을을 재촉하는 비를 맞은 청초한 나무수국이 늦은 봄부터 개화를 시작한 산수국과 초여름부터 개화를 시작한 수국을 추억하게 합니다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운 봄의 화신 모란이 지기 시작하고, 봄과 여름을 이어주는 열정이 가득 담긴 어여쁜 작약이 만발하기 시작할 즈음, 동네 산책길 산수국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유월 초순 가평의 자라섬에는 온갖 수국이 만개했지만, 나그네의 마음을 빼앗기에는 색감이나 질감면에서 다소 부족했기에, 유월 중순 즈음에 세계적인 유명화가가 심혈을 기울여 영겁의 시간에 걸쳐 탄생시킨 걸작에 비유해도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이는 (제주도) 우도수국꽃길의 파란수국과 분홍수국과 흰수국 등 돌담과 야자수와 바다를 배경으로 수국 가족들이 중심이 된 아름다운 천상의 풍경을 기꺼이 영접했었고, 해 질 녘 (서귀포) 남원해안도로변에는 지중해를 방불케 하는 환상적인 주변 환경에 잘 어울리는 울긋불긋한 지중해식 수국정원뿐만 아니라..

꽃 이야기 2023.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