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171

한여름의 폭염 속 열대식물원에서 횃불생강(에틀린케라 엘라티오르[Etlingera Elatior])과 조우(遭遇)하다

한여름에 재킷을 입고 동굴에 들어가 본 적도 있었고, 한겨울에 추위를 피해 열대식물들이 있는 온실에 들어가 본 적은 있었지만, 한여름만큼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온실에 들어간 적이 없었는데, 올여름의 특별한 폭염은 바깥보다는 오히려 온실이 상대적으로 기온도 낮을 뿐만 아니라, 직사광선을 피할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 속에서, 영흥수목원의 열대식물원에 더위를 피해 들어가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네요.그런데, 일반 건물로 비교하자면 3~4층은 족히 되는 높이의 식물원 중간쯤에서 횃불을 연상시키는 조형물 같은 것이 녹색 숲 속에서 어렴풋이 보여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가까이 가려는데, 반대 방향에서 오는 탐방객들의 대화 속에서 "저건 빨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이쁘긴 이쁘네"하며 ..

꽃 이야기 2023.08.22

빗속의 팔월 수련(睡蓮)

2023. 08. 12.유월의 수련보다 색감이 짙어졌고, 칠월의 수련보다 농익은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가뭄의 단비처럼 시원하게 내리는 팔월의 빗속에서 더욱 선명한 자태로 나그네를 유혹하는 다양한 각종 수련아씨들을 담아봅니다.해가 갈수록 점점 길어지는 듯한 여름이기에, 유월과 칠월에 이어 팔월에도 수련을 찾으며 무탈하게 빠르게 여름이 지나가기를 소망하면서,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추석이 되기 전에 금년 마지막 인사를 나누러 관곡지 연꽃테마파크를 다시 찾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련을 다시 찾게 될 그때까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고 있는 그동안 있었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고와 사건들이 말끔히 정리되고,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일들만 감당하기 힘들게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직은 폭염과 열대..

꽃 이야기 2023.08.20

늦잠꾸러기 꽃 어리연

한여름을 대표하는 수생식물의 대표 격인 연꽃에는 홍련(紅蓮), 백련(白蓮), 수련(睡蓮) 뿐만 아니라, 활짝 핀 꽃의 크기가 불과 1센티미터 남짓한 눈에 보일 듯 말 듯 순백의 청순한 어리연꽃도 있습니다.오전 9시가 지났는데도 꽃잎을 바짝 오므리고 늦잠에 빠져있는 활짝 펴도 작을 어리연꽃이 한층 앙증맞습니다.오전 열 시가 다 되어서야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 단아하게 치장을 한 순백의 드레스를 걸친 어리연 아씨들이 나그네를 보고 활짝 웃어줍니다.혼자는 외로우니까, 삼삼오오 짝을 짓고, 작은 곤충들은 어리연꽃의 향기에 취해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합니다.꽃이 피기 전 어리연은 연못 위에 떠있는 잎사귀 중간중간에 하얀 점을 찍어 놓은 듯, 1미터 남짓한 줄기에서 물 밖으로 꽃봉오리가 얼굴을 내민 채로 무더운 아침을..

꽃 이야기 2023.08.17

말복도 지난 시흥 관곡지 연꽃테마파크 연꽃의 현주소

2023. 08. 12.아쉬운 대로 백련과 홍련이 드넓은 관곡지 연꽃테마파크 중심으로, 아직은 유월말의 그때와 비슷한 개화 상태를 유지한 듯 보였고, 또한 사진 찍으러 온 인파들이 그때 못지않았지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가을을 코앞에 두고 새로 피는 연꽃보다 지는 연꽃이 많고 연밥이 드문드문 늘어나는 것이, 한 여름을 앞두고 지는 연꽃보다 새로 피는 연꽃이 훨씬 많았던, 그리고 새 생명의 태동에 칠월이 기다려지던 미완의 싱그럽던 유월에 비해 초라해 보이기 조차한 안타까운 모습이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지난 유월 말에 처음 왔었고, 축제 전 한가로울 때 가본다고 찾았던 칠월 중순이 다되어가는 초순에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공교롭게도 예년 보다 일찍 시작된 축제 첫날이라 발 디딜 틈 없..

꽃 이야기 2023.08.16

한여름의 보랏빛 버베나

폭염에도 아랑곳 않고 영흥수목원을 입장해서 무궁화동산을 가기 위해 언덕 하나를 내려가면, 뙤약볕에 한층 짙은 보랏빛 버베나가 드문드문 군락을 이루며 보랏빛 벨트를 만들어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내년에는 조금 부지런을 떨어 단양 가곡의 보랏빛 버베나 들판을 거닐어봐야겠습니다.단결이라는 꽃말을 지닌 버베나를 보면서, 광복절 78주년을 맞아 가족의 화합과 평화를 바탕으로 우리 민족이 더 이상은 서로 헐뜯고 편가르고 갈라치기하는 분열의 민족에서 벗어나, 오로지 잃어버린 조국의 광복을 위해 온몸을 바쳤던 자랑스러운 선열들의 뜻을 되새기고,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는 한 민족의 길이 무엇인지, 오직 국민들만 바라보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던 초심을 되찾아, 비록, 함량미달의 한심한 위정자들이지만 석고대죄하..

꽃 이야기 2023.08.15

한여름의 팔방미인 <리아트리스 스피카타>

동네 산책길에서 나름 이쁘게 봐왔던 리아트리스 스피카타를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에 있는 정원에서 뙤약볕 아래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동네 산책길에서 봐 오던 리아트리스 스피카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아름다운 색감과 풍성한 꽃이 저절로 나그네의 발걸음을 붙잡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강원랜드의 리아트리스 스피카타는 동네 산책길에서 보던 리아트리스 스피카타와는 완전히 다른 꽃처럼 보입니다. 강원랜드의 리아트리스 스피카타는 정석대로 위에서부터 꽃이 아래로 피는데 반해서, 동네 산책길의 리아트리스 스피카타는 거꾸로 아래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는 것 또한 본래의 리아트리스 스피카타와는 다른 행태를 보이는 것 또한 같은 이름의 다른 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벌과 나비와 잠자리 까지도 팔방미인이..

꽃 이야기 2023.08.14

물무궁화/단풍잎부용/단풍잎촉규화(蜀葵花)가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만듭니다

무궁화가 피고 연꽃이 피는 연못가에 수련을 내려다보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만개하는 더없이 아름다운 여름꽃이 있으니, 바로 물 위에서 피는 무궁화라 하여 물무궁화라고 부르고, 잎이 단풍잎과 닮았고 꽃은 연꽃 저럼 아름다운 부용을 닮았다 하여 단풍입부용이라고도 부르고, 접시꽃처럼 큼직한 꽃이 해바라기처럼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하여 단풍잎촉규화라고도 불려지고 있는데, 요즈음은 단풍잎부용으로 통일되게 부르는 경향이 있는 듯싶네요.부여 궁남지의 연꽃단지에서 수련과 함께 있던 단풍잎부용을 보았을 때, 세상에 이렇게 아름답고 고운 꽃도 있었구나 하는 감탄에 행복했었는데, 지난주 수원 영통의 영흥수목원 분수연못가 풀섶에 핀 단풍잎부용을 보고는 또다시 감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꽃이 바로 물무궁화요 단풍잎촉규화요..

꽃 이야기 2023.08.13

배롱나무 꽃이 만개한 병산서원의 여름 풍경

2023. 08. 06.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의 병산서원은 복례문 안팎이 온통 배롱나무 꽃으로 뒤덮여 한 여름을 울긋불긋 화려하게 수놓습니다. 무려 사백 년을 훨씬 넘긴 다섯 그루의 배롱나무가 병산서원 본건물 뒤꼍에 보호수로 지정되어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초여름에 해충들이 극성을 부리니, 안동시청 공무원들이 살충제를 듬뿍 뿌렸다 하는데, 너무 독한 살충제를 살포했는지, 개화도 늦었을 뿐만 아니라, 예년에 비해 꽃이 빈약해 보이지만, 사백여 년의 풍파를 겪어낸 나무들인지라, 별 탈 없이 여름을 지나는 듯싶어 천행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입신양명한 관리들이 관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궁궐을 드나드는 모습이 마치 닭의 벼슬과 같다 하여 벼슬아치라 불렀다는 속설이 있는데, 배롱나무 꽃이 닭의 벼슬 같이 생겼다 하..

꽃 이야기 2023.08.11

안동(애기)무궁화

2023. 08. 06.키가 작은 왜성형(矮性型)의 백단심(白丹芯) 홑꽃인 애기무궁화가 어엿하게 안동무궁화로 세상에 알려진 지도 여러 해가 지났지만, 안동 민속박물관 옆 민속촌 입구의 무궁화동산 한반도 모형의 정원에 심 궈진 묘목들이 작년이나 올해나 키는 비슷하고 꽃도 앙증맞게 허리를 숙이고 눈에 불을 켜야 겨우 찾을 수 있지만 언제나 변함없는 깜찍한 모습으로 나그네를 반겨줍니다.민속촌에서 월영교를 건너 월영공원에는 월영교를 흐르는 안동댐을 내려다보고 있는 조금 성장이 빠른 애기(안동)무궁화가 폭염 속에서 서른여섯 시간의 개화시간에 걸맞게 바람개비처럼 시원한 바람을 간간히 불러옵니다.무궁화동산의 애기무궁화보다는 송이가 조금 더 커 보이는 안동무궁화가 제법 다 자란 듯싶은 나무에 옹골지게 매달려서 한여름의..

꽃 이야기 2023.08.10

또 다른 여름꽃 누리장나무에 꽃이 피었습니다

이른 봄부터 널찍한 잎에서 나는 냄새가 누린내가 난다 하여 붙여진 누리장나무가 팔월에는 백합 향기와 비슷한 향을 지닌 밝은 빛깔 꽃을 피웁니다.어찌 보면, 사람들은 누리장나무와는 반대로 나이가 들수록 좋은 향기보다는, 새잎이 나면서 과히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누리장나무의 유년기와 비슷한 노년기를 맞습니다.더군다나, 누리장나무는 꽃이 떨어지고 가을이 오면, 빨간 다섯 개의 꽃받침 위에 사파이어 보석 같은 열매가 누리장나무의 노년기를 아름답게 꾸며줍니다.될 수만 있다면, 나그네도 누리장나무의 노년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싶습니다.

꽃 이야기 2023.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