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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화가 흐드러진 봄 풍경

2025. 03. 17.꽃샘추위에 아랑곳없이 꽃대궐 긴 터널을 만든 휴애리의 동백나무숲길 아래 설산 한라를 사모하 듯, 눈 덮인 백록담 남벽을 향해 춤을 추듯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고운 여인의 자태를 하고 촘촘하게 서있는 홍매화가 휴애리의 봄을 견인하고 있는 또 다른 하나의 주인공이 되어 있습니다.마치 절정을 막 지나고 있는 듯, 풍성한 꽃을 그대로 달고 있는 동백나무 아래, 동백꽃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듯 가녀린 팔을 올려 뻗었다 때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며 춤을 추는 무희의 춤사위처럼 홍매화는 저절로 흥을 돋우고 화려한 휴애리의 봄은 무르익어갑니다.코끝을 스치는 홍매화의 단아한 향기는 짙은 서향 향기와 더불어 휴애리의 봄을 향기 속에 한껏 가두고 있습니다.멀리서 보기엔 진분홍의 꽃이 하나처럼..

제주도 이야기 2025.03.25

전주수목원의 봄(1)-풍년화

2025. 03. 11.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동편 약초원과 공사 중인 생태체험관 사이에 멀리서도 감지되는 풍년화가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열이틀 전 멀리서는 알아보기 힘들었던 노란색 풍년화(베르날리스)와 붉은색 풍년화(비목눔 풀리케리다운)가 저주와 악령이라는 섬뜩한 꽃말과는 어울리지 않게, 흡사 아리따운 무희들의 춤사위가 돋보이는, 주변의 공사로 다소 어수선한 가운데에서도 수목원의 무도회장 같은 분위기에 빠져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봄을 만끽합니다.베르날리스풍년화풍년화'비목눔 풀리케리다운'

여행 이야기 2025.03.14

용궐산하늘길 늦잠꾸러기 봄

2025. 03. 10.저 문을 통과하면 입신양명 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친 황하를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처럼 새롭게 펼쳐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삶에 대한 소중한 소망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오롯이 가슴에 품고 따스한 봄볕을 아래 트레킹을 시작합니다.작년 2월 말에는 일찍 찾아온 봄 덕분에 용궐산하늘길 시작 전, 경사진 둔턱 아래 만첩흰매실 꽃이 만발해서 용궐산하늘길 등용문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로 꽃과 벌과 나비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다가, 정작 용궐산하늘길 트레킹은 시작도 못해보고 꽃밭 속에서 바라만 보다 왔었는데...... 이번봄은 지난겨울의 헤어나기 힘든 충격 속에서 유독 더디게 시작되는 것 같아, 최대한 늦춰서 잡은 봄 여행 일정 중 가장 늦은 날에 용궐산하늘길의 만첩흰매실 꽃을 ..

여행 이야기 2025.03.12

내장사의 봄은 관음전 앞뜰 서향으로부터 오나 보다

2025. 03. 09.열흘 전만 해도 눈이 가득 쌓여있던 내장사 천왕문과 정혜루 사이의 작은 연못 둘레길은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겨울의 흔적을 말끔히 지운 채로 봄을 맞습니다.가림막 안에서 크레인이 바삐 움직이고, 쇠망치 소리가 경내를 울리던 열흘 전과는 완전 다른 모습의 대웅전 공사 현장은 석가래와 통나무 기둥을 내리고 있는 대형트럭을 보고 있노라니, 내장사 경내에서도 살짝 봄이 느껴집니다.그러나, 진정한 내장사의 봄은 하얀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얼음 알갱이에 덮여있는, 곧 터뜨릴 것 같은 서향(천리향)의 붉은 꽃망울에 안착해 있습니다.머잖아 석가래가 올라갈 대웅전이 웅장하게 내장사 경내의 중심이 될 즈음 중생들은 서향의 향기에 취할 듯합니다.내장사를 나와 내장산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서 봄을..

여행 이야기 2025.03.11

시나브로 강천산에 온 봄

2025. 03. 07.강천산에도 시나브로 봄이 찾아왔습니다.한 주 전만 해도 잔설이 그대로 쌓여였던 표지석 앞은 말끔하게 봄맞이 채비를 끝냈습니다.병풍폭포는 어느새 얼음빙벽을 떠나보내고, 봄기운이 완연한 폭포수가 쉼 없이 봄을 떨어 뜨리고 있습니다.겨우내 안전사고 예방차원에서 출입을 막아놓았던 숲 속 데크 산책로가 대부분 열리고, 아직은 지난가을의 흔적들이 데크길에 그대로 남아있건만, 봄이 가을과 겨울을 한꺼번에 밀어내고 시나브로 강천산을 싱그러운 풍경으로 만들 채비를 마쳤습니다.계곡에는 눈이 그대로 쌓여있고, 산책로 가장자리에는 잔설이, 산책로 가운데는 눈이 녹아 질퍽했던 한 주 전과는 달리, 강천산 계곡과 산책로는 겨울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버리고, 싱그럽고 뽀송뽀송한 봄이 찾아왔습니다.경칩을 전후해..

여행 이야기 2025.03.08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서 봄을 찾아봅니다.

2025. 02. 27.나그네는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을 진심 사랑합니다. 전주에서 30년 이상 살고 있는 지인이 전주수목원의 존재감을 모르고 있음에 깜짝 노랐지만, 나그네는 2019년 봄에 처음 방문한 이래로 철이 바뀔 때마다 적어도 계절마다 두 번 정도는 방문하게 되는 최애 수목원입니다.주말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여유로운 무료주차장 이용과 무료입장은 유료로 이용해야 하는 고속도로휴게소의 보상버전이 아닌가 혼자만의 해석을 해봅니다. 거기에 더해, 작년 가을부터 현대식으로 리모델링 중이던 주 출입구가 운치 있고 모던하게 완공되어, 한층 고급스러움과 편안함이 돋보입니다.공교롭게도 작년보다 따스한, 작년과 같은 날에 영춘화는 물론이고 복수초와 설강화가 활짝 피어 반겨줄 것으로 기대하고 찾은 수목원의 수생식물..

여행 이야기 2025.03.01

우화정(羽化亭)에도 봄은 오는가?

2025. 02. 27작년 12월 초순에 보았던 내장산 우화정의 풍경은 시공을 뛰어넘어, 바로 엊그제 본 풍경처럼 크게 다름이 없습니다.해돋이뿐만 아니라, 해넘이도 진심인 우화정이 지난겨울을 의연하고 무던하게 잘 견뎌내고 봄의 희망을 기다립니다.우화정의 윤슬이 황홀경을 만들어 주고, 원앙이 찾아오는 4월이 돌아오면, 물가에서 손에 손잡고 샛노란 개나리 아씨들이 환하게 웃으며 자리하듯이, 우리에게도 가슴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윤슬처럼 진정 봄을 만끽할 수 있도록, 반짝이는 새로운 희망이 샘 솟아나길 기원합니다.

여행 이야기 2025.02.28

봄을 기다리는 논병아리

2025. 02. 20.막바지 기습적인 한파에도 불구하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논병아리와 논병아리 보다 배는 커 보이는 물닭이, 마치 논병아리의 크기를 짐작케 해 주려는 듯 나란히 포즈를 취해줍니다.워낙에 빠릿빠릿한 논병아리가 눈에 띄기 바쁘게 잠수를 해서 어디론가 멀리 달아나는 통에 좀처럼 사진으로 남기기 쉽지 않건만, 웬일인지 유유자적 몸집이 큰 다른 조류들이 없는 한적한 물 위에서 평화스러운 유영을 즐깁니다.아마도 봄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궁금하여 이리저리 떠다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마치, 우리가 봄을 기다리는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어쩌면, 우리의 봄은 계절보다 조금 천천히 찾아오지 않을까 싶은 조바심을 내면서, 진정한 봄을 향한 가슴을 활짝 열고 또 하루하루를 견뎌..

여행 이야기 2025.02.21

봄을 준비중인 안동 봉정사

2025. 02. 16.입춘이 지난 지도 보름이 다 되어가건만, 아직은 겨울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의 아침은 을씨년스럽기 조차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 맞을 준비로 노송이 가득한 진입로 복원공사로 일주문 주변 도로가 울퉁불퉁, 대웅전 주변에는 공사차량과 인부들이 이른 아침부터 고즈넉한 산사를 시끌벅적 북적이게 하며 봄 맞을 준비가 한창입니다.미처 산봉우리를 넘지 못한 하현달이 봄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전라의 시커먼 나뭇가지에 걸린 채로 혼돈 속의 사바세계를 그대로 구현하고 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정사와 영산암을 오르는 길 옆, 여름이면 백일홍이 가득한 작은 꽃밭 입구에는 홍매가 조금씩 눈을 떠가며 유유자적 봄을 기다립니다.아직은 겨울이 그대로 머물고 있는 봉..

여행 이야기 2025.02.19

만추의 내장산 서래봉 아래 벽련암에는 봄이 함께있었다

2024. 11. 25.내장사 일주문에 들어서기 직전 오른쪽 가파른 산비탈길 서래봉 가는 길목의 벽련암 가는 길 양편에는 곱디고운 애기단풍잎들이 누군가가 일부러 사진을 찍으려 인위적으로 연출이라도 해놓은 듯 가지런하고 촘촘하게 떨어져 쌓이고, 산속은 온통 단풍 든 나무들이 만추의 내장산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습니다.암자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규모의 벽련암에도 어느덧 가을이 막바지 떠날 채비를 마친 듯, 곱게 물든 단풍잎들이 이따금씩 부는 바람에 날려 발아래 휘리릭 떨어져 쌓이고, 흰구름이 사랑방인양 걸터앉아 있는 서래봉을 푸른 하늘이 선명하게 눈앞 가까이 데려다줍니다.이른 봄부터 담장아래 피기 시작한 자색달개비가 여름을 지나고 가을의 끝자락에서도 면면히 피었다 지었다를 반복하기에 벽련암에는 아직..

여행 이야기 2024.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