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171

비수리(야관문)가 막바지로 꽃을 피우는 어느 가을풍경

여름 내내 꽃이 피고 있었건만, 관심 갖지 않고 보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은 비수리 꽃이 가을로 접어들면서 막바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밤에 잎이 서로 붙어 있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밤의 빗장을 여는 문"이라는 뜻의 야관문(夜關門)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남성의 정력에 도움이 되는 약초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눈과 간 등의 건강에 도움이 될 뿐, 남성의 정력에 도움이 되는 약효는 없다고 합니다. 비수리 입장에서 보면 밤에 입이 서로 붙어있는 특성 때문에 그런 오해를 받아 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까지도 정력에 좋다고 믿는 남성들은 비수리로 술을 담가 복용하는데, 비수리를 술로 섭취하는 방법은 꽃이 피기전이나 만개하기 전에 뿌리째 채취해서 잘게 썰어 ..

꽃 이야기 2023.09.22

앙증맞은 고마리꽃이 세상을 정화시키는 계절입니다

번식력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하천변이 밤하늘에 하얗고 붉은 은하수를 깔아놓은 듯 눈부시게 변해버렸으니, 그만 번식을 멈춰달라고 "고만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것은 아닌가 싶은 고마리가 앙증맞은 꽃을 피워 아침 산책길의 나그네를 설레게 합니다.흰색과 붉은색 물감을 빠레트에 반반씩 섞어 놓은 듯한 모습에서 백색의 고마리꽃이 세상의 부조리와 탐욕을 정화시키느라 붉게 오염된 것이라고, 나그네는 고마리가 오염된 하천 주변이나 하천에 버려진 폐수뿐만 아니라, 어지러운 세상을 정화시켜 주는 고마운 꽃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마치 하얀 메밀꽃이 하천변을 환하게 수놓은 듯 한 백색의 고마리꽃 군락이 붉게 물들기를 거부한 채로 하천을 온전히 정화시켰음을 인증이라도 하려는 듯 시나브로 가을 속으..

꽃 이야기 2023.09.21

세잎쥐손이와 큰세잎쥐손이가 예쁘게 핀 가을 산책길

9월이 시작되면서 산책로 수풀 속에서 평소에 보이지 않던 고마리꽃만큼이나 한 쥐손이풀(풍로초)로 보이는 앙증맞은 꽃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생김새는 쥐손이풀과 닮았지만, 쥐손이풀은 개화시기가 6~8월이기에, 이 시절에 설혹 쥐손이풀이라 하더라도 늦깎이 한두 송이면 몰라도 하루하루 꽃의 개체수가 늘어난다는 건 잎이 다섯 갈래인 쥐손이풀이 아닌 듯 해, 자세히 살펴보니 잎이 세 갈래로 갈라져 있어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에서는 이를 세잎쥐손이라 칭하고 8~10월에 개화한다고 하니, 이 가을에 나날이 꽃의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잎이 세 갈래인 세잎쥐손이가 앙증맞게 어여쁜 꽃을 피우는 산책로는 고마리꽃과 함께 "코스모스와 백일홍 아래는 내 세상이다"라는듯 빠르게 산책로의 풀숲을 점령해 가고 있습니다...

꽃 이야기 2023.09.20

만항재의 初가을(4)-이질풀

2023. 09. 07.만항재 야생화탐방로 양편 숲 속에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는 연분홍 이질풀꽃이 여름과 가을을 이어주는 오작교 같은 역할을 예쁘게 연출하고 있습니다. 비록, 변산반도 해안에 핀 이질풀꽃에 비해서 다소 화려하지는 않지만, 산골에 사는 새색시처럼 소슬바람에 앳된 얼굴을 돌리며 수줍게 웃는 모습에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만항재는 어느새 가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8~9월에 피는 이질풀꽃이 잠시 만항재를 수놓으며, 시월에 찾아올 새로운 야생화에게 기꺼이 자리를 양보할 이질풀꽃에서 나무하러 깊은 산속으로 떠난 서방님을 기다리는 고운 새색시가 연상되니, 새색시라는 꽃말을 붙여준 것은 아닌지 억지스러운 유추를 해봅니다. 다가올 시월의 깊어가는 가을에, 야생화탐방로에는 어떤 새로운 주인이 자리하고 있을..

꽃 이야기 2023.09.19

큰낭아초(狼牙草 Indigofera bungeana craib)라 불리는 인디고가 풍성하게 꽃을 피운 초가을입니다

인디고(indigo)라는 낭만적인 영어 이름과는 달리, 조금 무시무시한 느낌의 한자 이름인 큰낭아초(狼牙草) 꽃이 만발했네요. 인디고라는 어감이 좋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청바지등을 물들이는 쪽빛 염료의 이름도 인디고, 발리의 리조트 이름도 인디고, 대중에게 꽤 알려진 음악 밴드도 인디고, 다양한 업종의 회사명으로도 인디고가 쓰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학교이름 까지도 골고루 널리 사용되고 있기에, 학명이 인디고페라 틴토리아(indigofera finctoria)라는 인디고는 낭아초 혹은 큰낭아초라고 부르는 편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릅니다. 낭아초는 주로 해안가 주변에 자생하는 키가 작은 식물인 반면에, 내륙에 자생하는 대부분의 낭아초는 키가 2미터 안팎으로 낭아초 보다 상대적으로 키도 크고 풍성해서..

꽃 이야기 2023.09.18

만항재의 初가을(3)-투구꽃

2023. 09. 07.해발 1,330미터, 산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강원도 정선군과 태백시와 영월군이 함께 만나는 만항재는 어느새 가을이 시작되었는지, 9월 초순의 한낮기온이 20도를 밑돌고 있습니다. 물론, 역대급 폭염이 한창이었던 7월 하순의 한낮 기온도 22도 안팎이었던 기억을 돌이켜 본다면, 피서는 바다로 갈 것이 아니라, 자동차 길이 잘 뚫려있는 대한민국에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가 제격이 아닌가 싶습니다.4월에는 얼레지꽃이, 5월에는 벌깨덩굴이, 6월에는 범꼬리와 쥐손이풀(풍로초)이, 7월에는 큰수염까지와 동자꽃과 기린초가 만개하니, 만항재 야생화탐방로의 주인공들은 달이 바뀔 때마다 차례대로 질서 있게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순리대로 반복하고 있는 듯싶습니다. 탐욕스럽고 흉..

꽃 이야기 2023.09.16

변산 노루목상사화길(2) (위도상사화)

2023. 09. 02.부안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변산해수욕장 아래 송포항에서 시작되는 부안마실길 2코스는 일명 노루목상사화길이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 송포항 서남쪽 해안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하면서부터 하나 둘 붉노랑상사화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변산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약간 경사진 해안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넓은 언덕 위에 하얀 위도상사화가 바다 건너 위도를 그리워하듯이 한결 같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장관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채석강에서 가깝게 보이는 위도가 원산지인 위도상사화는 위도에서만 자생했기에 그리 이름이 붙여졌겠지만, 이곳 노루목상사화길에는 마치 계란의 흰자위가 가운데 둥글게 위치하고, 계란의 나머지 부분은 노른자 같은..

꽃 이야기 2023.09.12

변산 노루목상사화길(1) (이질풀꽃)

2023. 09. 02.공교롭게도 1년 전 같은 날 오후에 붉노랑상사화를 찾아왔건만, 지천에 깔려있는 붉노랑상사화와 위도상사화는 뒷전으로 하고, 이질풀꽃을 찾느라 상사화 군락지를 여러 차례 돌면서 눈에 불을 켜고 도감에는 키가 50cm까지 자란다고 되어있지만, 노루목상사화길의 이질풀은 불과 10cm 안팎의 작은 키에 상사화 속에 섞여 있으니, 다행스럽게도 상사화의 잎이 일찍 떨어져 그나마 이질풀꽃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개체수가 작년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꽃의 빛깔도 작년만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초가을인 요즈음 한창인 만항재의 이질풀꽃 보다 키는 훨씬 작지만, 색감은 꽃말인 새색시를 모른다 하더라도 곱디고운 여인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다른 곳에 비에 키가 작..

꽃 이야기 2023.09.11

만항재의 初가을(2)-오이풀

2023. 09. 07.잎을 비비면 오이 냄새가 난다 해서 오이풀이라고 한다지요. 부들과 더불어 꽃꽂이할 때 약방의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하는 오이풀의 꽃과 한약재로 쓰이는 오이풀의 뿌리는 쓰임새로 볼 때 오이보다 훨씬 뛰어나지 않나 싶을 뿐만 아니라, 붉은색 꽃이 만발한 오이풀 꽃은 노란 오이꽃과는 사뭇 다르게 가을의 길목에서 붉음의 절정을 보이며 초가을을 재촉하여 가을 속으로 만항재를 인도합니다.만항재 야생화 탐방로에서 가을을 부르는 소슬바람에 이리저리 꺾일 듯 휘지만 결코 꺾이지 않는 오이풀의 유연함은 나그네가 삶에서 맞닥뜨리게 될, 힘에 겨운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결코 굴하거나 꺾이지 말고 융통성 있게 대처하라는 가르침을 주기 위해 빨간 오이풀 꽃이 해발 1,330 미터 고지에 까지 나그네를 ..

꽃 이야기 2023.09.10

만항재의 初가을(1)-동자꽃

2023. 09. 07.영상 17도를 가리키는 정오에 가까운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의 경계에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최고 높은 고지에 위치한 만항재의 야생화 탐방로는 거친 바람이 여름을 밀어내고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듯, 바람에 고개가 꺾일 듯 숲 속 중간중간에 귀하게 남아있는 동자꽃이 심하게 흔들리는 초가을의 만항재는 머잖아 겨울이 시작될 듯 스잔하다 못해 차가운 삭풍 같은 바람이 나그네의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https://tglife1.tistory.com/m/1118 정선 만항재 동자꽃2023. 07. 20.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는 바로 해발 1,330미터인 만항재라고 합니다. 만항재는 고지대라서 그런지 도심보다 평균 섭씨 5~10도 정도 기온이 ..

꽃 이야기 2023.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