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171

달맞이꽃과 함께 여는 아침

달맞이꽃이 새벽 산책길에 하나 둘 눈에 들어오니 반갑기 그지없지만, 여름부터 가을까지 전국방방곡곡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어 친근하기 그지없지만 칠레에서 바다를 건너 이 땅에 정착한 귀화식물이랍니다.비탈진 기슭에도 냇가에도 숲 속에도 씩씩하게 적응하며 해가 지면 폈다가 해가 뜨면 수줍게 꽃잎을 닫아버리는 꽃이라서 감성적으로 예쁘게 이름을 붙여놓아 달맞이꽃이 되었나 봅니다.유월이 시작되면서 달맞이꽃은 산야를 조금씩 점령해 나가면서 시나브로 봄을 밀어내고 여름을 노랗게 물들이며 가을을 끝까지 함께 아우를 긴 달맞이꽃 시간이 바야흐로 막 시작되고 있습니다.

꽃 이야기 2023.06.02

꽃양귀비가 봄과 여름을 이어주는 유월을 시작합니다

꽃양귀비가 각양각색으로 피어나는 유월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면 울긋불긋 화려한 자태에 습관적으로 눈길이 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 마다 특유의 이목구비가 조금씩 다르듯이, 꽃양귀비도 송이송이마다 특유의 아름다운 자태로 가는 봄을 잠시 멈춰 서게 합니다. 하늘하늘 거친 비바람에 꺾이고 스러져도 찬연한 아침햇살에 눈맞춤하는 여유로움을 유월의 꽃양귀비로 부터 배우면서 유월은 꽃양귀비처럼 화사하고 아름다운 계절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꽃 이야기 2023.06.01

낙동강변에서 함께 어우러진 유채꽃과 금계국

2023. 05. 27.이른 봄 제주에서 시작된 유채꽃의 향연은 늦은 봄 낙동강변 안동금계국테마공원에서 기나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으려나 봅니다.그것도 안동금계국테마공원의 한가운데에서 샛노래서 노랑노랑한 금계국의 초대를 받고서, 상쾌한 기분이라는 꽃말의 금계국에 어울리게 쾌활/명랑/희망이라는 꽃말의 유채꽃이 한데 어우러져, 시나브로 떠나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막바지 봄의 향연을, 찬연한 노란빛으로 물들인 낙농강변에서, 세상의 온갖 시름을 내려놓은 채로 오롯이 금계국과 유채꽃만이 활짝 웃고 있습니다.안방을 손님에게 기꺼이 내어 준 금계국이 상쾌한 기분으로 강물에 멋지게 투영되어 봄의 향연을 한껏 달아오르게 채워줍니다.흐릿한 하늘을 올려다보는 유채꽃은 사바세계의 중생들에게 희망을 품고 쾌활하고 명랑하게 살아가..

꽃 이야기 2023.05.31

산딸나무 꽃 위에 싱그러운 안개비 빗방울이 매달린 채 상큼하게 아침을 맞습니다

산딸나무 꽃잎 가장자리에 누군가가 살짝 연지를 발라 놓은 듯 발그스레한 산딸나무 꽃 위에 안개비가 흩뿌려진 아련한 아침을 상큼하게 열어 줍니다.층층으로 쌓아 올린 도시의 랜드마크처럼 산딸나무는 층층이 꽃을 피우며 풍요로운 봄의 꽃잔치를 여름으로 이어주는 견고한 모습과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십자 모양의 꽃잎과 더불어 예수님이 산딸나무 아래서 사망하였다 하여 성스러운 나무로 취급돼 기독교인들의 사랑을 받는 나무라합니다.흰색 꽃잎 사이사이에 발그스레한 꽃잎은 골고다 언덕에서 있었던 그날을 기억하려 하얀 꽃잎 위에 예수님의 보혈을 담아낸 듯 이른 아침에 산딸나무 꽃에 심취해 봅니다.쏟아질 듯 나뭇잎 위에 층층이 쌓여있는 산딸나무 꽃의 풍요롭고 성스런 자태가 또렷하게 보이는 것은 아직 아침 햇살이 안갯속에 갇혀..

꽃 이야기 2023.05.30

이슬비 내리는 정갈한 새벽에 빨간 장미와 인동덩굴의 향기에 흠뻑 취해 봅니다

휴양지 괌을 덮친 2호 태풍 마와르가 다행히도 진로를 오키나와로 틀어서 우리나라를 비켜 갈 거란 뉴스를 듣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새소리에 눈을 뜨고, 이슬비와 함께 산책길에서 진하게 날아오는 향기를 따라 걷다가 빨간 장미와 인동덩굴이 부둥켜 앉고 다정하게 소곤 거리는 듯한 길 모퉁이 앞에 서서 짙은 향기를 발산하고 있는 비에 젖은 장미와 인동덩굴 꽃 가까이 코를 바짝 대고 살며시 눈을 감습니다.처음에는 빨간 장미만 눈에 보이더니 가까이 다가서니 은은하게 노란색과 순백의 꽃을 함께 피우는 인동덩굴이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손짓을 합니다.길 모퉁이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보니 빨간 장미와 인동덩굴 꽃의 멋들어진 콜라보레이션에 이슬비는 내리지만 2호 태풍 마와르가 우리에게만큼은 잔속의 태풍으로 머물다 소멸되기..

꽃 이야기 2023.05.29

안동의 작약(2) - 안동시 예안면 인계리 작약밭

2023. 05. 24.안동시 예안면 인계리에는, 지금은 폐교된 인계중학교 (안동중학교 인계분교) 앞에 표지판도 없고, 도로변에는 주차되어 있는 차량 한 대 없이 적막강산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인기척조차 없는 텅 비어있는 산골마을 중심에 돌보는 손길도 없는 듯 보이는 비교적 너른 작약밭이 있습니다.특별한 관심 없이 지나가면 도로아래 작약밭이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찾기 힘든 곳에 있기에, 관할 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인계중학교 앞 도로변에 주차하고 건너편 도로 아래로 내려가야 한단 정보를 얻은 후에 청량산이 있는 봉화로 넘어가기 직전의 쓸쓸하다 못해 황량해 보이는 산골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인기척은 없는데, 어디선가 스피커에서 흥겨운 노랫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집니다.자그마한 교회가 있는 좁은 도..

꽃 이야기 2023.05.25

아침햇살과 더불어 금계국이 빚어낸,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황홀한 낙동강변의 아침풍경에 풍덩 빠져봅니다

2023. 05. 21.오랜만에 낙동강변에서 해돋이를 맞습니다.언제 봐도 아름다운 해돋이지만 유난히 황금빛으로 물든 강변은 금계국이 있어서 더욱 빛납니다.아침햇살과 함께 담은 금계국은 짙은 황금색이고 아침햇살을 등에 지고 담은 금계국은 밝은 황금색 이처럼 태양은 빛으로 삼라만상을 바꿔 놓습니다.금계국처럼 어느 방향에서든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꽃이 어디에 또 있을까 싶을 만큼 투명하게도 정제된 몸짓으로 '골든웨이브 (Golden Wave)'라는 영어 이름에 걸맞게 적당히 리듬을 타면서 흔들리는 몸짓에서 '상쾌한 기분'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리는 금계국과 함께하는 낙동강변의 해돋이가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시작하게 합니다.낙동강변시민공원에 만들어진 안동금계국테마공원의 규모는 내가 아는 한 국내의 어느 강변 공원..

꽃 이야기 2023.05.23

안동의 작약(1) - 낙동강변

언제부터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안동금계국테마파크 초입에 조성된 작약꽃밭에는 다양한 종류의 작약이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는 딸을 내보낸단 우스꽝스러운 속담이 들어맞는 듯 눈 뜨기조차 불편한 강변 뙤약볕 아래 작약이 환하게 웃고 있다.야리야리한 작약꽃잎을 관통한 봄볕이 작약꽃 빛깔을 한층 선명하게 밝혀주니 세상은 온통 작약이 뒤덮고 있는 듯하다.형형색색 세상의 온갖 작약을 한꺼번에 모아놓은 듯 눈부신 작약의 함박웃음에 눈이 간다.너무 강한 봄볕은 작약 한송이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게 하고, 게슴츠레 뜬 눈으로 대충 담은 작약도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중간중간 숨어있는 화려한 겹작약 꽂을 사진으로나마 한 곳에 모아보는 기쁨은 낙동강변 꽃밭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삼삼오오 모여 정담을 나누고 있는 듯 ..

꽃 이야기 2023.05.19

붉은병꽃나무가 있는 봄

사월엔 병꽃나무가 얼떨결에 찾아왔고 오월엔 붉은병꽃나무가 갑자기 찾아와 봄을 채근질하며 절정으로 몰고갑니다.따스했던 봄볕이 조금씩 따갑게 내려쬐고 따가운 봄볕 아래 붉은꽃병나무가 농익어 가을단풍 못잖은 열정으로 봄을 지켜내고 여름은 머잖은 곳에서 호시탐탐 노려대니,길어진 하루해가 반환점을 돌기전에 봄은 자취를 감추고 여름이 찾아오면 붉은병꽃나문 우리 곁을 떠나겠지요.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은 한날 피고 한날 지지 않으므로 평균적으로 개화가 제일 많은 때을 특정해서 만개했다 축제를 엽니다.일찍 피어나면 일찍 피어나서 반갑고 늦게 찾아오면 늦게 찾아와서 반가운 신통방통한 꽃은 축제와는 무관하게 항상 변함없는 행복의 배달꾼입니다. 붉은병꽃나무의 처음 개화는 그래서 반가웠고 붉은병꽃나무의 만개는 그래서 더욱더 반..

꽃 이야기 202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