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171

정선 만항재 동자꽃

2023. 07. 20.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는 바로 해발 1,330미터인 만항재라고 합니다. 만항재는 고지대라서 그런지 도심보다 평균 섭씨 5~10도 정도 기온이 낮고 숲이 우거져 다양한 야생화가 뿌리내리기에 적합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계절마다 주인공이 바뀌는 야생화의 천국입니다. 여름을 시작하는 칠월의 주인공은 야생화 탐방로 곳곳에서 고운 주황색 얼굴을 하고서 깨금발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고개를 빼고 사방을 둘러보고 있는 동자꽃입니다.옛날 강원도 깊은 산속 작은 암자에 스님 한분이 조실부모한 아기 동자승을 데리고 살았었는데, 겨울을 맞아 산속에서의 겨울나기 준비를 하려고 동자승을 홀로 남겨둔 채 산아래 마을로 내려갔다가, 때마침 내린 폭설 때문에 암자로 돌아가는 길이 막..

꽃 이야기 2023.07.23

태백시 구와우마을의 해바라기축제 시작 전 날 풍경

2023. 07. 20. 연일 계속되던 막바지 장맛비가 잠시 멈추고, 강원도 태백시 해발 800 고지 위의 구와우마을로 해바라기축제 전 날 한가로이 파란 하늘 아래 노란색 파도가 물결치는 멋진 풍경을 담아 볼 요량으로 이른 새벽의 짙은 안개비를 뚫고 도착했지만, 해바라기 축제 당일부터나 입장이 가능하다는 관리자의 안내를 받고, 무거운 발길을 돌려야 했네요.아쉬운 마음에 관리자가 돌아간 틈에 초입의 해바라기 숲으로 살짝 들어가 멀리서나마 해바라기 군락을 보려 했으나, 그 마저도 저지를 당하고 못내 아쉬운 마음을 달래느라 주변을 서성이다 입장권 발매소 바로 옆에 만개한 백일홍을 보며 백일홍을 보러 온 것으로 자기 최면을 하였답니다.어찌나 색감이 선명하고 예쁘게 피었던지, 해바라기가 아니더라도 백일홍을 보는 ..

꽃 이야기 2023.07.21

칠월 안동댐 민속마을에서 만난 해당화 열매에게 붙임

2023. 07. 10.나그네의 기억 속에 꽃으로 너를 비교적 최근에 만난 것이 몇 해 전 유월 어느 날 강원도 고성의 해파랑길 46코스가 지나는 청간정 부근이었고, 그 뒤로 영덕의 바닷가와 선유도해수욕장과 제주도 성산의 해안도로에서 너를 반갑게 만났었지. 그리고, 열매를 맺은 너를 최근에 만난 것은 몇 해 전 칠월 어느 날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이었는데, 같은 곳에서 한 달 정도의 간격을 두고 너를 꽃으로도 만나고 또 열매로도 만난 곳은 네가 즐겨 머무는 바닷가가 아닌 안동댐 민속마을 초입의 작은 연못이라 조금 신기하기도 했지만, 아무런 기대도 없이 너를 만난 반가움은 두 배 이상 크더구나.장마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흐린 날에 그것도 소나기가 한차례 지나가고 난 뒤 햇살이 살짝 비치던 다된 저녁에 한..

꽃 이야기 2023.07.19

붉은인동 꽃의 향기 속에서

봄이 한창일 때 피기 시작해서 여름이 시작하면 세상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는 붉은 인동꽃이 관곡지(연꽃테마파크)의 수세미가 하나둘씩 매달린 아치형 터널의 한쪽을 차지하고 하늘을 향해 마치 통통한 아기발이 연상되는 꽃잎이 하늘을 향해 막바지 칠월 초순을 보내고 있습니다.우리 나가가 원산지라서 그런지 몰라도 전국방방곡곡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꽃이기는 하지만, 한번 뿌리를 내리면 어디서든 씩씩하게 잘 자라는 붉은 인동 꽃이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나 여기 있어요'하는 듯 장마로 습한 초여름을 산뜻하고 향기롭게 만들어 줍니다.타고 올라갈 울타리가 없다고 푸념하지 않고 땅 위를 넓게 차지할 줄도 아는 붉은 인동 꽃의 융통성이야말로 은근과 끈기로 점철된 우리 민초들을 대변하는 우리 민족의 슬기가 그대로 담긴 꽃이 ..

꽃 이야기 2023.07.17

꽃댕강나무 향기에 취하다

종모양의 분홍빛이 감도는 하야디 하얀 꽃이 잘 떨어지고 새순이 댕강댕강 잘 부러진다 하여 이름 붙여진 꽃댕강나무가 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가지가 휘도록 다닥다닥 많이도 피어나 분홍색 꽃받침과 흰색꽃이 적당히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고, 더욱이 향수를 뿌린 여인네들 무리가 지나간 듯한 향기가 아침부터 코끝을 자극합니다.지난 삼 년간 마스크에 막혔던 꽃향기들이 스멀스멀 산책길을 즐겁게 하는 것이 이제는 온전하게 일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나 싶습니다.또한, 지난 삼 년간 꽃은 언제나 같은 색 같은 향기를 지니고 우리에게 찾아왔지만, 온전히 즐길 수 없었던 시간들이 이제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추억으로 남습니다.이제는 경제도 예전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

꽃 이야기 2023.07.16

장마 중에도 활짝 핀 범부채를 대하는 나의 단상(斷想)

호랑이 무늬를 한 여섯 개의 꽃잎이 무더위를 쫓으려는 듯 시원하게 펼쳐진 부채를 연상시키는 범부채가 깊어가는 여름의 지루해진 장마 속에서 나 보란 듯 활짝 피었습니다.밤새 오므리고 있던 범부채 꽃잎들이 늦은 아침이 되어서야 게으른 잠꾸러기들이 마지못해 털고 일어나듯 서서히 열기 시작합니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범부채의 꽃잎들은 밤바람에는 다소 흔들릴지언정 밤비 때문에 고통받는 일은 없을 듯합니다.밤새 내리던 비가 잠시 쉬어가는 여유로운 아침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오므리고 있던 꽃잎을 여는 범부채가 언제 비와 왔었나 싶게 해맑은 얼굴로 활짝 웃어줍니다.여섯 개의 꽃잎은 각기 다른 크기와 길이가 부드럽고 조화로운 곡선을 이루며, 조금씩 색다른 호랑이 무늬의 단장을 하고 지루해진 장맛비가 연출하는 음습한 ..

꽃 이야기 2023.07.15

관곡지(연꽃테마파크) 연꽃

2023. 07. 08.관곡지는 사유지라서 주말에만 공개가 된다 하여, 비록 장마 중이긴 해도 흐린 주말을 골라 어차피 해돋이는 포기한 채로 오전 여섯 시쯤 도착한 관곡지 연꽃테마파크는 때마침 축제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기념행사와 식후 공연으로 아침부터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오전 열 시에 개장하는 관곡지 관람을 위해, 흡사 전국의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총집합이라도 한 듯 시끌벅적한 연꽃테마파크에 머물면서, 아직은 만개했다 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다양한 연꽃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이윽고 관곡지 담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자그마한 연못에는 관곡지에서만 볼 수 있을 듯싶은, 꽃잎 끄트머리가 분홍빛이 감도는 투톤 스타일의 소담스러운 연꽃이 반겨주니, 짧은 시간에 긴 여운을 남게 합니다.비..

꽃 이야기 2023.07.14

안동(애기)무궁화

안동무궁화는 백단심(白丹芯) 홑꽃으로서, 크게 자라지 않는 왜성형(矮性型)이고, 자라는 속도가 일반 품종에 비해 훨씬 느리고 나무 마디가 짧으며, 꽃의 크기 또한 일반 품종의 1/2 정도로 작지만 , 잎이 두꺼워 진딧물에 강할 뿐만 아니라, 안동무궁화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를 닮은 듯, 화분에서 자라기를 원치 않으며, 오롯이 우리 땅에 뿌리내려온, 이제는 안동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삼천리 방방곡곡에 전파되고 있는 진정한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우리나라 꽃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개화 시기는 7월~10월까지이며 개화 시간은 36시간으로,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에 지는 일반 품종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동무궁화는 일반 품종과는 달리, 달 밝은 밤에도 볼 수 있는..

꽃 이야기 2023.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