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375

입춘을 바라보는 백양사의 겨울풍경

2024. 01. 29.아직은 봄이 요원하기만 하건만, 폭설을 동반한 한파가 막바지로 다녀간 입춘을 불과 일주일 남긴 백양사 가는 길은 눈이 거의 녹아있으나, 일광정 앞 약수천 작은 호수 가상자리에는 얼음이 그대로 남아있는 채로 흐릿한 아침하늘 사이로 파란 하늘이 조금씩 새어 나오고, 백학봉의 데칼코마니가 아쉬운 대로 푸른 하늘 틈바구니에서 약수천에 내려앉고, 일기예보는 일교차가 15도를 상회한다 하니, 따스한 봄기운이 시나브로 찾아올 날도 머지않았다 싶습니다.일광정 앞 호수에 살던 오리 떼들이 쌍계루 앞 호수로 놀러 온 듯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하니, 이 또한 백양사의 특별한 겨울풍경이 아닌가 싶습니다.아직 눈이 그대로 쌓여있는 쌍계루 다리를 건너 백양사 경내로 가는 길 입구에 있는 카페에서 잠시 몸도..

여행 이야기 2024.02.13

입춘을 바라보는 내장사의 겨울 풍경

2024. 01. 30.언제부턴가 내장사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 앞 다리를 건너기 전, "부모님 은혜"라는 내장사 대우 스님의 시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시간을 즐기곤 합니다.지난주 내내 폭설로 몸살을 앓던 내장산 일대였는데, 주말 내내 화창했던 날씨가 눈을 많이 녹게 했고, 생각 외로 우화정 옆에 주차를 하고 내장사로 가는 길은, 아이젠과 스패츠도 준비해 갔건만, 기온도 적당하고 눈도 적당해서 장비 없이 상쾌하게 걷기에 안성맞춤입니다.일주문을 지나 눈이 거의 녹은 쭉 뻗은 단풍 터널길을 지나니, 천왕문이 반갑게 맞아주고, 천왕문 안 왼쪽에 꽁꽁 얼어붙은 연못은 풍수지리에 의거 화기를 막기 위해 조선시대에 조성되었다 전해지지만 화재는 그 뒤로도 625 전쟁과 ..

여행 이야기 2024.02.11

내장산 전망대에서 마주한 세상

2024. 01. 30.공교롭게도 눈이 쌓인 한겨울에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사진에서 오른쪽 뾰족한 봉우리에 보일 듯 말듯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내장산의 주봉인 서래봉을 위시해서 서래봉 바로 아래 자리한 벽련암과 우화정과 내장사는 전망대 아래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서로가 같은 것을 바라볼지라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서는 천양지차로 평가를 내리고 서로 너 잘났느니 나 잘났느니 입에 거품을 물고 상대방에게 눈을 부릅뜨고 악다구니를 퍼부으며 손가락질해 대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나이가 들고, 취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끝없이 늘어나는 욕망과 이룰 수 없는 현실의 갈등 속에서, 또한 나날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숨 가쁘게 변화하는 문..

여행 이야기 2024.02.08

일 년 내내 나를 든든하게 지탱해 주고도 불평불만 없이 함께 다녀준 나의 발에게 족욕을 선물했습니다.

겨울비가 살살 뿌려대는 오후에 전주에 있는 족욕샵에서 수고한 나의 두 발에게 족욕을 선물했고, 열심히 셀카봉을 들고 다녀준 두 손에게는 수욕을 선물했습니다.개업한 지 열흘 남짓됐다는 샵 답게 깨끗하고 산뜻한 분위기에 건강에 최고라는 편백나무 인테리어가 마음을 편하게 해 줍니다.환하게 웃으면서 반겨주시는 사장님의 온화한 미소와 몸에 밴듯한 친절이 시작부터 큰 기대를 하게 만듭니다. 약 삼십 분에 걸친 족욕으로 몸에 쌓였던 독성 물질들이 배출되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봅니다.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처음 경험하는 놀라운 광경에 인터넷 검색을 시도했지만, 아직 포털에 등록을 안 하셨다는 사장님의 친절과 미소에 명함도 받고 효능을 직접 체험한 입장에서 다음 기회에 전주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겠다는 여운을 남기..

여행 이야기 2023.12.30

겨울다운 날 오후 산책길

금년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 오후에 때 이른 목련의 꽃몽우리가 눈을 의심할 정도로 꽤나 많이 피어 있습니다. 이대로 겨울을 지날지 궁금하지만, 지난주까지만 해도 봄 기온 같은 겨울의 기상이변으로 목련이 헷갈렸나 봅니다.역시, 날씨에 어울리게 얼음이 가득한 계곡물이 조금씩 조금씩 얼음 밑으로 흐르고, 얼음은 당분간 두께를 더 할 듯합니다.눈 속에서도 꿋꿋하게 피어있던 철쭉이 강추위에는 어쩔 수 없이 꽁꽁 얼어 있지만, 봄까지 이대로 지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남아 주기를, 간절하게 바라봅니다.

여행 이야기 2023.12.21

눈꽃 속의 아침 산책길 풍경

눈은 내리는데 해는 담담하게 떠오릅니다.평소의 산책길과는 달리 한적하기만 합니다.나뭇가지에 걸려있는 해가 보름달을 연상시키고, 눈꽃송이는 점점 기세를 더해 갑니다.말라비틀어져가던 메리골드가 눈 속에서 마지막 멋진 포즈를 취해줍니다. 산책길의 하이라이트인 예쁜 길이 한결 더 아름답습니다.눈의 기세도 수그러들지 않고,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태양도 눈꽃에 뒤질세라 점점 더 중천을 향하고 있습니다.사철나무 열매가 하얀 눈 속에서 한층 상큼해 보입니다.몇 송이 남지 않은 철쭉이 눈 속에서 근근이 견뎌내는 모습이 안쓰럽기 조차 합니다.얼음물속의 오리들이 눈을 맞으며 물놀이하는 모습이 왠지 싱그러운 눈 내리는 아침입니다.

여행 이야기 2023.12.20

병산서원의 초겨울 풍경

2023. 12. 07.겨울이 시작되는 즈음, 사계절의 특징을 모두 함유하고 있는 병산서원을 나그네가 크게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학교의 교문과도 같은 병산서원의 복례문을 바라보며 양쪽에 늘어선 새봄의 화신인 키 작은 산당화(명자꽃)가 이른 봄에 활짝 피었다 지고 나면, 키가 큰 배롱나무가 초여름과 가을까지 붉은 꽃을 피우며 병산서원의 봄과 여름과 가을에 유독 화사해 보이는 복례문으로 들어서면 정면의 만대루 앞에는 물론이고, 광영지에도 커다란 배롱나무가 만개하여 여름과 가을을 아름답게 꾸며줍니다.휴식과 강학의 공간이었던 만대루를 지나 학교의 본관과 같은 강당과 교무실 역할을 했던 입교당과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400여 년 전 오늘날의 특목고와 비슷한 형태의 사학으로 운영되지 않았..

여행 이야기 2023.12.18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

2023. 12. 06."디지털안동문화대전"은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을 아래와 같이 상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의] 경상북도 안동시 이천동에 있는 고려 전기 불상. [개설]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은 속칭 ‘제비원 석불’이라 불리는 마애불의 일종이다. 서쪽을 향한 높은 암벽에 불신을 얕게 새기고 암벽의 위에 불두를 따로 조각하여 올려놓았는데, 머리 뒷부분은 수직으로 잘려나갔다. 얼굴 위의 머리 부분은 소발(素髮) 위로 육계(肉髻)가 크게 솟아나게 만들었는데 얼굴 부분과 또 다른 돌로 만들어 얹었다. 1963년 1월 21일 보물 제115호로 지정되었고, 2021년 11월 19일 문화재청 고시에 의해 문화재 지정번호가 폐지되어 보물로 재지정되었다. 2009년 현재 국가 소유이며, 안동시에서 관리하고..

여행 이야기 2023.12.17

희방폭포 희방사 추억여행

2023. 12. 6.1980년 여름, 지금 절찬리에 상영 중인 서울의 봄 배경이 되었던 그 봄에 열심히 따라다녔던 민주화의 봄을 뒤로하고, 큰맘 먹고 출발했던 10박 11일의 여름 여행 첫 기착지가 바로 희방사였었고, 청량리역에서 출발해서 희방사역에 내려 비를 맞으며 산비탈을 걸어서 희방사폭포 위 희방사 입구에서 빗소리에 계곡물이 넘칠까 노심초사 밤새 잠 못 이뤘던 생생한 기억을 안고, 이제는 폐역이 된 희방사역 대신 자동차로 쉽사리 희방폭포 앞까지 올라가니, 그 시절 비를 맞으며 땀 뻘뻘 흘리면서 걸어 올라가고 있는데, 택시를 타고 희방사로 올라가던 스님을 보면서 수행을 하는 스님은 편히 올라가고, 쉬러 온 여행객은 힘겹게 오르는 것이 꽤나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던 철없던 그 시절을 되돌아보며, 이제는 ..

여행 이야기 202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