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병산서원의 초겨울 풍경

Chipmunk1 2023. 12. 18. 09:38

2023. 12. 07.

겨울이 시작되는 즈음, 사계절의 특징을 모두 함유하고 있는 병산서원을 나그네가 크게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학교의 교문과도 같은 병산서원의 복례문을 바라보며 양쪽에 늘어선 새봄의 화신인 키 작은 산당화(명자꽃)가 이른 봄에 활짝 피었다 지고 나면,  키가 큰  배롱나무가 초여름과 가을까지 붉은 꽃을 피우며 병산서원의 봄과 여름과 가을에 유독 화사해 보이는 복례문으로 들어서면 정면의 만대루 앞에는 물론이고, 광영지에도 커다란 배롱나무가 만개하여 여름과 가을을 아름답게 꾸며줍니다.

휴식과 강학의 공간이었던 만대루를 지나 학교의 본관과 같은 강당과 교무실 역할을 했던 입교당과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가 400여 년 전 오늘날의 특목고와 비슷한 형태의 사학으로 운영되지 않았을까 짐작케 하며, 서애 선생의 높은 학식과 국가를 위한 인재 양성에 쏟았던 열정을 엿보게 합니다.

400여 년 전에 자연 속에서 호연지기를 길러주며, 입신양명의 꿈을 키우도록  나무 한그루를 심어도 나라님을 상징하는 붉은색, 관직을 상징하는 닭의 벼슬을 닮은 꽃이 피는 배롱나무를 심어 여름과 가을을 잘 넘기도록 한 지혜가 돋보입니다.

병산서원을 병산서당이 아닌 서원으로 부르는 것은 서애선생 사후에 선생의 높은 뜻을 기리고자, 후학들에 의해 사당이 세워지고 대대로 제사를 모시는 존덕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서애선생의 13대 후손인 관리인이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존덕사를 출입하는 내삼문 기둥에는 존덕사가 세워진 400여 년 전에 새겨놓은 국가의 안위와 발전을 기원한다는 붉은색 팔괘가 네 개의 기둥에 아직도  선명하기에, 혹시 매년 보수하는 것이 아닌가 했건만, 서애선생의 13대 후손인 관리인의 말에 의하면, 본인이 지켜본 70년 세월에 팔괘를 보수한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도 팔괘를 보수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바가 없다 하며, 본인도 도대체 어떤 염료를 사용했기에 이토록 긴 세월을 지키고 있는지 놀랍다고 합니다.

기록이 없으니, 확인할 방도는 없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는 병산서원이 잘 보존되어 자손만대의 귀감이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