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375

가을의 정취가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백양사의 초겨울

2023. 12. 02.애기단풍을 만나러 오리라 마음먹은 지 오래 건 만 이 핑계 저 핑계로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어서야 백양사를 찾습니다. 지난 9월 초, 백양꽃을 만나러 온 지 정확히 세 달 만에 찾은 백양사는 아직 가을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숨 쉬고 낙엽은 바싹 말라서 작은 바람조차 이겨내지 못하고 이리저리 나뒹구는 백양사 가는 길이 많이 쓸쓸해 보입니다. 더군다나, 사흘 전 불교계를 쥐락펴락 하면서 사바세계를 구하기보다는 더욱더 혼돈스럽게 만들던 승려가 화마 속에서 국가 정보기관에서 수사할 정도의 커다란 의문을 남긴 채로 입적을 했고, 백양사 일주문 현판 아래에는 조문 현수막이 가뜩이나 호젓한 초겨울의 아침을 무겁게 만들고 흐릿해서 우중충한 날씨가 을씨년스럽기 조차 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

여행 이야기 2023.12.15

물안개 속의 해돋이(안동호 선성수상길)

2023. 12. 01.여명을 뚫고 안동시 도산면 선성리 14의 예술과 끼가 있다 하여 명명되었다는 예끼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안동호에서 날아드는 물안개가 반겨줍니다. 도산면 보건지소 앞, 텅 빈 선성수상길 주차장에 여유롭게 주차를 하고, 혹여 물안개가 해돋이를 훼방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경사진 나무데크길을 따라 발그스름하게 물안개 위에 여명이 내려지는 멋진 광경을 바라보며 살짝 언 듯싶은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다소 부담스러운 부교 위를 잰걸음으로 좀 더 가까이 여명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적당하게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호위를 받으며 동이 트기 시작하는 안동호의 중심부를 향해 동으로 동으로 가까워질 때마다 옅은 물안개 너머로 붉은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물안개 위에 머물던 옅은 잿빛 구름..

여행 이야기 2023.12.13

월영교의 해돋이

2023. 11. 26.안동에 내려오면 습관처럼 찾게 되는 월영교에서 물안개의 훼방 없이 제대로 된 해돋이를 보는 것이, 2003년도에 준공되었지만, 200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한 이래로 처음이지 싶습니다. 비록, 영하 6도까지 내려간 초겨울 추위에 온몸이 얼어붙어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지만, 산등성이를 넘어오기 시작한 아침해의 신비스러움에 꼼짝 못 하고 두 시간 가까이 장승처럼 한 곳을 지키고 서서 해맞이를 합니다.시시각각으로 산등성이를 뚫고 성큼성큼 올라오던 해가 순식간에 쑤욱하고 하늘로 떠오릅니다. 대개는 물안개와 구름 속으로 숨기 바빴던 해가 오늘만큼은 아무런 방해도 없이 점점 강물 속에서 멋진 데칼코마니를 만들면서 찬연하게 아침을 열어줍니다.어느덧 월영정 위를 넘기 시작한 강력한 햇볕..

여행 이야기 2023.12.12

여명(黎明)속의 월영교

2023. 11. 26.일몰시각에 등이 밝혀지고, 일출시각에 등이 꺼지는 월영교의 화려한 불빛은 한 달도 남지 않은 동지를 앞두고 새벽 여섯 시가 넘도록 월영교를 지키고 있습니다. 아침 해돋이를 시작하기까지는 아직 한 시간 여 더 남은 다섯 시 오십삼 분, 월영교 동쪽 하늘에서 아스라이 붉은빛이 뚫고 들어오는듯한 착시현상을 느낄 정도로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인식되는 월영교의 새벽풍경을 여명이 밝아오는 것으로 나그네의 뇌가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월영교는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지만, 해돋이 직전 여명(黎明) 속에서 점점 빛을 잃어가는 월영교의 새벽풍경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야경과는 달리, 태양에 압도당하면서도 새로운 희망이 잉태된 채로 벅찬 하루를 서서히 열어젖히기 시작합니다.영하 5도를 오..

여행 이야기 2023.12.11

안동의 화천서원을 대하는 나그네의 단상(斷想)

2023. 11. 24.한국관광공사가 뽑은 대표관광지를 소개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는 화천서원을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안동 하회마을 부용대 동쪽 기슭에 위치한 화천서원은 조선 중기 퇴계학문을 수학한 겸암 류운룡(1539-1601년) 선생의 넋을 기리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유림의 뜻을 모아 1786년 건립되었다. 이후 1868년 고종 5년 서원 철폐령으로 강당과 살림집으로 쓰인 주소만 남기고 헐게 되어 한동안 화천서당으로 불렸으나 이후 서원의 훼철을 아쉬워하던 후손들이 1966년부터 기금을 모아 여러 건물을 복원 1996년 지금의 서원형태를 완성하고 복설고유를 올렸다. 경내에는 사당 경덕사, 강당 숭교당, 동재와 서재, 문루 지산루, 원문 유도문, 주소 전사청이 있다. 부용대 오른쪽 숲..

여행 이야기 2023.12.10

부용대에서 보는 하회마을

2023. 11. 24.한국관광공사가 뽑은 대표관광지를 소개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은 부용대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부용대는 태백산맥의 맨 끝부분에 해당하며 정상에서 안동 하회 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높이 64m의 절벽이다. 부용대라는 이름은 중국 고사에서 따온 것으로 부용은 연꽃을 뜻한다. 하회 마을이 들어선 모습이 연꽃 같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하회 마을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 부용대라 부른다. 처음에는 ‘하회 북쪽에 있는 언덕’이란 뜻에서 ‘북애’라 불렸다. 아래로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곳에 옥연정사, 겸암정사, 화천서원이 자리하고 있다.] 오래전 여름휴가 때, 자연 그대로의 흙먼지를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려서 도착한 병산서원 앞 강변에서 시작된 래프팅이 끝난 ..

여행 이야기 2023.12.09

동장군을 맞는 선성수상길

2023. 11. 23.한국관광공사가 뽑은 대표관광지를 소개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은 선성수상길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안동 예끼 마을에 자리한 선성 수상 길은 물 위에 놓인 그림 같은 길이다. 선성현 문화단지와 안동 호반자연휴양림을 연결하는 이 길은 약 1km 길이에 폭 2.75m에 이르는 데크로 조성됐다. 독특하게도 물 위에 뜨는 부교 형태라, 바람이 불어 안동호에 잔잔한 물결이 생기면 선성 수상 길도 따라서 부드럽게 흔들린다. 또 물이 많고 적음에 따라 부교의 높낮이도 달라진다. 그야말로 안동호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길인 셈이다. 선성 수상길 중간에는 1974년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예안 국민학교를 추억하는 공간이 풍금과 책걸상, 그리고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마을 흑백사진으로 꾸며..

여행 이야기 2023.12.08

물안개에 갇힌 월영교

2023. 11. 22.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 자부하는 안동이 또한 호반의 도시라 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여명이 밝아 올 시각에 자욱한 물안개에 완전 점령되어 천지를 분간할 수 없는 월영교 위를 걷다 보면 안동이 호반의 도시임을 저절로 알게 됩니다. 일출시간까지 환하게 밝혀주던 전등불이 꺼진 아침 7시가 지나고 열 시가 가까워 오건만 월영교는 여전히 물안개 속에 깊이 파묻혀 있습니다.찬란하게 비춰야 할 아침해가 물안개에 파묻힌 채로 둥근달의 모습으로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며 월영교를 여명 속에 가두고 시공을 초월한 채로 오전 열 시가 지나도록 동은 텄으나 어둠은 여전히 월영교를 뒤덮고 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태양빛을 이기지 못하고 서서히 물안개가 옅어지면서 강 한복판에 비친 태양이..

여행 이야기 2023.12.07

청송 주산지(注山池) 만추

2023. 11. 21.청송의 주왕산국립공원 내에 있는 주산지는 축조된 지 300여 년이나 지났지만, 20여 년 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세상에 알려진 이래로 셀 수 없이 많이 다녀갔건만, 유독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는 한 번도 다녀간 기억이 없고, 봄과 여름과 겨울에만 다녀갔고, 이번에도 가을이라 하기에는 다소 억지스러운 영하 5도를 밑도는 새벽 늦가을의 끄트머리를 붙잡은 채로 어스름한 어둠을 뚫고 주산지를 향해 발길을 재촉합니다.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첫 번째 전망대 앞의 기묘하게 생긴 수령을 가늠하기 어려운 버드나무가 여전히 건장하게 주산지의 수호신처럼 시시각각 여명이 밝아오고 아침해가 떠오르는 방향과 강도에 따라 다양한 색조로 변신하는 앙상..

여행 이야기 2023.12.06

시가 있는 월영교의 만추

2023. 11. 20.안동의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어진 월영교 카페는 어느덧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아름답게 꾸며지고, 월영교의 만추는 따스한 가을볕으로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을 강물에 물들이고 있습니다.이제는 시가 눈에 들어오고 만추의 절절한 그리움이 어느 것 하나 가슴 울리지 않는 시구절이 없는 월영교의 시가 있는 산책길이 오늘따라 파란 하늘과 강물을 가로지른 나지막한 산자락이 절제된 슬픔을 감싸 안으며 가을을 보냅니다.월영교 산책길의 왕벚꽃 앙상해진 나뭇가지가 죽은 듯 강 위를 지나면서,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 위로 뻗어 나고, 하얀 겨울을 견디며 봄볕에 꽃을 피우고 잎을 돋우며, 화려한 월영교를 꿈꾸게 합니다.원이엄마 테마길 건너편 산아래 나무들이 서서히 막바지 낙엽을 떨구고 월영교의 만추는 더 ..

여행 이야기 202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