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01.
처음 올레길을 걸었던 2016년 1월, 10-1 코스인 가파도를 모슬포항 여객터미널을 통해 입도했었고, 2017년 11월, 올레길을 두 번 완주한 기념으로 1박 2일 해넘이와 해돋이를 보기 위해 송악산아래 유람선 선착장에서 마라도로 입도했었고, 2018년 10월에는 또다시 가파도와 마라도를 모슬포항 여객터미널을 통해 입도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제법 여객터미널 다운 면모로 새롭게 갖추고 모슬포항과 송악산 유람선 선착장 중간 지점에 운진항이 개항되어 2021년 3월 말, 극심한 미세먼지가 전국을 덮쳤었고, 제주도는 육지보다 더 심각했던 그때부터 지금 까지 마라도와 가파도를 운진항을 통해 왕래하곤 합니다.
작년 늦은 봄, 오월의 마지막날 가파도에 가기 위해 모슬포항 부근에 숙소를 잡고, 우연히 해질 무렵 운진항 방조제 길을 걷다가 맞닥뜨린 저녁노을의 화려 하고 웅장함에 놀라, 그 후부터 나그네에게 운진항은 새로운 해넘이 명소로 기억되게 됩니다.
수월봉에서 운진항의 해넘이를 보기 위해 바삐 달려오니, 서쪽 바다 위로 서서히 해무리가 만들어지고 빠르게 일몰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해무리를 걷어낸 태양이 서쪽하늘을 불태우기라도 하려는 듯, 시뻘건 저녁노을 아래 마치 강력한 LED 전구처럼 선명하고 환한 모습으로 빠르게 바다로 떨어지려 합니다.
그리고, 불과 2-3분의 짧은 시간 안에 맑고 밝고 환하던 가을의 태양이 서쪽 바다 밑으로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 잠시 사라지는 아름다운 태양의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에서, 천년만년 살 것처럼 끝을 모르는 권력욕과 탐욕으로 가득한 사망의 늪에 빠진, 한 치 앞의 찰나도 내다보지 못하는 극히 유한한 생명체인 인간들이 꼴사납게 허우적대는 세상에 대해 시원하게 너털웃음 한번 웃어주고, 황홀한 운진항의 멋진 가을 십일월의 첫날 해를 가슴 벅차게 넘기며 찰나의 소원을 빌어봅니다.
https://tglife1.tistory.com/m/887
https://tglife1.tistory.com/m/916
https://tglife1.tistory.com/m/363
'제주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억새꽃이 춤추는 새별오름 (164) | 2023.11.21 |
---|---|
서귀포 소낭머리 해돋이 (189) | 2023.11.20 |
가을 유채꽃과 산국이 있는 수월봉 깊어가는 가을풍경 (162) | 2023.11.18 |
십일월의 코스모스 (168) | 2023.11.17 |
천아계곡은 가을단풍 대궐 (190) | 2023.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