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01.
한라산둘레길 제1코스를 시작하는 천아수원지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천아계곡은 비가 많이 오지 않는 한 항상 바짝 말라 있기에 계곡으로 내려가 크고 작은 바위 사이를 바삐 돌아다니며 아주 가까이서 가을단풍을 즐기기에는 이 만한 곳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천아숲길 입구 버스정류장부터 자동차 출입을 통제한다면, 천아계곡의 가을단풍 곁으로 좀 더 쾌적하게 다가갈 수 있으련만, 겨우 왕복 2차선의 대부분 비포장도로는 자동차와 걷는 사람들과 흙먼지가 한데 엉켜 아름다운 가을단풍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기까지에는 별로 경험하고 싶지 않은 험난한 삶의 현장을 체험해야 합니다.
나그네는 다행히도 가능한 계곡입구와 가장 가까운 계곡 앞 주차장까지 곡예하듯 여러 난관을 겪으면서 안착했습니다.
천아계곡은 나그네처럼 가을단풍만 볼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 다수이지만, 한라산둘레길 제1코스인 천아숲길을 걷기 위해 보림농장삼거리로 가기 위해 계곡을 건너는 사람들도 있고, 조금 쉬운 코스로 1100 고지에서 멀지 않은 보림농장삼거리에서 시작해서 거꾸로 천아숲길을 지나 계곡으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마치 천안삼거리 교차로처럼 이용되기도 하기에 상시 시끌벅적하고 생동감 넘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작년 오늘 나그네는 1100 고지에서 가까운 보림농장삼거리 입구에 주차를 하고, 천아계곡으로 내려오는 한라산둘레길 제1코스를 역주행했었지만, 이번에는 천아숲길의 단풍터널은 포기한 채로 가을단풍이 매혹적인 천아계곡의 단풍만 만나기로 마음을 정하고, 정코스로 걷고 싶었던 천아숲길에 대한 그리움을 내려놓은 채, 두 시간 정도 계곡 구석구석 가을단풍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1년 만에 천아계곡의 가을단풍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작년에는 천아숲길 단풍터널에서 만났던 아침해를 대신해서, 계곡으로 내려온 한낮의 태양과 조우하면서 단풍나무 아래서 단풍사이로 숨바꼭질하듯 태양과 눈맞춤하면서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가을 하늘과 화려한 단풍과 찬연한 태양과 함께하는 십일월 첫날 천아계곡은 가을단풍이 있는 대궐이었습니다.
새벽에 있었던 해프닝으로 인해 온몸이 쑤시고, 작년에는 뛰어다니듯 바위 위를 바삐 옮겨 다녔는데, 오늘만큼은 새색시처럼 조신하게 보폭을 작게 조금은 느린 동작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왼쪽 무릎관절과 어깨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널찍하고 평평하지만 주변보다 높이 솟아있는 바위 위에 앉아 한동안 천아계곡의 가을단풍에 넋을 잃고 신선놀음을 하다가, 계곡을 뒤로하면서 내년에는 천아숲길의 단풍터널에 대한 추억 위에 또 다른 추억을 덧칠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천아계곡의 가을단풍 대궐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계곡 위로 오릅니다.
https://tglife1.tistory.com/m/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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