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02.
제주도가 좋아서 기회만 되면 찾아온다는 나그네 이건만, 서귀포의 중심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 중간에 이렇게도 아름다운 해돋이 명소가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직도 제주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부족한 건 아닐까? 지금껏 제주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자부했었는데, 한낱 자만심에 지나지 않았음을 많이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여명도 밝기 전부터 바다 위에서 해돋이 명소를 찾아보겠다고, 굳게 닫힌 정방폭포 입구를 지나 산책로를 몇 차례 왕복해 봤지만, 해돋이 시간만 다가올 뿐, 마땅히 맘에 드는 장소를 찾지 못해 급기야는 서귀포항 입구 공원에서 해돋이를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뛰듯이 서귀포항 쪽으로 걷다가 우연히 43 유적지 소낭머리라는 첨 보는 듯싶은 공원입구를 발견하고 뭔가에 끌리 듯 무작정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잠시 후 널찍한 전망대가 나타났고, 이미 해돋이는 시작되었습니다.
소낭머리 전망대에 서서 빠르게 떠오르는 태양과 태양이 바다 위에 그려내는 금빛 물결이 얼마나 황홀하고 아름답던지요!
해무리를 품고 조금씩 커져가는 해를 바라보며,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천인공노할 일이 일어나야 했던 육십여 년 전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떠올리며, 억울하게 숨져간 영령들께 이제라도 편히 눈을 감으십사 잠시 묵념을 올립니다.
한참을 물끄러미 바다를 바라보고, 아직은 많이 눈부시지 않은 태양을 무념무상 바라봅니다.
어느덧 중천에 오른 해를 보면서 다음을 기약하고 소낭머리 전망대를 뒤돌아 나옵니다.
수많은 억울한 영령들의 혼이 깃들어 있는 듯싶은 활짝 핀 분꽃을 보면서 공원길을 빠져나옵니다.
아직도 제주도의 비싼 물가에 대한 성토가 인터넷에서 이어지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나그네가 처음 제주도를 찾았던 1981년 이래로 물류비용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드는 제주도의 물가가 저렴하다고 느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높은 물류비용이 반영된 물가가 다소 높기는 하지만, 제주도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나그네는 물가 불문하고 기회만 되면 제주로 달려갑니다.
처음 제주를 찾았던 1981년 여름, 버스정류장옆에서 한통에 50원 하던 수박을 반쯤 먹다가 버스가 오면 내던지고 버스에 오르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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