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01
올레길 12코스, 아니 올레길 26개 코스 중 18-1코스(하추자도 해안산책로)와 더불어 나그네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아름다운 곳 중의 으뜸이기에 제주에 올 때마다 가급적 찾는 곳이 바로 제주섬 최서단에 위치한 고산기상대가 있는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의 수월봉입니다.
효자의 눈에만 보인다는 효자얼굴바위를 비롯해 그림같이 펼쳐진 차귀도와 용수포구가 있는 신창해안과 차귀오름(당오름) 사이의 에메랄드빛 바다는 보는 이 누구나 탄성을 내지르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깨끗한 가을하늘 아래,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무인도인 차귀도 앞바다에는 유람선이 떠있고, 낚시꾼들을 태운 낚싯배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모습은 언제나 변함없는 풍차의 고장 용수포구 바다의 정겨운 풍경이기도 합니다.
수월봉 능선 따라 진한 노란색 산국이 해풍을 피해 땅에 깔리듯 차귀도를 바라보고 만개해 있고, 눈이 시리도록 파란 가을하늘과 따가운 가을 햇살과 곧잘 어울리는 유일한 수월봉의 가을꽃 산국 군락이 곧 떠나갈 가을을 살포시 붙들고 있습니다.
짧은 수월봉 능선을 아무리 오르락내리락해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시시각각으로 달리 보이는 눈앞에 펼쳐진 차귀도와 용수포구와 차귀오름을 뒤로하고 수월봉과 아쉬운 작별을 하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지만, 해가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수월봉을 내려옵니다.
수월봉을 내려와 해넘이가 아름답고 가파도와 마라도 정기여객선이 있는 운진항을 향해 수월봉 아래 해안도로에 닿기 직전 노란 가을 유채꽃이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두어 달 지나면 우도와 성산항 주변에서 피기 시작해 삼 월이면 가시리 녹산로를 위시한 제주섬 전체를 온통 노랑이 천국으로 물들일 봄의 전령사 유채꽃을 가을에 맛보기로 보여주는 수월봉의 친절함에 나그네는 소확행을 맘껏 느끼며 제주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즐길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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