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27

월영교의 해돋이

2023. 11. 26.안동에 내려오면 습관처럼 찾게 되는 월영교에서 물안개의 훼방 없이 제대로 된 해돋이를 보는 것이, 2003년도에 준공되었지만, 200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한 이래로 처음이지 싶습니다. 비록, 영하 6도까지 내려간 초겨울 추위에 온몸이 얼어붙어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지만, 산등성이를 넘어오기 시작한 아침해의 신비스러움에 꼼짝 못 하고 두 시간 가까이 장승처럼 한 곳을 지키고 서서 해맞이를 합니다.시시각각으로 산등성이를 뚫고 성큼성큼 올라오던 해가 순식간에 쑤욱하고 하늘로 떠오릅니다. 대개는 물안개와 구름 속으로 숨기 바빴던 해가 오늘만큼은 아무런 방해도 없이 점점 강물 속에서 멋진 데칼코마니를 만들면서 찬연하게 아침을 열어줍니다.어느덧 월영정 위를 넘기 시작한 강력한 햇볕..

여행 이야기 2023.12.12

서귀포 소낭머리 해돋이

2023. 11. 02.제주도가 좋아서 기회만 되면 찾아온다는 나그네 이건만, 서귀포의 중심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 중간에 이렇게도 아름다운 해돋이 명소가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직도 제주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부족한 건 아닐까? 지금껏 제주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자부했었는데, 한낱 자만심에 지나지 않았음을 많이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여명도 밝기 전부터 바다 위에서 해돋이 명소를 찾아보겠다고, 굳게 닫힌 정방폭포 입구를 지나 산책로를 몇 차례 왕복해 봤지만, 해돋이 시간만 다가올 뿐, 마땅히 맘에 드는 장소를 찾지 못해 급기야는 서귀포항 입구 공원에서 해돋이를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뛰듯이 서귀포항 쪽으로 걷다가 우연히 43 유적지 소낭머리라는 첨 보는 듯싶은 공원입구를 발견하고 뭔가에..

제주도 이야기 2023.11.20

십일월 첫날 서귀포항에서 맞은 해돋이

2023. 11. 01.피할 수 있는 운명(運命)과 거절할 수 없는 숙명(宿命)은 살아가는 동안 계속 만나게 됩니다. 어렴풋이 먼동이 터오는 섶섬을 지표 삼아 아직은 어두 컴컴한 방조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서귀포항의 끄트머리로 더 좋은 해돋이 영상을 담을 욕심으로 거침없이 방조제 경계를 넘어 경사진 해변으로 바위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순수하게 바다와 태양과 하늘을 담을 욕심으로, 수분 후에 닥칠 숙명적인 해프닝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운명을 거역한 채로 해가 바로 떠오를 것만 같은 조바심에 가능한 바다 가까이로 내려갑니다.다행히 나름 해돋이 명당이라 생각되는 바위 위에 서서 조금은 불편한 듯싶은 자세로 섶섬을 제외하고는 온통 붉어오는 서귀포 바다의 황홀경에 푹 빠집니다.순응하기를 거부한 운명에 대해 가..

제주도 이야기 2023.11.15

시월의 마지막날, 서귀포 새연교와 새섬의 해 뜨는 풍광

2023. 10. 31.뭔가 한동안 잊고 지냈던 낭만을 찾아 시월의 마지막날 새벽에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 사이 서귀포항 입구를 지나서 서귀포항 여객터미널을 지나 새연교와 천지연폭포로 내려가는 경사진 정겨운 길을 따라 무념무상하며 새연교를 향해 900 미터 정도 되는 새벽 바닷길을 조심조심 지나칩니다. 아직은 어둠이 걷히기 직전 동쪽 한라산과 보목포구 앞 섶섬 뒤로 벌겋게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니, 나그네의 가슴은 설렘으로 터져버릴 듯 부풀고, 잰걸음으로 해돋이 명당을 찾는 조급해진 발걸음으로 십여분 후 새연교에 도착합니다.새연교에서 바라보는 외돌개가 시작되는 황우지 열두동굴해안 동산 위로 보름을 막 넘겼지만 아직은 탐스럽고 둥근 하현달이 해돋이가 머지않았음을 알려주려는 듯 빠르게 서쪽하늘 아래로 내려가고..

제주도 이야기 2023.11.09

제주여행 둘째날 에필로그

새벽 여섯 시 즈음에 호텔을 나와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지나 서귀포 칠십리 공원 앞에서 여명이 밝아오는 황홀한 문섬에 홀딱 반합니다.그리고, 서귀포항 여객터미널을 지나 새연교를 지나 아직도 어둠이 짙게 깔린 새섬에서 보목포구 앞 섶섬 옆으로 떠오르는 아침해와 인사합니다.두 시간 정도의 아침 산책 후, 가성비 괜찮은 호텔의 조식 뷔페를 즐기고 오늘의 일정을 시작합니다.작년 이맘때 방문했었던 서귀포 추억의 숲길을 지나고 곧바로 서귀포 치유의 숲을 지나 돌오름 입구와 서귀포 자연휴양림을 지나서야 첫 번째 목적지인 1100 고지에 도착합니다. 단풍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한라산이 또렷하게 한눈에 들어오는 선물을 받습니다. 빠르게 생태탐방로를 한 바퀴 돌고 다음 목적지인 사려니숲..

제주도 이야기 2023.10.31

내장산 우화정의 새벽에 붙임

내장산 케이블카를 타러 가기 직전, 그리고 내장사로 진입하는 일주문을 통과하려면 반드시 지나야하는 고즈넉한 우화정이 탐방객의 거친숨을 잠시 고르게 합니다. 동이 트는 이른 새벽부터 온갖 산새들이 노래하고, 계곡을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가 심신을 정갈하게 해주니, 우화정을 감싸는 물안개를 헤치고 홀연히 신선이 나타날것만 같은 신비로움이 가득한 아침입니다. 우화정 지붕 끝에서 시작하는 해돋이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물안개가 쉼없이 이동하는 몽롱한 전경은 너무 특별하게 뇌리에 각인됩니다. 이른 새벽 부터 시작된 그림 같은 내장산 우화정이 시시각각으로 변신하는 신비스런 풍경은, 아마도 갑자기 기온이 내려간 탓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이리저리 자유분방하게 움직일 때 마다 어느새 여명을 지난 햇님이 동쪽 ..

가을 이야기 2022.12.13

성산, 그리고 성산일출봉(여행의 끝은 곧 새로운 여행의 시작)

2022. 06. 09. 열흘을 지냈던 마을, 아쉬운 마음에 새벽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언제 다시 또 와보려나? 마지막은 아닐까 하는 작은 마음도 생겨납니다. 해안도로의 해당화가 오늘 처음 눈에 들어옵니다. 해당화가 거의 지고 씨앗통이 농익어갈때 까지 해당화에게 눈길 조차 주지않았으니, 해당화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장마를 앞에 두고 유독 비가 많았던 6월 초순, 이제는 곧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에, 새벽 마다 꼬박꼬박 올랐었던 성산일출봉에서 제대로 된 해돋이를 만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더해지니, 이번에는 꼭 보고야 말겠다는 다짐으로, 이틀전 폭우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촉촉한 새벽길. 파도 소리만이 어두컴컴한 새벽의 정적을 깨고, 멀리 성산일출봉 끝자락에 반짝이는 고깃배의 불빛이 간헐적으로 깜빡거리는,..

제주도 이야기 2022.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