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27

변산반도 모항의 아침풍경

2024. 08. 03.변산반도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맞으며, 무작정 숙소에서 멀지 않은 모항 방조제 쪽으로 시원한 해풍을 맞으며 혹시나 해돋이를 볼 수도 있겠다는,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하늘의 허락이 있기를 바라면서 밤새워 낚시를 한듯한 게슴츠레한 눈빛의 한 무리들을 지나치며 방조제 끝으로 다가가 불그스레하게 물들어 오는 동쪽 하늘에 눈을 맞춘 채로 구름 사이로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는 아침해를 놓치지 않으려고 무념무상으로 기다렸건만, 일출예정시간이 삼십여분 지나고 나서야 모항방조제에서의 해돋이 만나기를 시원섭섭하게 포기하면서 마음속에 모항의 해돋이를 숙제로 남기기로 했다.아침 일찍 낚싯배가 바다로 향하는 역동적인 낚시 마니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저들은 혹시 먼바다로 나가서 구름에 해방된 불같은 해..

여행 이야기 2024.08.24

소낭머리의 아침노을

2024. 03. 14.제주여행 마지막날 소낭머리 올라서서 여명직후 동트려나 해돋이가 있으려나 막연하게 기다리며 간절하게 읊조리길 해돋이는 없더라도 아침노을 창연하라어제부터 지켜보던 일기예보 믿었다면 해돋이를 보기위해 소낭머리 어이갈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돋이를 대신해서 아침노을 찬연하니 소낭머리 아름답다노을뚫고 꼬물꼬물 올라오던 아침해가 완전하진 않더라도 둥근태양 못지않게 나그네의 두눈에는 더할나위 하나없이 제주여행 마지막날 잊지못할 추억됐다모자란듯 아쉬운듯 떠오르는 붉은태양 아침노을 만들면서 소낭머리 물들이고 넋을놓고 바라보는 무념무상 마음속에 소낭머리 고이담아 허전할때 꺼내보리

제주도 이야기 2024.03.30

서귀포항에서 넉 달 만에 해돋이를 맞는 나그네의 단상(斷想)

2024. 03. 13.작년 십일월 첫날 새벽, 어리석은 안전불감증으로 바다에 빠졌던 어처구니없는 탐욕이 불러온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는지, 직전 여행이었던 두 달 전 까지도 근처에는 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새벽 발걸음이 어느덧 서귀포칠십리 공원을 지나 멀리 섶섬과 한라산 사이에서 밝아오는 여명을 따라 서귀포항으로 들어섭니다. 이제는 더 가까이 다가가서 해돋이를 맞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안전한 제방 위에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로 해돋이를 맞습니다.욕심은 작은 만족에 흡족하지 못하는 과욕이 부르는 불행의 단초가 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옥죄고 파멸의 길로 직진하게 만드는 탐욕을 낳는 것임을, 생각하기 조차 끔찍한 네 달 전 서귀포항 방조제 공사장에서 겪었던, 오로지 조금 더 만족스러운 해돋이 장면을 담겠..

제주도 이야기 2024.03.24

소낭머리 해돋이

2024. 03. 12.어느새 일출 시간이 7시를 밀어내고 6 시대로 진입하니, 하릴없이 봄은 봄인가 봅니다. 어제 오후 봄비를 타고 온 제주의 서귀포는 예상보다 일찍 비가 그치니,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이른 새벽잠이 깨어 뒤척이다가 여섯 시가 조금 못되어 아직은 인적도 없는 서귀포 시내 중앙로를 지나, 눈이 짓무를 정도로 보고 싶었던 4.3 유적지 소낭머리에 들어서서 전망대에 도착하니, 보목포구 앞 섶섬 주위는 어느새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여명과 일출 사이 한 시간 가까운 간격이 오늘 아침은 유독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해돋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렘이 찾아왔기 때문이겠지요.전망대 사각 정자 안에 셀카봉을 세워놓고, 십여분 앞으로 다가 온 해돋이, 비록 정오부터 비..

제주도 이야기 2024.03.15

해돋이를 보는 나의 단상

봄이 쉬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동장군이 간밤에 산골짜기에 흩뿌려 놓은 눈을 녹이려, 따스한 아침해가 봄을 거느리고 거침없이 산등성이를 넘어 산골짜기 구석구석 깊은 곳까지 햇살을 보내 차가운 눈을 시나브로 녹이기 시작합니다. 근심 걱정이 먹구름처럼 몰려와 마음속에 한기 가득한 눈을 품고 밤새 녹이다 눈을 뜨면, 또 그렇게 종일 근심 걱정이 먹구름처럼 몰려와 또다시 마음속에 한기 가득한 눈을 품고 잠이 들겠지요! 얼마나 세월을 지내야 근심 걱정 없이 따스한 마음으로 편한 쉼을 할 수 있을까요? 오늘도 어제와 같은 물음에 아무런 답도 얻지 못한 채로, 봄을 데려오는 해돋이를 맞이하며, 언젠가는 마음속에 쌓이는 근심걱정을 잠들기 전에 모두 녹여줄 따스한 봄이 내 마음에도 시나브로 찾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나의 생각 2024.03.03

제주의 겨울을 찾아서(10) (소낭머리의 아침풍경)

2024. 01. 11.제주여행 마지막 날 허락된 해돋이를 맞으러 새벽 다섯 시 반에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지난가을에 우연히 알게 된 소낭머리 전망대로 향합니다. 올레길 2코스 시작점인 광치기해변의 4.3 추념비를 필두로 19코스의 너븐숭이 4.3 기념관을 비롯한 제주 전역 곳곳에는 70여 년 전 당시 제주 인구의 11%에 달하는 3만 명 가까운 양민들이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로 이념의 희생양이 된 참혹한 현장들이 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세상에 그 모습들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전쟁을 제외하고는 최대의 희생자가 발생한 한 만은 세월 속에서 소낭머리 공원 역시 수많은 유적지 중의 한 곳으로 남아있어,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하게 희생된 원혼들의 한이 붉은 피를 토했던 그 자리에서 이 겨울에 ..

제주도 이야기 2024.01.22

물안개 속의 해돋이(안동호 선성수상길)

2023. 12. 01.여명을 뚫고 안동시 도산면 선성리 14의 예술과 끼가 있다 하여 명명되었다는 예끼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안동호에서 날아드는 물안개가 반겨줍니다. 도산면 보건지소 앞, 텅 빈 선성수상길 주차장에 여유롭게 주차를 하고, 혹여 물안개가 해돋이를 훼방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경사진 나무데크길을 따라 발그스름하게 물안개 위에 여명이 내려지는 멋진 광경을 바라보며 살짝 언 듯싶은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다소 부담스러운 부교 위를 잰걸음으로 좀 더 가까이 여명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적당하게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호위를 받으며 동이 트기 시작하는 안동호의 중심부를 향해 동으로 동으로 가까워질 때마다 옅은 물안개 너머로 붉은 기운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물안개 위에 머물던 옅은 잿빛 구름..

여행 이야기 2023.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