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18.

시커먼 구름을 헤치고 맑은 해가 떠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으려나 하는 설렘을 안고, 지난밤 저녁식사 후 예기치 못했던 꽃샘추위로 잔뜩 웅크렸던 몸을 녹이려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가득 담긴 커다란 종이컵 용기를 두 손으로 감 싸들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한 모금 한 모금 남김없이 모두 마셔버린 탓인지, 밤새 뒤척이며 잠못이루다, 재작년 11월 1일 새벽녘, 공사 중이던 방파제 이끼 낀 바위에 미끄러져 거꾸로 차가운 바다에 쳐 박혔던,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그 자리에 조심조심 다시 서서 무념무상 해돋이 일기예보 시간에 맞춰 쌀쌀한 보목포구와 소낭머리 전망대와 섶섬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한라산 자락 동쪽 서귀포 바다를 미동도 없이 바라봅니다.
간간이 불어오는 강풍에 부딪치는 파도소리에 한층 한기가 느껴져 온몸을 바짝 움츠리고, 이제나 저제나 먹구름이 걷힐까, 아니면 먹구름 틈 사이로 해가 짠하고 나타날까 온통 시신경을 곧추 세우며, 조바심 속에서 새벽바다와 어둠에 갇힌 새벽하늘을 응시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먹구름이 방심하는 틈을 헤집고 불타는 듯 말간 해가 살짝 윙크하며 지나치고, 또다시 찰나 같은 추위 속 방풍자킷 위에 냉기가 스며드는 인고의 시간을 보냅니다.
어찌 보면, 해뜨기 직전 명암의 극심한 차이로 일시적 어둠 속에 갇히는 시간을 맞으며, 머잖아 본격적으로 아침해가 나타나리라는 기대감을 최고조로 높이며, 차가운 바다 위를 빠르게 스쳐지나 온몸으로 파고드는 해풍을 견디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아침 해맞이를 준비합니다.

이윽고, 먹구름을 맑고 환하게 뒤바꾸며, 섬광이 보목포구 위 하늘을 밝게 물들이기 시작하니, 드디어 해맑은 아침해가 서서히 휘황찬란한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삼십여분 꽁꽁 얼어붙은 돌부처 신세도 마다하지 않고 기다렸던 보람이 있어, 눈앞에 펼쳐지는, 말끔하게 공사를 마친 서귀포항 방조제에서, 꽃샘추위가 데려 온 밉쌀 맞은 차가운 해풍과 더불어 장엄한 아침해를 맞이합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사자성어를 떠 올리며, 겨우내 길고 길었던 갈등의 시간들을 견뎌내면서,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이 땅 위의 민초들에게 어찌 보면 예기치 못했기에 더 혹독하게 자리매김하는 듯싶은 꽃샘추위와 같은 마지막 시련을 잘 이겨내고, 반드시 갈구(渴求)하고 간구(懇求)하는 평온하고 자유로웠던 그 시절로 하루속히 복귀하여, 극심한 혼돈 속에 빠져있는 일상이 제자리 찾기를, 심신이 얼어버린 꽃샘추위를 녹여주는 희망 벅찬 찬란한 서귀포항에 떠오르는 아침해를, 시린 눈을 가늘게 뜨고 영접하며, 재삼 피그말리온의 간절함으로 바라봅니다.

서서히 중천을 향해 기지개를 켜는 찬란한 태양이 이제는 거칠 것 없이 소소하게 막아서는 구름도 가차 없이 헤치고 광영의 세상을 열어갑니다.
변화무쌍한 해양의 기상 못지않게 작금의 우리 세상도 숨 가쁘게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너무 뒤처지지 않게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기를 기원하며, 서귀포항 방조제 앞에서 변화무쌍한 해양의 아침을 맞이합니다.

찰나의 시간에 아침해는 서서히 중천을 향해 더욱더 강한 햇살을 쏟아내고, 찬연한 아침 바다에 황금빛 윤슬을 수놓으니, 어두웠던 새벽의 그 바다도 전혀 다른 바다로 멋지게 변신하고 있습니다.
어둠을 이겨낸 아침 바다를 수놓은 황금빛 윤슬을 바라보며, 이제부터는 우리가 살아갈 세상도 황금빛 찬란한 그런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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