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9.
여름 보다 2시간 여 늦게 아침을 시작하는 겨울의 아침과 여름 보다 2시간 여 일찍 시작되는 겨울의 밤은, 여름 보다 4시간 여 낮의 길이가 짧은 아쉬운 겨울여행으로 귀착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 여행은 나흘 만에 하늘이 허락한 해돋이를 맞기 위해 새벽 여섯 시에 영업을 시작하는 외돌개 앞 해장국 전문식당에 첫 손님으로 들어가 소고기해장국 한 그릇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여명이 시작되는 서귀포 송산동의 소낭머리 전망대에 서서 새소리 바람소리와 더불어 보목포구 앞 섶섬을 넘어 올 아침해를 무념무상 기다리는 가슴 벅찬 기다림의 미학과 함께합니다.
한 시간여 기다림 끝에 성산일출봉을 지나 섶섬 꼭대기 오른쪽 움푹 파인 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붉은 기운이 조금씩 둥근 해의 형태를 갖추면서 장엄하게 소낭머리를 환하게 밝혀줍니다.
잠깐 사이 섶섬 위로 끊임없이 올라가는 태양이 소낭머리 앞바다에 아름다운 황금빛 윤슬을 만들어 냅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어쩌면 동트기 직전 가장 어두운 시간을 지나고 있는 이 땅에도 보란 듯이 희망의 둥근 해가 떠 오를 거란 기대가 생겨나는 이번 제주의 겨울여행 마지막 날 아침입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단단한 마음으로 잘 견뎌내리라 다짐해 봅니다.
지난겨울처럼, 따스한 아침해를 찬연하게 온몸으로 맞이하는 먼나무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빨간 열매를 밝은 미소로 바라보며, 소낭머리를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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