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8. 03.
변산반도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맞으며, 무작정 숙소에서 멀지 않은 모항 방조제 쪽으로 시원한 해풍을 맞으며 혹시나 해돋이를 볼 수도 있겠다는,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하늘의 허락이 있기를 바라면서 밤새워 낚시를 한듯한 게슴츠레한 눈빛의 한 무리들을 지나치며 방조제 끝으로 다가가 불그스레하게 물들어 오는 동쪽 하늘에 눈을 맞춘 채로 구름 사이로 갑자기 나타날 수도 있는 아침해를 놓치지 않으려고 무념무상으로 기다렸건만, 일출예정시간이 삼십여분 지나고 나서야 모항방조제에서의 해돋이 만나기를 시원섭섭하게 포기하면서 마음속에 모항의 해돋이를 숙제로 남기기로 했다.
아침 일찍 낚싯배가 바다로 향하는 역동적인 낚시 마니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저들은 혹시 먼바다로 나가서 구름에 해방된 불같은 해를 볼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부러움을 낚싯배의 꽁무니에 태워 보냈다.
모항방조제 안쪽 갯벌에는 갈매기들이 하루의 시작을 위해 워밍업을 하는지 삼삼오오 모여서 깃털을 고르는 유유자적한 모습이 한여름 모항 아침의 진풍경으로 다가왔다.
해변가에는 모항의 모델 같은 해양이(해변의 고양이)들이 아침해의 기운을 받으려는 듯 무리를 지어 어슬렁 거리고, 왼쪽 뒷다리를 다친듯한 어미고양이 곁에서 엄마를 지키려는 듯 딱 붙어서 애처롭게 엄마품에 안겼다가 옆에서 같이 걸으면서 안쓰러운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보는 귀여운 아기고양이가 기특해 보였다.
비록 해돋이를 볼 수는 없었지만, 어미고양이 앞에서 예쁜 짓하며 재롱떠는 아기고양이가 한여름 모항의 아침풍경을 또 다른 행복으로 갈무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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