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612

수국(水菊)과 함께 하는 봄

2025. 03. 17.초여름부터나 볼 수 있는 수국을 봄에 만납니다.물론, 3개월 전인 지난 12월 한겨울에 보던 수국에 비해 훨씬 풍성해진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의 온실에는 사시사철 고운 색을 한 수국이 계절의 정체성을 무디게 합니다.년년이 새로운 품종으로 바뀌어 조화인 듯싶어 살짝 건드려 보게 되는 예쁜 수국이, 온실 밖의 강풍이 온실 시설물들에 부딪치는 굉음으로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미동도 없이 활짝 웃고 있는 수국에 넋을 잃습니다.바깥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아랑곳 않고, 일 년 내내 황홀하리만큼 노지에서 피는 제철 수국에 못지않은 수려함과 화려함에 저절로 감탄을 쏟아내는 주변의 관람객들과 어울려, 비록 강풍을 동반한 반갑잖은 꽃샘추위에 잔뜩 웅크리고 있는 노지의 봄꽃들과는 달리 평온하고 환한 자태..

제주도 이야기 2025.03.26

홍매화가 흐드러진 봄 풍경

2025. 03. 17.꽃샘추위에 아랑곳없이 꽃대궐 긴 터널을 만든 휴애리의 동백나무숲길 아래 설산 한라를 사모하 듯, 눈 덮인 백록담 남벽을 향해 춤을 추듯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고운 여인의 자태를 하고 촘촘하게 서있는 홍매화가 휴애리의 봄을 견인하고 있는 또 다른 하나의 주인공이 되어 있습니다.마치 절정을 막 지나고 있는 듯, 풍성한 꽃을 그대로 달고 있는 동백나무 아래, 동백꽃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듯 가녀린 팔을 올려 뻗었다 때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며 춤을 추는 무희의 춤사위처럼 홍매화는 저절로 흥을 돋우고 화려한 휴애리의 봄은 무르익어갑니다.코끝을 스치는 홍매화의 단아한 향기는 짙은 서향 향기와 더불어 휴애리의 봄을 향기 속에 한껏 가두고 있습니다.멀리서 보기엔 진분홍의 꽃이 하나처럼..

제주도 이야기 2025.03.25

소천지의 해질녘, 해넘이

2025. 03. 17.작은 천지(小天池)가 있는 서귀포 보목동 바다는 꽃샘추위의 원흉이 된 강풍으로 말미암아 설산 한라의 데칼코마니마저도 잔잔한 파문으로 보일 듯 말 듯 삼켜버리고, 나그네는 강풍에 몸을 맡긴 채로 윤슬이 점점 짙어지는 소천지에서 한 시간여 무료하게 해넘이를 기다립니다.강풍의 도움인지, 구름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하늘은 푸르름이 가을 못지않고,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듯이 먹구름의 훼방 없이 오랜만에 완벽한 해넘이를 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높이면서 소천지에서 구름이 완전히 벗겨져 선명하게 바라보이는 설산 한라의 백록담 남벽이 오늘따라 오묘하게 눈에 들어옵니다.피그말리온의 간절함이 돌을 깎아 만든 여인상에 생명을 불어넣었듯이, 새봄을 기다리는 간절함에 응답하기 위해, 하늘이 봄..

제주도 이야기 2025.03.24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에서 서향(瑞香)의 향기에 취하다

2025. 03. 17.서향(瑞香)의 학명은 Daphne라는 속명과 Odora라는 종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바, 속명인 Daphne는 그리스의 여신 이름에서 비롯되었으며, 종명인 odora는 이탈리아어로 '향기가 난다'는 뜻인데, 향기가 매우 강해 천리를 간다 하여 천리향이라 부르기도 합니다.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에서는 월동이 가능해서 정원수로 한몫을 단단히 하지만, 중부 이북지역에서는 온실이나 실내에서나 만나 볼 수 있는, 제주에서는 3월 그 이외 지역에서는 4월쯤 개화하는 봄꽃 중에서 으뜸가는 향기로운 봄꽃 중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서향을 처음 본 곳은 경기도 가평 축령산 자락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의 온실이었는데, 어찌나 커다랗게 잘 키웠는지, 여태껏 그렇게 큰 서향나무는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기..

제주도 이야기 2025.03.23

휴애리의 유채꽃밭

2025. 03. 17.어느덧 나그네에게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이라는 곳은 제주에 오면 으레 들러야 하는, 겨울엔 동백꽃과 유채꽃, 봄엔 서향과 유채꽃, 여름엔 수국, 가을엔 핑크뮬리가 매혹적인, 그리고 사시사철 온실에는 수국이 반겨주는 곳이기에, 사려니숲길과 새연교와 서귀포귤림성(숨, 도)과 더불어 별도의 일정이 없어도 반드시 찾게 되는 제주도의 최애 장소가 되었습니다.지난 12월에도 제주에 온 다음날 찾았던 휴애리 유채꽃밭에는, 손으로 꼽을 만큼 아주 소수의 꽃만 겨우 피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지난 12월과 마찬가지로 제주에 온 다음날 사려니숲길과 더불어 눈 덮인 한라산 백록담 남벽 위로 신비로운 뭉게구름이 겹겹이 진을 치고 있는, 비록 꽃샘추위로 기온은 낮아지고, 아직 떠나지 못한 삭풍이 몰아쳐 여..

제주도 이야기 2025.03.22

사려니숲길은 춘래불사춘

2025. 03. 17.의도한 바는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개월 전인 2024년 12월 17일의 사려니숲길은 마치 겨울이 오지 않은 채로 낙엽이 겹겹이 쌓여 있는 가을 같은 분위기였기에, 겨울을 건너뛰려는 사려니숲길 신선들의 의지가 아니었나 싶었는데, 재작년 1월의 사려니숲길은 눈이 두껍게 쌓여 있었고, 작년 1월과 12월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눈을 볼 수가 없었는데, 봄맞이 제주에 온 나그네를 환영하기 위해서 꽃피는 3월에 축복의 폭설을 내려주시니 봄 맞으러 온 사려니숲길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나 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내린 숲길과 옅은 뭉게구름이 파란 하늘을 타고 봄을 데려올 것만 같은 꽃샘추위마저도 정겨운 자연의 보고 사려니숲길에서 마냥 행복합니다.오랜만에 보는 ..

제주도 이야기 2025.03.21

소낭머리의 아침 해돋이

2025. 03. 17.언제부턴가 으레 제주에 오면 서귀포에 여장을 풀고, 아침에 눈을 뜨면, 비나 눈이 내리지 않는 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원혼들이 아직도 떠돌고 있을 법한, 43 유적지 소낭머리(혹은 소남머리)로 나갑니다.혹시나 해돋이를 볼 수도 있겠다 싶은 기대 보다도, 소낭머리 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보목포구와 섶섬이 그립기도 하고, 혹여 아침햇볕이 살짝 비추는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온통 신경을 하늘과 바다에 집중하게 됩니다.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가 온몸을 꼭꼭 싸매게 했지만, 어슴프레 여명이 밝아오는 소낭머리 전망대에서 모든 걸 잊은 채로 무념무상의 시간을 보냅니다. 극심하게 소용돌이치는 사바세계처럼 보목포구 하늘에는 먹구름과 아침해가 한바탕 결전을 벌이는가 싶더니, 아침해가 먹구름 틈바..

제주도 이야기 2025.03.20

한라수목원의 봄 스케치

2025. 03. 16.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서귀포 중문으로 넘어가는 한라산을 관통하는 1100 도로가 시작되는 제주시 연동의 한라수목원이 궁금하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치 한겨울 같은 어스름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습관처럼 한달음에 달려가곤 합니다.비록, 임업시험연구실 뒷동산 애기동백꽃은 녹색 이파리만 무성한 채 거진 다 지고 없지만, 화목원의 카네이션동백꽃은 봄의 절정을 향해 화려하고 풍만한 자태로 한라수목원의 봄을 주도하려는 듯, 꽃샘추위가 막 시작되는 첫날, 아직도 피고 지고를 멈출 줄 모르고 있습니다.화목원을 지나 온실 가까운 주차장 아래 정원에서 화려하게 만개한 청매화를 배경으로, 예로부터 한지의 재료로 기꺼이 껍질을 내어놓던, 가지 끝이 세 갈래로 나뉘어 가지마다 노란..

제주도 이야기 2025.03.19

꽃샘추위 피하려다, 한파와 조우하다

2025. 03. 16.꽃샘추위를 예견하고, 달포 전에 여행일정을 세웠던 건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꽃샘추위가 시작되는 날, 김포공항을 출발했다.그렇지만, 아무리 춥더라도 제주도는 봄날 같을 거라 안일하게 생각하고, 겨울옷이라고는 달랑 기모난방 하나, 나머지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벼운 봄 옷들로 챙겨 넣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소심함이 최소한의 방한용품은 챙겨 올 수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했다.3년 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500 ㎍/㎥(마이크로그램 퍼 세제곱미터)를 오르락내리락하는 통에, 급하게 제주에 왔던 2022년 3월 31일, 제주도는 미세먼지 지수가 1,200 ㎍/㎥를 초과하여 잠을 자면서 마스크를 해야 했던 웃픈 추억을, 이번에는 꽃샘추위가 대신할 수도 있겠다는 ..

여행 이야기 2025.03.18

전주수목원의 봄(4)-복수초

2025. 03. 11.봄의 전령사라 불리는 봄꽃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인 복수초(福壽草)는 봄의 전령사 중 으뜸이 아닌가 싶습니다.아홉 시에 개장하는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 들어서자마자, 예년보다 보름 이상 늦게 온 봄이 열이틀 전 딱 한송이 보여줬던 진입로 초입의 복수초 군락을 매의 눈으로 구석구석 살펴보니, 기대한 만큼은 아니지만, 복수초 서너 송이가 띄엄띄엄 피는 중인지 지는 중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로 눈에 들어옵니다.어느새 복수초가 폈다 졌나 하는 아쉬움을 안고, 더 이상 복수초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수목원 안으로 들어갑니다.겨우내 즐겨 입던 기모 남방과 봄 조끼가 덥게 느껴질 정도로 따사롭다 못해 더운 느낌의 20도를 육박하는 듯 느껴지는 체감온도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듯한 화창..

여행 이야기 2025.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