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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의 청보리와 유채꽃

2025. 03. 19.제주도 입도 4일 차, 오전 10시, 그동안 풍랑으로 결항되었던 가파도행 정기여객선에 몸을 싣고 오매불망하던 가파도에 15분 만에 발을 디디고, 기대했던 유채꽃과 청보리는, 작년보다 한 주 늦게 왔지만, (나그네 느낌상) 작년보다 보름 정도 생장이 늦어지고 있었으니, 조금 아쉬움은 있었지만, 통상은 가파도에 2시간 정도 머물다 떠나도록 가파도발 여객선 승선권을 구입하게 되지만, 청보리 축제 기간 이외에는 가파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하기에, 나그네는 통상 2시간 보다 2시간 정도 더 머물기로 하고 12시 40분 대신에 14시 20분 가파도 출발 운진항행 승선표를 잘 간직한 채 , 가파도에 도착하자마자 오른쪽으로 가파도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안쪽으로 올라가 전..

소낭머리 해돋이

2025. 03. 19.해돋이를 볼 수 없다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눈을 뜨자마자 모슬포 풍랑정보를 확인하고, 잘하면 가파도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고, 통유리 창으로 보이는 흐릿한 하늘을 보면서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들고 습관적으로 소낭머리로 향합니다.자동차로 5분 거리의 소낭머리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보목포구 위 하늘이 먹구름을 오른쪽 섶섬 위로 밀어내며 붉은 노을을 만들기 시작합니다.언뜻언뜻 밝은 빛이 뭔가 좋은 징조를 예견하듯, 먹구름은 회색구름으로, 회색구름은 분홍구름으로 점차 새벽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먹구름을 뚫고 빛줄기가 뻗쳐 나오려 용솟음치는 기운에 하릴없이 먹구름이 밀려나기 시작합니다.드디어, 기대하지 않았던 기분 좋은 햇살이 퍼지고, 보목포구 위에 작은 백촉짜리 백열등 스위치..

제주도 이야기 2025.04.01

머체왓숲길 봄 날 오후 탐방

2025. 03. 18.꽃샘추위가 찾아와 눈이 간헐적으로 내리는 오후, 세복수초 군락이 있다는 머체왓숲길에 도착합니다.전 날, 사려니숲길에서 휴애리자연생활공원으로 가는 길에 지나쳤던 머체왓숲길은 제주도 방언으로 돌을 의미하는 머체와 밭을 의미하는 제주도 방언 왓의 합성어로 돌밭숲길과 같은 뜻이지만, 바람이 부는 밭이라는 뜻인 제주도 방언 보롬왓과 마찬가지로, 뭔가 그럴듯하고 의미심장하게 낭만적인 이름으로 기억에 남는 듯합니다.나그네는 6.7Km(2시간 30분)의 돌밭숲길 머체왓숲길과 편백나무, 소나무, 삼나무와 잡목이 우거진, 지형이 작은 용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머체왓소롱콧길(6.3Km, 2시간)이 만나는 머체왓움막쉼터에서 서중천전망대로 바로 가지 않고, 소롱콧길인 머체왓편백낭쉼터를 거쳐서 3.3Km에..

제주도 이야기 2025.03.31

숨,도(서귀포 귤림성) 정원 봄 둘(꽃들의 향연)

2025. 03. 18.빨간 열정이 봄을 견인하는 또 다른 봄의 전령사 명자꽃으로 불리는 산당화가 숨,도(서귀포 귤림성) 정원을 화사하게 수놓습니다.눈부시게 짙은 붉은 꽃잎이 모든 걸 녹여 버릴 것만 같은 강렬한 기세로 산당화는 꽃샘추위도 녹이고, 간헐적으로 내리는 춘설도 감싸 안고 봄의 한가운데로 나그네를 인도합니다.바위틈에서 살포시 미소 짓는 보랏빛 제비꽃이 맑고 청초한 자태로 봄을 인증합니다.잎은 마르고 검게 타 들어가서 달랑 꽃만 미소 짓는 복수초가 자생하지 않고, 오로지 푸르른 잎과 더불어 생동감 넘치고 수줍게 미소 짓는 세복수초가 자생하는 제주에서는 숲길과 수목원에서 흔하게 만나게 됩니다.제비꽃과 세복수초가 이웃하여 바위틈을 가득 채우는 봄날에 콧노래 부르며 아기자기한 정원 산책길을 유유자적..

제주도 이야기 2025.03.30

숨,도(서귀포 귤림성) 정원 봄 하나(수양매화와 진달래)

2025. 03. 18.숨이 모여 쉼이 된다는 알듯 모를듯한 캐치프레이즈가 이제는 낯설지 않은 서귀포시 호근동에 소재한 숨,도(서귀포 귤림성) 정원에는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봄 내음이 가득합니다.정원 초입의 카페 옆 작은 계곡은 초여름엔 산수국의 계곡이 되었다가, 봄에는 진달래의 계곡이 되어, 작은 폭포에서 쏟아지는 우렁찬 폭포수가 봄을 재촉합니다.동백꽃이 만발했던 세 달 전에도 방긋 웃고 있던 진달래가 이제는 봄볕에 웅크리고 있던 꽃잎을 활짝 열고 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정원 곳곳에서 숨바꼭질하듯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진달래는 봄의 화신답게 화사한 자태로 온 정원을 분홍빛으로 문들이고 있습니다.이제는 애처롭게 어쩌다 한송이 눈에 띄는 동백꽃정원을 지나 정원 맨 높은 곳에 위치한 ..

제주도 이야기 2025.03.29

서귀포항 해돋이

2025. 03. 18.시커먼 구름을 헤치고 맑은 해가 떠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으려나 하는 설렘을 안고, 지난밤 저녁식사 후 예기치 못했던 꽃샘추위로 잔뜩 웅크렸던 몸을 녹이려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가득 담긴 커다란 종이컵 용기를 두 손으로 감 싸들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한 모금 한 모금 남김없이 모두 마셔버린 탓인지, 밤새 뒤척이며 잠못이루다, 재작년 11월 1일 새벽녘, 공사 중이던 방파제 이끼 낀 바위에 미끄러져 거꾸로 차가운 바다에 쳐 박혔던,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그 자리에 조심조심 다시 서서 무념무상 해돋이 일기예보 시간에 맞춰 쌀쌀한 보목포구와 소낭머리 전망대와 섶섬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한라산 자락 동쪽 서귀포 바다를 미동도 없이 바라봅니다.간간이 불어오는 강풍에 부딪치는 파도소리에 ..

제주도 이야기 2025.03.28

봄을 맞은 꽃양배추

2025. 03. 17.겨우내 조금씩 조금씩 존재감을 보여주던 꽃양배추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키 작은 노랑수선화에 둘러싸인 채로 아직은 봐줄 만한 꽃을 달고 있는 동백나무숲 너머 설산 한라 백록담 남벽을 바라보며, 화려한 진분홍 꽃양배추와 우아한 상아색 꽃양배추가 양지바른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의 한가운데서 봄을 맞고 있습니다.3개월 전만 해도, 추위에 꽃 같은 잎이 제대로 고유의 색을 뽐내지 못했었는데, 계절(세월)이기는 장사가 없다더니 갑작스러운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봄이 깊어 갈수록 특유의 화려하고 우아한 색이 더욱더 빛을 발합니다.동백꽃에 치이고, 유채꽃에 치여서, 어느 누구 하나 관심 있게 보고 가는 이 없을지라도, 봄볕아래 환하게 웃어주는 예쁜 미소가 휴애리의 봄을 조용히 견인합니다.꽃이라고..

제주도 이야기 2025.03.27

수국(水菊)과 함께 하는 봄

2025. 03. 17.초여름부터나 볼 수 있는 수국을 봄에 만납니다.물론, 3개월 전인 지난 12월 한겨울에 보던 수국에 비해 훨씬 풍성해진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의 온실에는 사시사철 고운 색을 한 수국이 계절의 정체성을 무디게 합니다.년년이 새로운 품종으로 바뀌어 조화인 듯싶어 살짝 건드려 보게 되는 예쁜 수국이, 온실 밖의 강풍이 온실 시설물들에 부딪치는 굉음으로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미동도 없이 활짝 웃고 있는 수국에 넋을 잃습니다.바깥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아랑곳 않고, 일 년 내내 황홀하리만큼 노지에서 피는 제철 수국에 못지않은 수려함과 화려함에 저절로 감탄을 쏟아내는 주변의 관람객들과 어울려, 비록 강풍을 동반한 반갑잖은 꽃샘추위에 잔뜩 웅크리고 있는 노지의 봄꽃들과는 달리 평온하고 환한 자태..

제주도 이야기 2025.03.26

홍매화가 흐드러진 봄 풍경

2025. 03. 17.꽃샘추위에 아랑곳없이 꽃대궐 긴 터널을 만든 휴애리의 동백나무숲길 아래 설산 한라를 사모하 듯, 눈 덮인 백록담 남벽을 향해 춤을 추듯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고운 여인의 자태를 하고 촘촘하게 서있는 홍매화가 휴애리의 봄을 견인하고 있는 또 다른 하나의 주인공이 되어 있습니다.마치 절정을 막 지나고 있는 듯, 풍성한 꽃을 그대로 달고 있는 동백나무 아래, 동백꽃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듯 가녀린 팔을 올려 뻗었다 때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며 춤을 추는 무희의 춤사위처럼 홍매화는 저절로 흥을 돋우고 화려한 휴애리의 봄은 무르익어갑니다.코끝을 스치는 홍매화의 단아한 향기는 짙은 서향 향기와 더불어 휴애리의 봄을 향기 속에 한껏 가두고 있습니다.멀리서 보기엔 진분홍의 꽃이 하나처럼..

제주도 이야기 2025.03.25

소천지의 해질녘, 해넘이

2025. 03. 17.작은 천지(小天池)가 있는 서귀포 보목동 바다는 꽃샘추위의 원흉이 된 강풍으로 말미암아 설산 한라의 데칼코마니마저도 잔잔한 파문으로 보일 듯 말 듯 삼켜버리고, 나그네는 강풍에 몸을 맡긴 채로 윤슬이 점점 짙어지는 소천지에서 한 시간여 무료하게 해넘이를 기다립니다.강풍의 도움인지, 구름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하늘은 푸르름이 가을 못지않고,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듯이 먹구름의 훼방 없이 오랜만에 완벽한 해넘이를 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높이면서 소천지에서 구름이 완전히 벗겨져 선명하게 바라보이는 설산 한라의 백록담 남벽이 오늘따라 오묘하게 눈에 들어옵니다.피그말리온의 간절함이 돌을 깎아 만든 여인상에 생명을 불어넣었듯이, 새봄을 기다리는 간절함에 응답하기 위해, 하늘이 봄..

제주도 이야기 2025.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