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17.

꽃샘추위에 아랑곳없이 꽃대궐 긴 터널을 만든 휴애리의 동백나무숲길 아래 설산 한라를 사모하 듯, 눈 덮인 백록담 남벽을 향해 춤을 추듯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고운 여인의 자태를 하고 촘촘하게 서있는 홍매화가 휴애리의 봄을 견인하고 있는 또 다른 하나의 주인공이 되어 있습니다.
마치 절정을 막 지나고 있는 듯, 풍성한 꽃을 그대로 달고 있는 동백나무 아래, 동백꽃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듯 가녀린 팔을 올려 뻗었다 때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며 춤을 추는 무희의 춤사위처럼 홍매화는 저절로 흥을 돋우고 화려한 휴애리의 봄은 무르익어갑니다.
코끝을 스치는 홍매화의 단아한 향기는 짙은 서향 향기와 더불어 휴애리의 봄을 향기 속에 한껏 가두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기엔 진분홍의 꽃이 하나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꽃잎의 생김새와 햇볕의 조화로 진분홍 연분홍 조금씩 다른 꽃의 색감이 분명 고유의 다른 이름을 갖고 있을 터, 그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못하는 아쉬움에 홍매화 송이송이와 긴 눈 맞춤으로 대신합니다.
하루 전, 한라수목원에서는 눈에도 띄지 않았던 홍매화가 이곳 휴애리에는 하늘하늘 꽃잎마다 봄의 정기를 가득 담아, 갈수록 짧아지는 봄의 절정을 향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모습에서, 올 듯 올 듯 멀리서 손짓만 하고 있는 사바세계의 안타까운 봄에, 길게 목을 빼고 이 땅에서 자유와 평화를 갈구하지만, 강력한 동력을 잃은 듯, 시나브로 지쳐만가는 힘없는 민초들의 원성과 탄식과 한숨은 화려해야 할 봄날을 우울하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십시일반 작은 외침이 산천을 뒤흔들며,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지키기 위하여 조금씩 조금씩 봄이 절정을 향하듯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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