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17.

서향(瑞香)의 학명은 Daphne라는 속명과 Odora라는 종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바, 속명인 Daphne는 그리스의 여신 이름에서 비롯되었으며, 종명인 odora는 이탈리아어로 '향기가 난다'는 뜻인데, 향기가 매우 강해 천리를 간다 하여 천리향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방에서는 월동이 가능해서 정원수로 한몫을 단단히 하지만, 중부 이북지역에서는 온실이나 실내에서나 만나 볼 수 있는, 제주에서는 3월 그 이외 지역에서는 4월쯤 개화하는 봄꽃 중에서 으뜸가는 향기로운 봄꽃 중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서향을 처음 본 곳은 경기도 가평 축령산 자락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의 온실이었는데, 어찌나 커다랗게 잘 키웠는지, 여태껏 그렇게 큰 서향나무는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기억에 오래 남아있습니다.
그 이후 우연히 유채꽃을 보러 갔던 제주의 휴애리자연생활공원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향기에 취해 유채꽃은 뒷전이고, 봄이 오면 서향의 향기를 따라다니기를 수년째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월이 오면, 내장산 내장사 관음전 앞뜰로 다복스러운 서향의 향기를 찾아 떠나고, 뒤이어 백암산 백양사 사천왕문을 지나 빽빽하게 줄 서있는 서향의 향기를 찾아가게 됩니다.
유채꽃밭으로 가는 길을 제외하고는, 바위틈 사이사이에 온통 서향의 향기가 짙게 유혹하는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그리스의 여신 다프네(Daphne)가 상징하는 외사랑을 하듯 나그네는 유채꽃밭 가는 길을 지나 서향의 향기를 따라 오로지 서향에 집중하여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을 걷고 또 걷습니다.

백색과 주황색이 조화로운 네 장의 꽃잎을 활짝 열고, 끊임없이 뿜어내는 서향의 향기에 취해 꽃샘추위도 아랑곳 않고 쉴 틈 없이 서향 찾기에 푹 빠져봅니다.
매번 생기는 욕심이지만, 서향의 향기를 커다란 용기에 가득 담아서 일 년 내내 곁에 두고 조금씩 조금씩 느끼고 싶은 바람은 이번 봄도 여전합니다.
아쉽지만, 내년 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여전히 향기에 취해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뗄 수 없는 눈길을 하릴없이 돌려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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