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410

만추의 내장산 서래봉 아래 벽련암에는 봄이 함께있었다

2024. 11. 25.내장사 일주문에 들어서기 직전 오른쪽 가파른 산비탈길 서래봉 가는 길목의 벽련암 가는 길 양편에는 곱디고운 애기단풍잎들이 누군가가 일부러 사진을 찍으려 인위적으로 연출이라도 해놓은 듯 가지런하고 촘촘하게 떨어져 쌓이고, 산속은 온통 단풍 든 나무들이 만추의 내장산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습니다.암자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규모의 벽련암에도 어느덧 가을이 막바지 떠날 채비를 마친 듯, 곱게 물든 단풍잎들이 이따금씩 부는 바람에 날려 발아래 휘리릭 떨어져 쌓이고, 흰구름이 사랑방인양 걸터앉아 있는 서래봉을 푸른 하늘이 선명하게 눈앞 가까이 데려다줍니다.이른 봄부터 담장아래 피기 시작한 자색달개비가 여름을 지나고 가을의 끝자락에서도 면면히 피었다 지었다를 반복하기에 벽련암에는 아직..

여행 이야기 2024.12.04

백양사의 가을과 겨울 사이

2024. 11. 26.동장군을 부르는 차가운 비가 밤새 내리다 그치고, 한 시간여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백학봉 아래 백양사를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고, 백양사는 시나브로 만추(晩秋)와 겨울 사이에 놓여있습니다.쌍계루 위아래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일 듯 말 듯, 짧았지만 화려했던 가을이 시나브로 떠나가고 있습니다.쌍계루를 지나 약수천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아직도 가을의 감성이 묻어있지만, 시나브로 가을의 소슬바람이 겨울의 삭풍에 밀려나듯이, 단풍 든 나뭇잎이 비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길 위에 떨어져 쌓입니다.잠시 파란 하늘이 반짝 나타난 약수천 일광정 앞 작은 호수에는 노란 은행잎도 사라지고, 빨간 애기단풍도 검붉은 색으로 변색된 채로 백학봉과 구름 낀 파란 하늘과 함께 호수 속으로 ..

여행 이야기 2024.12.02

김제 모악산 마실길의 단풍

2024. 11. 20.천년 고찰 금산사가 있는 모악산은 전주와 김제와 완주에 걸쳐 있는데, 행정구역상 김제에 속하는 금산사 오른쪽 구비길을 김제 모악산 마실길이라 부릅니다.5년 전 처음 목도한 김제 모애산 마실길의 단풍은 여태껏 보아온 어떤 단풍 보다도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뇌리에 깊게 각인되어 있습니다.예년에 비해 한 주정도 늦었다 싶은 생각에 열이틀 전 왔을 때는, 아쉽게도 단풍이 50% 정도 물들었었기에, 예년에 비해 단풍이 물드는 시기가 일주일 정도 늦는 듯싶어 다시 찾은 모악산 마실길은 마침내 황홀한 단풍으로 도배되어 있었습니다.모악산 마실길 오른쪽 넓은 계곡도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이 절정에 올랐음을 한눈에 보여줍니다.단풍길과 계곡 사이에 떨어져 촘촘히 쌓여있는 곱게 알록달록하고 푹신한 카펫 ..

여행 이야기 2024.12.01

내장사의 만추와 서향(瑞香)

2024. 11. 21.단풍으로 붉게 물든 내장산 서래봉 아래 화마가 앗아간 대웅전의 신축 공사도 원만하게 진행 중인 듯싶은 만추의 내장사는 수수한 가을의 완숙미가 돋보입니다. 이른 봄부터 백일 가까이 향기가 진동하는 대웅전 공사 가림막 오른쪽 관음전 앞의 야트막한 서향나무에서 천리향(千里香)이라 불릴 정도로 향이 짙은 서향(瑞香) 꽃이 대웅전의 신축공사 진척상황이 궁금해서인지, 아니면 혼탁한 사바세계에 희망을 전해주려는 것인지 대여섯 송이 살포시 피어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왕문을 나와 부도전 앞에서 시작되어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내장사 가을의 상징과도 같은 단풍터널도 단풍잎이 떨어져 수북이 쌓이고, 얼마 남지 않은 단풍잎이 가을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내장사의 만추는 자못 절정에 도달해 있습..

여행 이야기 2024.11.30

월영교의 가을 아침

2024. 10. 28.호반의 도시답게 새벽부터 물안개가 자욱한 월영교 위를 터덜 터덜 물안개 알갱이를 온몸으로 느끼며 민속마을 쪽으로 건너갑니다.서쪽 호숫가의 단풍나무는 물안개에도 불구하고, 짙어지는 노란색 이파리는 가을 속으로 빠져듭니다.월영교 건너 개목나루터 가는 길 옆 단풍나무가 어찌나 곱던지, 물안개에 가려진 속살은 얼마나 고울지, 햇살 가득한 한낮의 월영교를 상상하며 안동에서의 첫 아침을, 그것도 가을 아침을 변함없이 월영교에서 시작합니다.

여행 이야기 2024.11.29

안동 봉정사의 가을풍경

2024. 10. 28.만세루의 보수 공사가 끝나고 완전체가 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2018년 6월)된 바 있는, 봉정사가 만세루 정비 후 처음으로 맞는 깔끔한 가을입니다.울긋불긋 단풍이 물드는 봉정사는 아니기에, 가을이 깊어 갈수록 고즈넉한 고찰 산사의 품격이 돋보입니다.봉정사를 대표하는 만세루와 극락전이 온전히 가을빛에 무르익어가는 가을이 참 곱기도 합니다.비록 화려한 단풍잎은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아직은 맨드라미가 남아있고, 오백 년 된 은행나무를 위시해서 다수의 오래된 은행나무가 즐비한 범종각 왼쪽을 돌아 내려가는 경사진 오솔길 양편에는 노란 단풍잎이 곱게 깔려 봉정사의 가을을 대변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뜰홍초(칸나)가 붉게 익어가는 봉정사의 가을은 담백하게 농익어 갑니다.대웅..

여행 이야기 2024.11.27

국화꽃이 만개한 백양사의 만추(晩秋)

2024. 11. 22.얼음이 얼기 시작한다는 쌀쌀한 소설(小雪) 아침에 찾은 백양사 경내에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보름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국화가 만개해 아침 이슬을 머금은 채 대웅전을 감싸고, 늦가을 아침이 이제 막 시작하는 가을인양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코로나19 펜더믹이 시작되었던 2020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백양사 경내 너른 뜰에는 만개한 국화를 가득 실은 어선이 풍어를 상징하듯 가을꽃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작년 가을 까지도 황량했었던 백양사의 만추(晩秋)가 그때 만은 못해도 여전히 따스하게 느껴집니다.비록, 과거와 같은 꽃잔치는 열리지 않지만, 형형색색 국화가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백양사 경내에서 가을을 따스하게 보내줍니다.대웅전 뒤뜰 백양사 팔층석탑을 에워싸고 있는 은목서 나무..

여행 이야기 2024.11.26

보름달, 봄, 그리고 가을이 함께하는 안동 월영교의 만추(晩秋)

2024. 11. 16.시월의 보름달이 속절없이 지고 있는 월영교의 새벽은 한 폭의 수채화를 거짓 없이 그려내고 있습니다.일몰시각부터 일출시각까지 월영정을 밝혀주는 황홀한 불빛이 늦가을의 여명을 부릅니다.아무도 없는 월영정 위에 서서 힘껏 뛰어올라보는 나그네에게도 아직은 동심이 조금 남아있지 싶습니다.물안개를 품은 여명을 뚫고 푸른 월영교의 늦가을 새벽이 서서히 막을 내립니다.비록, 해돋이는 없지만, 월영교에서 바라보는 물안개가 피기 시작하는 아련히 멀리 보이는 안동댐이 흐릿한 호반의 도시 안동의 십일월 중순 깊어만 가는 가을 아침을 우리의 지나간 역사처럼 순리대로, 그리고 시나브로 열어가고 있습니다.월영공원의 철쭉군락에는 철쭉꽃이 소담스럽게 피어있고, 불타는 가을의 주인공 애기단풍과 봄의 여왕 철쭉의 ..

여행 이야기 2024.11.25

강천산 군립공원 만추(晩秋)

2024. 11. 23.시월 하순부터 시작된 애기단풍 앓이를 시나브로 갈무리하고 강천산 군립공원에서 가을을 떠나보냅니다.어느덧, 나뭇가지에 매달려있는 단풍잎과 낙엽이 되어 계곡에 떨어져 있는 단풍잎이 엇비슷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멀리 메타세콰이어길의 제일 키가 큰 나무가 떨어진 단풍잎과 더불어 멋진 데칼코마니가 천재화가의 그림처럼 계곡을 물들입니다.강천사 일주문을 지나면서 지나는 사람들도 자연과 동화되어 강천산 군립공원 만추의 한 축이 됩니다.구장군폭포로 이어지는 다리 입구의 애기단풍도 더할 나위 없이 붉게 물들었고,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니, 한참을 기다렸다 급히 몇 장 담아봅니다. 구장군폭포를 중심으로 가을의 정취가 이제 막 떠나려 합니다.선녀계곡 입구에 나란히 서있는 붉을 대로..

여행 이야기 2024.11.24

내장산 우화정의 만추(晩秋)

2024. 11. 21.늦여름부터 애기단풍을 맞으려고 부단하게 찾아왔던 내장산의 랜드마크 우화정에서 이제는 하릴없이 가을을 놓아 주려합니다.동지(冬至)를 향해 가는 늦가을의 해돋이 시간은 갈수록 늦어지고, 산속의 해돋이는 그나마 한 시간 이상 더 늦어지기에, 여덟 시가 훨씬 지난 산속의 이른 아침에 맑은 연못에 비친 우화정과 완숙해진 애기단풍이 해맞이 직전에 더없이 맑고 깨끗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이윽고, 늦가을의 게으름뱅이 아침해가 동녘 순창 복흥의 산봉우리를 넘어오는 장엄한 의식 속에 우화정을 잠시 어둠 속에 가둬버립니다.이제는 가을을 곱게 보내고, 설국(雪國)으로 변신할 우화정의 동장군을 맞아야 할 때가 돌아온 듯싶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우화정의 아름다운 가을을 오롯이 가슴에 담아봅니다.

여행 이야기 2024.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