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5.

내장사 일주문에 들어서기 직전 오른쪽 가파른 산비탈길 서래봉 가는 길목의 벽련암 가는 길 양편에는 곱디고운 애기단풍잎들이 누군가가 일부러 사진을 찍으려 인위적으로 연출이라도 해놓은 듯 가지런하고 촘촘하게 떨어져 쌓이고, 산속은 온통 단풍 든 나무들이 만추의 내장산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습니다.

암자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규모의 벽련암에도 어느덧 가을이 막바지 떠날 채비를 마친 듯, 곱게 물든 단풍잎들이 이따금씩 부는 바람에 날려 발아래 휘리릭 떨어져 쌓이고, 흰구름이 사랑방인양 걸터앉아 있는 서래봉을 푸른 하늘이 선명하게 눈앞 가까이 데려다줍니다.

이른 봄부터 담장아래 피기 시작한 자색달개비가 여름을 지나고 가을의 끝자락에서도 면면히 피었다 지었다를 반복하기에 벽련암에는 아직도 봄이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는 듯합니다.

한여름에는 보이지 않던 봄의 전령사 산당화(명자나무 꽃)가 마치 기나긴 겨울을 지나고, 막 기지개를 켜려는 듯, 삭풍을 막아주는 서래봉과 양지바른 따스한 벽련암으로 일치감치 봄을 데려왔나 봅니다.

비록, 잎은 붉게 단풍이 들었어도 꽃이 쉼 없이 피고 있는 산철쭉도 겨울이 없는 벽련암을 만들고 싶어 하는 듯 암자에서는 보기 힘든 벽련암의 대웅전 아래서 불심을 가득 품고 있는 듯 보입니다.

자색달개비 꽃과 산당화와 산철쭉 꽃뿐만 아니라, 담장너머 장미꽃 한 송이가 빼꼼히 경내를 넘겨다 보고, 제비꽃도 간간이 눈에 들어오는 벽련암에는 겨울을 건너뛰고 봄이 오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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