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375

입동(立冬), 백양사의 가을아침

이름값을 톡톡히 하느라 올 가을 들어 첫 영하의 날씨에 꽁꽁 싸매고 쌍계루를 올려다보며 다소 춥지만 상쾌한 아침을 씩씩하게 시작합니다. 일신우일신 한다더니, 가을이 그런가 봅니다. 사흘 만에 단풍이 반 이상 낙엽이 되어 약수천을 뒤덮을 기세예요.조금은 밋밋해진 청운당 앞 연못에는 말끔하게 백학봉이 반영되어 , 낮에는 보기 힘든 멋진 데칼코마니를 연출합니다. 조금 어둡지만, 이른 아침에만 허락된 그림 같은 풍광입니다.사천왕문을 나와 백학봉과 조화로운 단풍 든 가을의 운치가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는 듯합니다.일광정 앞 약수천의 작은 호수에도 낙엽이 넓게 자리하고, 백학봉의 데칼코마니가 실물 보다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잔잔하게 물안개가 피는 작은 호수는 시간과 공간을 멈추게 하는 마법의 기운으로 나그네를 잠시 ..

여행 이야기 2024.11.07

함양상림천년숲의 가을풍경

2024. 10. 27. #오블완"시무책 10조"와 "계원필경"등을 저술한 신라 헌강왕 때의 학자이자 외교문서 작성에 탁월했던 대문장가 최치원 선생이 진성여왕 시절 함양태수로 부임하여, 풍수해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1,100여 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조림에 의한 숲을 조성한 것이 오늘날의 함양숲으로 천년의 세월을 지켜온 숲은 인공의 냄새가 완전히 사라지고 천년 세월의 천연숲이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없었겠지만, 함양상림숲의 랜드마크처럼 아름다운 연꽃정원에는 봄에는 원앙이 노닐고, 여름에는 연꽃과 수련이 아름답고, 가을에는 수련은 물론이고 빨갛고 노란 물칸나가 연못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여름 내내 연못을 지켜 온 각양각색의 수련잎들도 가을의 연꽃정원을 아름답게 꾸며줍니다.나그네를 기다려준 각..

여행 이야기 2024.11.07

강천산 군립공원 단풍 현황(2)

2024. 11. 05.10월 25일 이래, 11일 만에 다시 찾은 강천산의 애기단풍은 많이 붉어진 듯 보이지만, 50%쯤은 애기단풍이 아직 초록빛깔을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누런 잎이거나 갈색잎으로 변해가고 있으니, 아쉽게도 이제는 더 이상 애기단풍이 강천산을 붉게 물들일 신나는 일은 없을 듯 보입니다.병풍폭포는 단풍에 둘러싸여 단풍이 마치 병풍인양 병풍폭포를 가리고 있습니다.산책길의 애기단풍도 반 정도는 예쁘게 물들고, 절반 정도는 이대로 가을을 보낼 듯 보입니다. 이제는 애기단풍들에게 물들지 않는다고 스트레스를 주는 일을 멈추고 싶어 졌습니다.대부분 단풍잎들은 계곡 아래 떨어져 있고, 애기단풍들은 거의 떨어지지 않은 채로 제법 예쁘게 물들어 있습니다.비록, 애기단풍이 많이 물들지 않았지만, 맑고 ..

여행 이야기 2024.11.06

백암산 백양사 단풍 현황(3)

2024. 11. 04.2024년 11월 4일 현재, 백양사의 애기단풍은 아직도 붉게 물든 아이들 보다는 파릇파릇한 아이들이 훨씬 많습니다. 비율로 표시한다면, 애기단풍은 20% 미만만 붉은 기운을 보일뿐, 아마도 앞으로 일주일 내지 열흘은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백양사 일주문 전 도로 단풍 터널의 애기단풍은 15%를 넘지 못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광정 앞 작은 호수 둘레길의 애기단풍은 5~10% 정도만 붉게 물드는 정도지만, 은행잎과 다른 나뭇잎은 농염하게 단풍이 들어 볼만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은행잎과 다른 나뭇잎이 거의 땅에 떨어져 하나 둘 자취를 감출 무렵 애기단풍은 제대로 붉어질 듯싶습니다. 애기단풍은 언제나처럼, 천상천하 유아독존인양 홀로 가는 가을을 즐기려나 봅니다. 백양사의 애기단풍..

여행 이야기 2024.11.05

억새꽃과 좁은잎해바라기

2024. 10. 21.지난여름 폭염이 밤낮없이 극성을 부리던 팔월 초순에 변산에 갔다가 들렀던 부안 줄포만 노을빛 정원은 온통 배롱나무꽃이 예쁘게 피었었건만, 살인적인 더위가 정원 산책을 막았기에 시원한 가을에 다시 오마 약속하고, 시원하다 못해 서늘해진 갈대숲길을 찾아왔건만, 갈대숲길에는 억새 중에서도 참억새가 가득합니다.나그네의 뇌-피셜은 '갈대의 순정'이라는 노래도 억새꽃을 갈대라 착각한 것은 아닌가 잠시 주장해 봅니다. 은빛 억새꽃이 금빛 갈대 보다 더 운치 있고, 바람에 춤추는 억새꽃의 하늘거리는 모습은 정말 감성적입니다.갈대는 줄포만의 습지에 마치 초가집의 울타리처럼 촘촘하게 늘어서 바람이 불어도 큰 요동이 없습니다.줄포만 노을빛 정원에는 갈대숲이라고 소개된 억새꽃밭이 좁은잎해바라기와 이웃해..

여행 이야기 2024.11.04

소쇄원의 가을풍경

2024. 10. 25.소쇄원의 가을이 시나브로 익어갑니다.감나무와 모과나무의 열매가 하나둘 땅에 떨어지고 앙상하게 뼈다귀만 남긴 채 겨울을 기다립니다. 자식농사 잘 끝내고, 자식에게 외면받는 가엾은 부모의 모습이 겹쳐 보일 듯 말 듯합니다.반년 먼저 핀 서부해당화가 내년 봄까지 온전히 피어있기를 소망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냥 바라봅니다.한여름에 피는 황금꽃이 종자를 맺혀 있어야 하는 시월말에 저리도 활짝 피어있으니, 세상이 참 어수선하기는 어수선한가 봅니다. 줄기와 뿌리가 황금색이라 부르는 황금이 예쁜 보라색꽃을 가을에 보여주니, 겨울을 건너뛰고 봄이 왔으면 하는 나그네의 망상이 들켜버렸나 봅니다.담양의 상징과도 같은 대나무가 소쇄원에도 숲을 이루고 있으니, 대쪽 같은 선비의 성품이 어..

여행 이야기 2024.11.03

호랑가시나무 열매가 가을 속에서 붉게 물들어갑니다.

2024. 10. 18/24.크리스마스트리 장식에는 빠뜨릴 수 없는 호랑가시나무 열매가 가을이 깊어갈수록 붉게 물들고 있습니다.겨울이 가까워 오면, 호랑가시나무 열매가 더욱더 빨갛게 물들게 되겠지요. 다가 올 성탄절에 흰 눈이 내린다면, 비록 구상나무는 아닐지라도, 백양사 청운당 앞에 서있는 호랑가시나무가 흰 눈 속의 빨간 열매와 잘 어울리는 성스러운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여행 이야기 2024.11.02

시월에 만난 진귀한 해당화

2024. 10.21.보통의 해당화는 5월 봄부터 7월 여름까지 바닷가 모래밭에서 피기도 하지만, 내륙 호숫가나 연못가에서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가끔은 8월 말이나 9월 초순경에도 이따금 눈에 띄기는 하지만, 꽃잎이 제대로 온전하게 붙어있기보다는 어쩌다 두세 개 혹은 달랑 꽃잎 한 장 달고 있는 것이 고작입니다.8월 초 변산국립수목원 해당화길의 해당화도 온전히 꽃잎을 달고 있는 해당화는 거의 없었고, 8월 말 서천 갯벌의 해당화 군락에도 거의 지고 있는 해당화가 온전한 모습을 보기 힘들었는데, 시월 하순에 온전한 해당화는 물론이고,여태껏 본 기억이 없는 듯싶은 하얀 해당화도 활짝 웃고 있고,그런가 하면, 곧 필 듯싶은 작은 횃불 같은 꽃봉오리가 수줍게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진귀한 부..

여행 이야기 2024.11.01

메밀꽃 피고 질 무렵

2024. 10. 21.땅이 기름지지 않아도 메밀은 예쁜 꽃을 피웁니다. 잠깐 쉬는 땅에 경작하기 용이한 작물이 또한 메밀이지요. 농사를 해본 적이 없는 아버지도 개발지 빈 땅에 메밀 씨를 뿌려 풍작을 이뤘던 적이 있을 정도로 메밀은 까다롭지도 병약하지도 않습니다.어떠한 작물도 자라기 힘들어 보이는 부안 줄포만 노을빛 정원 너른 빈 땅에 메밀이 예쁘게 꽃을 피웠습니다.멀리서 보면 그저 푸르고 하얀 잡풀들이 가득한 들판과도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흰색과 옅은 분홍빛이 조화롭게 섞인 메밀꽃들이 앙증맞게 아름답습니다.메밀꽃밭 저 멀리 줄포만 갯벌 쪽에서 분홍색 핑크뮬리가 메밀꽃과 앙상블을 이루며 자칫 칙칙할 수 있는 갯벌 습지옆 간척지 부안 줄포만 노을빛 정원의 가을을 풍요롭게 꾸며줍니다.어찌 보면, ..

여행 이야기 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