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394

우화정(羽化亭)에도 봄은 오는가?

2025. 02. 27작년 12월 초순에 보았던 내장산 우화정의 풍경은 시공을 뛰어넘어, 바로 엊그제 본 풍경처럼 크게 다름이 없습니다.해돋이뿐만 아니라, 해넘이도 진심인 우화정이 지난겨울을 의연하고 무던하게 잘 견뎌내고 봄의 희망을 기다립니다.우화정의 윤슬이 황홀경을 만들어 주고, 원앙이 찾아오는 4월이 돌아오면, 물가에서 손에 손잡고 샛노란 개나리 아씨들이 환하게 웃으며 자리하듯이, 우리에게도 가슴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윤슬처럼 진정 봄을 만끽할 수 있도록, 반짝이는 새로운 희망이 샘 솟아나길 기원합니다.

여행 이야기 2025.02.28

천덕꾸러기가 된 가마우지

2025. 02. 22.겨울 철새라 불리던 가마우지가 대한민국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다 판단했는지, 수년 전부터 텃새화하여 제주도 해안을 비롯한 전국의 바다와 크고 작은 하천에서 개체수를 크게 늘리며, 1마리당 하루 1∼2㎏의 물고기를 잡아먹을 정도로 식성이 매우 좋아 물고기 씨를 말리자, 급기야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유해조수로 분류하여 지자체마다 골칫덩이이자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가마우지의 퇴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왜 유해조수가 되었는지 알지도 못한 채로 눈치 없이 물고기를 잡아먹고 소화시킨 찌꺼기를 날갯짓하며 시원하게 방출해 대는 모습은 일면 귀엽게도 보입니다.어쩌면, 우리 국민 중 상당수는 마치 유해조수 가마우지처럼 이유도 모른 채 이 세상에서 분리수거 대상이 되는..

여행 이야기 2025.02.24

스산한 봉정사 영산암

2025. 02. 16.언제나 그랬듯이 잠시나마 포근하게 나그네의 쉼터가 되어주는 영산암은 파릇파릇한 풀 한 포기 보이지 않아 정월대보름이 사흘이나 지났어도, 봄기운은 어디쯤 와있는지 가늠할 수 없지만, 나한전 아래 작은 정원에 산당화도 큰꿩의 비름도 때를 기다리며 아직은 생명이 움트고 있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바싹 말라버린 스산한 고요함에 '나 여기 있소' 나지막이 속삭이는 그나마 초록빛을 간직한 채 마당을 덮을 기세로 홀로 서있는 소나무가 봄의 희망을 전해 줍니다.속세의 온갖 번뇌와 시름을 잠시 내려놓고, 이제는 조금씩 동이 터오기 시작하는 영산암을 뒤로하면서, 이 땅 위의 삼라만상이 순리대로 하루속히 제자리를 찾기를 앙망해 봅니다.

여행 이야기 2025.02.23

봄을 기다리는 논병아리

2025. 02. 20.막바지 기습적인 한파에도 불구하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논병아리와 논병아리 보다 배는 커 보이는 물닭이, 마치 논병아리의 크기를 짐작케 해 주려는 듯 나란히 포즈를 취해줍니다.워낙에 빠릿빠릿한 논병아리가 눈에 띄기 바쁘게 잠수를 해서 어디론가 멀리 달아나는 통에 좀처럼 사진으로 남기기 쉽지 않건만, 웬일인지 유유자적 몸집이 큰 다른 조류들이 없는 한적한 물 위에서 평화스러운 유영을 즐깁니다.아마도 봄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궁금하여 이리저리 떠다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마치, 우리가 봄을 기다리는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어쩌면, 우리의 봄은 계절보다 조금 천천히 찾아오지 않을까 싶은 조바심을 내면서, 진정한 봄을 향한 가슴을 활짝 열고 또 하루하루를 견뎌..

여행 이야기 2025.02.21

월영교의 아침 해무리

2025. 02. 15.구름이 가득하던 월영교 건너 나지막한 산허리에 붉은 기운이 감돌면서 신비스러운 아침풍경이 멋진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해가 올라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월영교의 아침풍경이 마치 용이 승천하기 직전 힘차게 용틀임하며 혼돈 속에서도 제자리를 찾으려는 작금의 현실세계가 살짝 엿보입니다.이윽고, 용이 장엄하게 꿈틀거리며 하늘에 오르는 듯 월영교 너머로 해무리가 현란하게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지속될 것만 같았던 어둠이 서서히 사라지며, 해무리가 월영교의 환하게 아침을 밝혀줍니다.이제는 우리의 현실세계도 침울했던 어둠을 뚫고 밝은 희망의 빛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갑니다.

여행 이야기 2025.02.20

봄을 준비중인 안동 봉정사

2025. 02. 16.입춘이 지난 지도 보름이 다 되어가건만, 아직은 겨울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의 아침은 을씨년스럽기 조차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 맞을 준비로 노송이 가득한 진입로 복원공사로 일주문 주변 도로가 울퉁불퉁, 대웅전 주변에는 공사차량과 인부들이 이른 아침부터 고즈넉한 산사를 시끌벅적 북적이게 하며 봄 맞을 준비가 한창입니다.미처 산봉우리를 넘지 못한 하현달이 봄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전라의 시커먼 나뭇가지에 걸린 채로 혼돈 속의 사바세계를 그대로 구현하고 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정사와 영산암을 오르는 길 옆, 여름이면 백일홍이 가득한 작은 꽃밭 입구에는 홍매가 조금씩 눈을 떠가며 유유자적 봄을 기다립니다.아직은 겨울이 그대로 머물고 있는 봉..

여행 이야기 2025.02.19

낙강물길공원 2월 중순풍경

2025. 02. 15.안동댐을 내려온 물길이 머무는 낙강물길공원이 꽁꽁 얼어붙은 채로 입춘을 지나고, 정월대보름을 지나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낙강물길공원을 에워싸고 이십여 미터 큰 키로 웅장하게 자란 메타세콰이어 나무 가지 끝에 걸려 막 기울기 시작한 저 하현달이 그믐달이 되면, 지금은 황량하기만 한 낙강물길공원 습지 가상자리에서 파릇파릇 새순이 돋는 노랑꽃창포를 만날 수 있겠지요.그때쯤이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희망의 새싹이 초록초록 움터나기를 학수고대해봅니다.

여행 이야기 2025.02.18

안동댐 해돋이

2025. 02.15.안동댐 교각 위로 빼꼼하게 얼굴을 내미는 아침해가 희망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교각 사이를 빠져나오려 찌그러진 모습으로 힘겹게 애를 씁니다.그러다가 포기하고 교각 다리 위로 마치 풍선처럼 빼꼼히 삐져 올라옵니다.정확히 반으로 두 동강이 난 모습이 남북으로 나뉜 한반도의 상황 같기도 하고, 허망한 권력을 탐하는 일그러지고 몰지각한 사회 지도층을 자부하는 일부 탐욕스러운 인사들에 의해 두 동강이 나고 있는 민심을 보는 것만 같아 씁쓸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완벽하게 원형이 되어가는 해를 보면서 희망을 가져봅니다.다리 위로 둥근 해가 떠오르는 모습에서 하나 될 한반도를 상상하고, 머잖아 두 동강이 난 민심이 하나로 모아질 그날을 기다릴 힘을 얻습니다.안동댐 위로 봉긋 솟아오른 해를 ..

여행 이야기 2025.02.17

월영교의 새벽풍경

2025. 02. 15.작년 추석 이래로 처음 찾은 안동댐의 랜드마크 월령교의 월영공원 공영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월령교에 진입하기도 전에 보고 싶었던 불 켜진 월령교를 멀뚱이 서서 정성껏 담아봅니다.인적이 뜸한 월영교는 나무 바닥이 살짝 얼어 미끄럼을 타기 알맞을 정도로 번들번들 다리 가운데 월영정을 지나 조심조심 건너봅니다.정월대보름이 어느덧 사흘 지났건만, 흐릴 거란 일기예보와는 달리 휘영청 밝은 달이 월영교의 명성에 어울리게 앙상하게 줄기만 남아 봄을 준비 중인 왕벚꽃나무 가지에 살짝 걸려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저 달이 그믐달이 되었다가, 온전히 둥근 보름달로 다시 돌아올 때 우리의 희망도 함께 돌아와 주기를 학수고대해 봅니다.

여행 이야기 2025.02.16

선재도 당너머해변 썰물풍경

2025. 01. 08.이제는 섬이라고 하기에는 좀 쑥스러운 오이도를 지나서 시화방조제길을 건너 대부도를 관통한 후 선재대교를 건너니, 바닷물이 빠진 너른 갯벌이 끝없이 펼쳐집니다.멀리 윤슬이 반짝이는 썰물 시간의 선재도는 날이 추워서 그런지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자연의 보고 갯벌의 겨울은 마냥 쓸쓸해 보입니다.당너머해변에서 오른쪽으로 길게 누워있는, 펜션의 섬 측도 위에 떠있는 뭉게구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갯벌에 투영되어 옅은 미소를 짓게 합니다. 썰물로 드러난 바닷길을 따라 목섬에 들어가 산책을 즐기는 것도 겨울 선재도의 낭만이지 싶습니다.물때를 잘 맞춰 걸어서 목섬에 들어가는 것처럼, 모든 일에는 선후가 있고 적기가 있는 법이거늘, 한순간에 모든 일상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우리가 사는 세상..

여행 이야기 2025.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