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1.
지난여름 폭염이 밤낮없이 극성을 부리던 팔월 초순에 변산에 갔다가 들렀던 부안 줄포만 노을빛 정원은 온통 배롱나무꽃이 예쁘게 피었었건만, 살인적인 더위가 정원 산책을 막았기에 시원한 가을에 다시 오마 약속하고, 시원하다 못해 서늘해진 갈대숲길을 찾아왔건만, 갈대숲길에는 억새 중에서도 참억새가 가득합니다.
나그네의 뇌-피셜은 '갈대의 순정'이라는 노래도 억새꽃을 갈대라 착각한 것은 아닌가 잠시 주장해 봅니다.
은빛 억새꽃이 금빛 갈대 보다 더 운치 있고, 바람에 춤추는 억새꽃의 하늘거리는 모습은 정말 감성적입니다.
갈대는 줄포만의 습지에 마치 초가집의 울타리처럼 촘촘하게 늘어서 바람이 불어도 큰 요동이 없습니다.
줄포만 노을빛 정원에는 갈대숲이라고 소개된 억새꽃밭이 좁은잎해바라기와 이웃해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룹니다.
모르긴 몰라도, 억새꽃과 좁은잎해바라기가 이웃하며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은 지구상에서 부안 줄포만 노을빛 정원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억새꽃밭 옆 좁은잎해바라기가 끝없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오솔길을 몇 번을 왕래했는지 모릅니다.
갈대를 보러 왔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억새꽃을 보고, 그 옆에서 노란 좁은잎해바라기까지 만나게 된 흐릿한 가을하늘마저도 멋진, 깊어가는 가을의 추억을 뇌리 속에 고이고이 간직합니다.
살다 보면 가끔은 생각지도 않았던 좋은 일들을 만나게도 됩니다.
그 맛에 그 덕분에,
생각하는 대로 살아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심신은 한층 더 작고 초라해지는, 작금의 암울하다 못해 참담하고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그럭저럭 견뎌내며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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