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안동의 화천서원을 대하는 나그네의 단상(斷想)

Chipmunk1 2023. 12. 10. 08:41

2023. 11. 24.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대표관광지를 소개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는 화천서원을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안동 하회마을 부용대 동쪽 기슭에 위치한 화천서원은 조선 중기 퇴계학문을 수학한 겸암 류운룡(1539-1601년) 선생의 넋을 기리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유림의 뜻을 모아 1786년 건립되었다. 이후 1868년 고종 5년 서원 철폐령으로 강당과 살림집으로 쓰인 주소만 남기고 헐게 되어 한동안 화천서당으로 불렸으나 이후 서원의 훼철을 아쉬워하던 후손들이 1966년부터 기금을 모아 여러 건물을 복원 1996년 지금의 서원형태를 완성하고 복설고유를 올렸다. 경내에는 사당 경덕사, 강당 숭교당, 동재와 서재, 문루 지산루, 원문 유도문, 주소 전사청이 있다. 부용대 오른쪽 숲길로 들어서면 경암 류운룡 선생이 1567년 학문을 가르치기 위해 지은 겸암정사가 있고 정사의 누각에 오르면 모래사장과 하회마을, 부용대의 거친 기운을 막기 위해 류운룡 선생이 심은 만송정 숲이 있다.]

안동에는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같이 유서 깊은 서원이 있음에 화천서원은 어쩌면 천덕꾸러기의 처지 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화천서원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지산루 아래에는 누군가가 무청을 말리고 있습니다.

후문 격인 동문 입구에는 각종음료 메뉴를 붙여놓은 카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민박도 겸하고 있어 한옥체험에는 제격이겠지만, 온갖 오래된 물품들이 질서 없이 늘어서 있고, 현대식 테이블이 놓여있는 카페라는 곳이 왠지 모르게 잘 정돈되어 있어야 할 듯싶은 서원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런 모습들이 병산서원이나 도산서원보다 한 단계 쳐진 개선되었으면 싶은 부분이라 나름 평가를 내려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 뒤편 처마밑에 가지런히 껍질을 깎아 곶감을 만들기 위해 매달아 놓은 감이 비록 카페의 음료 재료로 사용될지언정 한옥과 제법 잘 어울리는 듯싶어 잠시 미소 지어 봅니다.

지산루 아래 오른쪽 한편에는 빨갛게 농익은 산수유 열매가 파란 하늘과 강렬한 햇살과 앙상블을 이루어 화천서원의 계절을 알려주니 나름 운치 있어 보입니다.

화천서원 앞을 서성이던, 창덕궁 후원 정조대왕의 금손이 후손인듯한 어린 냥이 남매가 나그네의 손을 보고 다가와 카메라를 들이대도 도망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귀여운 포즈를 취해 줍니다.

다음에 올 때는 이 녀석들 간식거리 라도 챙겨 와야 할 듯싶습니다.

모쪼록, 원형 그대로 오염되지 않은 낙동강변에서 심신이 지친 도시인들에게 위안이 되고 휴식이 되는 화천서원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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