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간헐적으로 내리다 그치기를 변덕스럽게 반복하더니, 나그네가 즐겨 찾는 아파트 맥문동 군락지에도 드디어 맥문동 꽃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한반도 어디에서나 빠르면 5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맥문동 꽃이 바야흐로 절정을 맞고 있나 봅니다.
모든 꽃이 다 그렇듯이, 멀리서 보면 그저 지나치기 쉬운 흔하디 흔한 보랏빛 풀꽃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길쭉한 꽃대에 노란 수술이 앙증맞은 여섯 개의 꽃잎을 활짝 열고 벌과 나비와 사랑을 속삭이며 나그네를 유혹합니다.
겨우살이풀이라고도 부르는 맥문동(麥門冬)은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흡사 겨울을 나는 보리와도 같이 파릇파릇하게 사철 한결같기에 붙여진 이름이라지요.
그래서 뿌리는 약재로 쓰이고, 여린 잎과 줄기는 식용이 되고, 잘 익은 열매를 눈 속에서 볼라치면 윤기 나는 흑진주와 매우 흡사해서 그랬는지, 맥문동 꽃의 꽃말인 '겸손', '인내', '기쁨의 연속'은 꽃과 사철 푸른 잎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도 지지만, '흑진주'라는 꽃말은 겨울 눈 속에서 채색대비가 되어 한결 더 반짝반짝 빛이나, 흡사 흑진주가 매달려있는 듯 보이던 동그랗고 까만 열매를 떠올려보니 흔쾌히 수긍이 갑니다.
나그네가 맥문동 꽃이 아름답다고 인정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지금으로 부터 4년전 8월 하순경, 우연한 기회에 충남 서천의 장항송림산림욕장 소나무 군락 아래서 질서 정연하게 피어 난 아름다운 맥문동 꽃의 자태에 흠뻑 빠진 이래로, 길가나 숲길을 지나다 한두 포기 맥문동 보랏빛 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5월 말부터 꽃이 지는 9월까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흑진주 같은 열매와 푸르른 잎과 나그네는 일 년 내내 눈맞춤 하게 되었지요.
반갑게도, 서천 장항 송림산림욕장에서는 오늘부터 닷새 동안(8/25~8/29) "제1회 장항 맥문동 꽃 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물론, 입장료와 주차료는 여전히 무료라고 합니다.
지역의 억지스러운 축제가 아닌 오랫동안 준비해 온 자연 친화적인 축제다운 축제의 장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경북 청송군의 주왕산 자락에서 2017년까지 존치됐었던 팔월의 연꽃 축제가 이듬해 바뀐 군수가 전임 군수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나그네가 불원천리 다시 찾았던 2019년 여름에는 어이없게도 졸속으로 옥수수만 빼곡하게 심어놔 나그네를 허탈하게 만들었었던, 기가 막힐뻔한 한심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며, 서천군만큼은 앞으로 군수가 열두 번이 더 바뀐다 하더라도 맥문동 꽃 축제만큼은 변함없이 지속되어 8월이 지날 즈음 한 번씩 정겹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나그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어느덧 5년의 유효기간이 다 되어가는 지역 상품권이 4년 동안 나그네의 지갑 속에 고이 보관되어 왔는데, 이는 4년 전 8월에 처음 방문 했었던 송림산림욕장 내에 있는 장항스카이웍 입장료와 동일한 가액의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서천군에서만 유통되는 지역 상품권인 바, 올해 다시 찾을 기회가 있다면 잊지 말고 꼭 사용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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