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그냥 지나가기 서운해서 예보도 없이 촉촉이 비가 내리는 아침 산책길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미니백일홍이라고도 불리는 좁은잎백일홍이 조화처럼 앙증맞게 선명한 자태로 가을을 부릅니다.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백일 이상 함께 하는 백일홍을 필두로,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함께하는 배롱나무꽃으로 불리는 목백일홍도 있습니다.
지난 삼월 하순경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보롬왓카페에서 작은 화분들에 담겨 만개한 좁은잎백일홍을 정신없이 담아왔었는데, 여름의 끝자락에서 조금 더 화려한 좁은잎백일홍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물론, 지난 유월에 가평 자라섬에서 만났던 (겹꽃) 미니백일홍은 꽃의 크기뿐만 아니라, 줄기도 앙증맞지만 꽃양귀비와 수국과 보라유채꽃에 밀려서 관중들의 시선을 받지 못해 속상해하던 미니백일홍 아씨들을, 비록 홑꽃이지안 팔월이 끝나가는 산책길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안개꽃과 잘 어울리던 순결한 신부를 연상시키는 자라섬의 미니백일홍이 불현듯 생각나는 촉촉이 비가 내리는 산책길의 좁은잎백일홍 앞에 서니, 작년까지 대단위 백일홍단지가 조성되었던 안동댐 중턱의 문화관광단지의 백일홍이 그립고(금년에는 백일홍단지가 사라졌음), 금년에는 봉정사의 백일홍과 태백 구와우마을의 해바라기단지 입구의 백일홍이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정읍의 구절초 지방정원과 장성황룡강변에는 시월 중순까지 백일홍 군락을 만날 수 있으니, 백일홍은 이름에 걸맞게 적어도 백일동안은 나그네에게 기쁨과 행복을 나눠주기에 모자람이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백일홍에게는 행복, 순수, 인연, 순결이라는 꽃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백일홍이 완전히 떠나가는 가을 까지는, 나그네의 일상들이 아름다운 백일홍과 함께 무탈하고 행복하기만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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