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171

명자꽃(산당화) 꽃망울을 보면서 봄을 기다립니다

2023. 01. 29. 아직은 봄이 멀리 있어 보이지만 폭설과 한파가 극성인 한겨울에 붉은빛 봄꽃 중 둘째가라면 서럽고 상아빛 봄꽃 중 둘째가라면 서러울 청순한 명자나무가 꽃망울울 맺고 아가씨나무 다운 풋풋함을 선봬며 아직은 멀리 있는 봄을 기다립니다 장미 못지않은 가시 호위무사가 수줍은 아가씨나무 명자꽃망울 지켜주며 머언 봄을 기다립니다 따스한 겨울 햇살이 겉옷 한 겹 벗겨내면 동백보다 장미보다 빨갛고 복스런 꽃잎 지고지순한 아가씨가 봄을 기다립니다 눈이 시릴 만큼 빨간 명자꽃 사이사이에 상아빛 명자꽃들이 알맞게 섞여 피게 될 명자나무 군락이 아직은 볼품이 없지만 머잖은 입춘에 성질 급한 아가씨나무가 꽃망울을 살짝 터뜨릴 봄을 기다립니다

꽃 이야기 2023.01.30

💐겨울꽃이 참 예쁘다💐

지난 며칠간 폭설과 한파로 몸살을 앓고 세상은 온갖 이슈들로 조용할 날이없다. 서로 충돌하고 헐뜯는 갈등(葛藤) 속에서 그나마 평행선이 빠르게 점점 더 벌어진다. 내 생각과 다른 의견엔 절대 귀 기울이지 않고 내 입장만 내세우는 불통(不通)의 섬에 갇혀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은 시기가 도래하면 제 할 도리를 다 한다. 꽃은 더 예쁘게 피려고 애 쓰는 일도없다. 꽃은 누가봐도 한결같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가끔씩 꽃이 이쁘지 않게 보이는 것은 보는 이의 간사해진 변덕 때문일 게다.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삶이 무엇인지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는 의연한 삶이 무엇인지 비로소 꽃에게서 배운다. 그래서 꽃과 대화하는 시간이 되면 세속의 탐욕도 근심도 멀리 떨쳐버리고 가벼워진 영혼으로 평안을 얻는가 보다...

꽃 이야기 2022.12.20

혹한기(酷寒期)의 빨간 장미

갑작스럽게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지난 밤의 그녀가 걱정돼서 일찌감치 완전무장을 하고 나만이 알고 있는 그녀의 집을 찾았다. 간헐적이였지만, 집중적으로 폭설이 내린 어제 오전과 오후의 바깥세상은 설국이 되어, 황사의 공격으로 농도가 짙어진 미세먼지를 무색케했다. 갑작스런 한파로 눈은 그대로 얼어 붙어있고, 겨우 눈을 털어낸 그녀가 흰눈 틈바구니속에서 한층 붉은 정열의 빛을 발한다. 추워도 춥다 움크리지않는 의연한 그녀가 체감온도 영하20도를 넘나드는 혹한속에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꼿꼿하게 추스리며 나약한 나에게 사철 변함없이 피어나 건강미 넘치는 희망과 사랑으로 이쁨을 선물한다. 한겨울에도 해를 바라보며 언제나 처럼 파란하늘과 눈맞춤하는 그녀가 너무나 매혹적인, 혹한기가 혹한기 같아 보이지않게 ..

꽃 이야기 2022.12.14

풍선덩굴에 어린시절의 꿈을 살포시 얹어 봅니다

2022. 08. 06 산책길을 조금 벗어나 주말농장으로 가면 다정한 노부부가 일궈놓은 예쁜 정원같은 텃밭이 있습니다. 새벽부터 노부부가, 할아버지는 밭안에서 할머니는 양산 쓰고 우아하게 부채질하며 밭 밖에서 구경을 합니다. 옥수수가 2미터도 넘게 자라 숲을 이루고, 방울토마토가 탐스럽게 잘 매달려 있는데, 까치 두마리가 잘익은 옥수수를 쪼아먹고 방울토마토를 흠집내놔서, 좀 속상해하는 노부부의 일그러진 얼굴이 안쓰럽네요. 정글같은 밭속에서 연신 땀을 훔치시며 밖에 있는 아내가 더울까봐, "많이덥지?" "부채 잘 부쳐!"라고 거듭 당부합니다. 마치 꽈리처럼 생긴 풍선덩굴을 지나던 할머니들이 사진 찍는걸 보면서 꽈리네 꽈리 하면서 왁자지껄 지나갑니다. 꽈리면 어떻고 풍선덩굴이면 어때요? 풍선덩굴을 통해 어릴..

꽃 이야기 2022.09.28

설악초(雪嶽草)의 비애(悲哀)

마치 눈이 내린듯 초록잎새 위에 소복소복 눈이 내려 쌓인듯한 설악초가 산책로 한쪽 귀퉁이에 존재감없이 자리잡고 있어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데, 오늘 아침엔 설악초 뒤켠에 있는 황화코스모스를 보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멀리서는 하얀 눈이 쌓인듯한 잎과 줄기만 선명 했었 는데, 가까이서 보니 하얀 꽃이 앙증맞게 피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감이며 백과사전에서 소개하는 설악초의 관전포인트는 꽃 보다는 잎과 줄기라 하니, 설악초의 입장에서는 그닥 달갑잖은 설명이리라 생각 된다. 세상에 꽃치고 아름답지않은 꽃은 없다고 생각해온 나의 신념과도 배치되는 일반적인 평에 절대 동의할 수가 없다. 꿀벌이 앙증맞은 설악초에 앉아서 열심히 꿀을 빨아들이고 있으니, 설악초가 꽃으로서 부족함이 없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뿐만아..

꽃 이야기 2022.09.28

층꽃나무와 허무한 삶

가을의 꽃이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들꽃으로 치부되는 층꽃나무(층꽃풀)는 꽃대가 한해살이 풀처럼 꽃과 함께 사라지기에 층꽃풀이라고도 불리우지만, 분명 나무랍니다. 살짝 건드리기만해도 만개한 꽃송이가 한 순간에 바닥에 흩뿌려지는 모습과 마치 평생 공들여왔던 노력이 한 순간의 잘못으로 모든걸 잃고 허탈해 하며 허무한 삶이라 탄식하고 넋두리하는 모습이 누군가의 눈에는 층꽃나무와 닮음꼴이라 보고 허무한 삶이란 꽃말을 층꽃나무에 붙여놓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을 마실길 초입 마다 초연히 피어있는 층꽃나무는 무심코 가을하늘을 바라보다 쓸쓸해질 가을길에 향기로운 꽃잎을 남김없이 떨구어 가을의 정취를 한층 더하게 합니다. 허무한 삶이라기 보다는 각박한 세상을 향기롭게 해주는 나누는 삶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꽃 이야기 2022.09.27

아름답고 고마운 고마리꽃

모르긴 몰라도 세상을 이롭게하는 고마운 식물이라서 고마리이지 싶습니다.ㅎㅎ 꿀의 원천이라는 꽃말과도 같이 꿀벌에게도 베풀줄 아는 희생과 정화의 상징 고마리가 가을을 맞아 결실을 위한 꽃을 활짝 피우고 있습니다. 고마운 식물 고마리는 물을 정화시켜주는 작용을 하는 식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축산농가에서 축사 주변에 심어 폐수를 정화시키기도 한다합니다. 충청도에서는 돼지가 잘 먹는다고 하여 돼지풀로도 불리우니, 고마운 식물임에 틀림없지 싶습니다. 우리나라 각처에서 자라는 덩굴성 한해살이풀로, 양지 바른 곳이나 반양지에서 잘 자라며, 특히, 이 가을에 개천변에서 보일듯 말듯 흰색과 분홍색의 꽃이 마치 하늘의 별처럼 개천변을 반짝이게 합니다. 불현듯, 다음 생에는 고마리같이 오염된 세상을 정화시키는 존재로 ..

꽃 이야기 2022.09.24

눈이 부신 이질풀꽃

2022. 09. 02 부안 마실길 2코스 노루목상사화길 붉노랑상사화가 제일 많이 피어있는 언덕에 붉노랑상사화 사이사이에 손톱만한 꽃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거리면서 카메라 렌즈 방향을 붉노랑상사화로 부터 순식간에 빼앗는다. 도대체 너는 누구니? 궁금했지만, 검색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찾겠다는 일념으로 이름도 알지못한 채로 하나 둘 예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꽃에 매료되어 한참동안 붉노랑상사화는 안중에도 없었다. 나중에 검색하여 내린 결론은 "이질풀꽃" 예로부터 이질 설사에 효험이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니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다만, 내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 중에 하나인 이질풀꽃을 노루목상사화길에서 만났다고 기억하고싶다.

꽃 이야기 2022.09.04

갯패랭이꽃

2022. 09. 02 서천군 장항읍 송림산림욕장 바닷가 해변에 피는 꽃이라서 갯패랭이라는 이름을 얻은 서민스러운 꽃. 7~8월에 제주도와 경상남도 해안가에서 자란다는 갯패랭이가 장항의 송림산림욕장 바닷가에 정겹게 여름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있다. 지난 여름의 모진 비바람에도 잘 견뎌준 꽃패랭이가 무섭게 달려오는 역대급 태풍 힌남노에도 잘 견디어 여름과 가을의 가교 역할을 무사히 마치기를 바래본다.

꽃 이야기 2022.09.03

구기자꽃에 붙임

어린시절 기억이 또렷한 그리운 초가집 울타리에 가을이면 빠알갛게 익어 매달렸던 구기자 열매가 산책길 후미진 담장아래 컴컴한 한켠에 축 늘어진 가지에 예쁘게 활짝핀 구기자꽃과 50여년의 갭을 허물어 버리고 그 시절로 나를 인도한다. 작은 엄지 검지 사이에 말랑말랑하게 익은 열매를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살짝 눌러서 노오란 씨앗이 툭 터져 나오면 기겁을 하고 내던졌던 그 어린애가 어느덧 젊은 노인이 되었다. 언제나 가슴속에 간직해 온 어린시절 그 초가집은 아직도 젊은 노인의 마음속에 포근하게 살아있다.

꽃 이야기 202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