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21

서향 향기 짙은 백양사의 봄

2025. 04. 03.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온실이 아닌 노지에서 향기가 천리를 간다 하여 천리향이라 불리기도 하는, 뭍에서는 꽤나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군락이 있는 장성 백양사의 서향 한그루가 청운당 앞 연못가에 덩그마니 서서 겨우내 빨간 열매가 맺혀있던 청운당 끄트머리 호랑가시나무 너머 신비롭게 만개한 고불매를 바라보며, 붉은빛 하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합니다.그리고, 나그네의 짧은 지식으로, 육지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자생 군락지로 알고 있는 사천왕문과 범종각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서향의 향기가 고불매의 은은한 향기를 지우고, 살랑이는 봄바람에 실려 백양사 경내를 찾은 뭇사람들의 코끝을 짙은 향기로 사로잡습니다.바위틈에 한 그루씩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는 제주도 남원의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의 그것 과는 ..

여행 이야기 2025.04.10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

2025. 04. 02.일찍이 1978년 여름, 지금의 춘장대 해수욕장은 나그네의 기억 속에는 동백정이라 불렸었고, 당시 까까머리 학생이었던 나그네는 평소 친분이 있던 선배와 동기생등 여섯 명이 의기투합해서 바다와는 조금 이질적으로 들리는 서해안 동백정으로, 피서라는 이름으로 바다에 가서 캠프파이어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던 그곳이, 사실은 서천 마량리의 수령이 놀랍게도 물경 오백여 년이나 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나무 여든두 그루가 자생하는 동백나무 숲이 있고, 그 숲 정상에 동백정이란 정자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동백꽃을 보러 처음 왔던 것은 불과 5년 전이었습니다.이제는 동백정과 해수욕장이라는 다소 이질적이었던 단어보다는 동백정과 동백나무 숲이란 친근감 ..

여행 이야기 2025.04.09

서산 간월도 영양굴밥, 간월암, 그리고 길마가지나무 꽃

2025. 04. 02.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는 나그네에게 먹거리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기에, 유기방가옥에서 삼십여분 해안으로 달려간 곳은 바로 간척지로 유명한 천수만 옆에 있는 간월도(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된 섬)이고, 거기에는 비록 굴의 계절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입맛 돋우는 영양굴밥과 십여 가지 이상의 정갈한 반찬과 굴전 까지, 혼밥 하기에는 나무랄 데 없을 뿐만 아니라, 친절한 응대는 덤으로, 거리는 조금 있더라도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만족스러운 아점을 하고, 식당 창 너머로 보이는 천수만에 갯벌이 보이니, 아직은 간월암 가는 길에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았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150 미터 전방의 간월암 주차장으로 서둘러 나갑니다.조선초기 무학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 간월암은 하루에 두 번..

여행 이야기 2025.04.08

서산 유기방가옥 수선화

2025. 04. 02.드디어 수선화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오랜만에 서산의 유기방가옥을 가기 위해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산으로 달려갑니다.유기방가옥을 불과 2.5km 정도 남겨놓고, 진출로를 지나쳐 5km를 돌아서 출발한 지 2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유기방가옥에 도착하니, 주차된 차량은 두대 정도, 입구로 올라가는 주차장 둔턱에서는 오느라 애썼다고 수선화가 위로하며 반갑게 맞아줍니다.매표소에는 직원 한 사람이 주변을 지켜볼 뿐, 이제는 대세가 되어버린 키오스크(Kiosk)라 통용되는 무인매표 기계가 덩그마니 놓여있어, 그중 한대를 골라 아직도 낯선 익숙하지 않은 기계와 대화하며, 표를 구입합니다.입장료는 코로나19가 팬더믹이 막 시작됐던 5년 전 보다 1,000원이 인상되었으니, ..

여행 이야기 2025.04.07

서우봉 옥색 바다와 유채꽃

2025. 03. 20.서우봉(犀牛峰)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오름으로, 물소의 형상을 띄고 있기에, 물소가 바다에서 올라가는 모습을 본뜬 한자 표기인 서(犀)와 우(牛)를 차용해서 서우봉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나그네에게 서우봉은 올레길 19코스 함덕해변을 지나, 다된 저녁에 해가 떨어지기 전에 숙소를 예약해 놓은 김녕해변에 도착하기 위해 마지막 피치를 올리며 앞만 보고 바삐 걸었던 기억이 다였는데, 올레길을 두 차례 완주한 후에, 추억이 많은 함덕해수욕장에 들렀다가 우연찮게 코스모스와 백일홍이 만발했던 2018년 가을의 서우봉에 매료되어, 매년 봄과 가을에 습관처럼 방문하게 된 지도 어언 7년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빛깔 고운 옥 보석만 골라서 풀어놓은 듯한 청정..

제주도 이야기 2025.04.06

아름다운 함덕해변의 추억

2025. 03. 20.지금으로부터 44년 전 여름 방학, 당시의 트렌드였던 집채 만한 빨간 트렁크배낭에 옷과 쌀과 김치등 식량과 코펠 버너와 심지어는 침낭과 텐트와 우비까지 넣고서 서부역에서 목포행 야간열차(비둘기호)를 타고, 다음날 오전 11시경 목포역에 도착하여, 목포항에서 저무는 여름밤에 제주행 여객선(안성호였든가 도라지호였든가 가물가물)에 몸을 싣고, 새벽 6시쯤 11시간 만에 제주항에 도착하여, 집을 떠난 지 2박 3일 만에 제주도에 처음 발을 내딛고, 제주도에서 첫날밤을 보낸 곳이 바로 함덕해변이었지요.낭만을 즐기려 완행 야간열차를 탔던 것도, 한 시간 이면 갈 수 있는 비행기 대신 11시간 걸리는 야간 여객선을 탔던 것도 아닌, 단지 15박 16일간의 여행경비를 아껴보려는 단순한 의도였으니..

카테고리 없음 2025.04.05

성산일출봉 해돋이

2025. 03. 20.오늘은 제주 여행 닷새째 되는 날,꽃샘추위와 함께 왔다 꽃샘추위를 떼어놓고, 평년기온을 되찾은 날 제주를 떠나려니, 조금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창하게 시작하는 새벽을 선물 받고, 서귀포 호텔에서 새벽 4시가 되기 전에 체크아웃하고, 한 시간여 신호등도 졸고 있는 서귀포 시내를 출발하여, 차동차가 거의 없는 남원과 표선을 거쳐, 고성을 지나면서 신호등이 잠에서 막 깨어나는 시간에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도착하니, 새벽 다섯 시 십분, 성산일출봉 정상의 세찬 바람과 맞설 채비를 단단히 갖추고, 다섯 시 삼십오 분에 금년부터 아침 7시가 아닌, 새벽 다섯 시로 매표를 시작한다는, 그동안은 무료로 입구 정문을 타고 넘어갔던 향수를 달래며, 입장료 5천 원을 지불하고, 열..

제주도 이야기 2025.04.04

오매불망 백양사 고불매 드디어 만개하다

2025. 04. 03.교과서처럼 3末4初 즉, 3월 31일 혹은 4월 1일쯤 만개하는 백양사의 고불매(古佛梅)는 호남의 5대 매화 중 하나로 꼽는 350여 년 동안 백양사의 산역사로 백양사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가 있는 귀한 우리의 자산입니다.올봄이 더디오는 영향으로 3월 22일 예정했던 축제일을 한주 미뤄서 3월 29일에 개최했건만, 개화는 시작했으되, 만개하지 않은 상태로 축제는 진행되었다 합니다.공교롭게도 작년에도 4월 3일에 왔었지만, 직전에 비가 내려, 안타깝게도 거진 꽃이 수그러들었었는데, 오늘은 나그네가 방문했던 그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만개하여, 4월임에도 꽃샘추위로 아침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백양사에서 오랜만에 더할 나위 없이 아..

여행 이야기 2025.04.03

운진항 해넘이

2025. 03. 19.과거 몇 차례 해넘이가 매우 성공적이었던 좋은 기억이 있는 운진항 해넘이를 보려고, 어정쩡하게 일찍 가파도를 나와 30분 거리의 수월봉에 올랐다가, 칼 같은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운진항으로 돌아왔으나, 여객터미널은 이미 잠겨있었고, 공중화장실 찾아 사방팔방을 다녀봤지만, 편의 시설이라고는 전무한 여객터미널 너른 주차장을 떠나 일찌감치 방파제 산책로에 서서 칼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조금은 짙게 깔리는 먹구름에 노심초사하며, 간신히 먹구름을 벗어나서 조금씩 빛을 잃어가면서도 끝까지 수평선을 향해 뚝뚝 떨어지는 저녁해를 바라봅니다.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희미해진 빛으로 수평선 아래로 또 다른 반대편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희망의 해돋이를 선물하..

제주도 이야기 2025.04.03

가파도 청보리와 유채꽃

2025. 03. 19.제주도 입도 4일 차, 오전 10시, 그동안 풍랑으로 결항되었던 가파도행 정기여객선에 몸을 싣고 오매불망하던 가파도에 15분 만에 발을 디디고, 기대했던 유채꽃과 청보리는, 작년보다 한 주 늦게 왔지만, (나그네 느낌상) 작년보다 보름 정도 생장이 늦어지고 있었으니, 조금 아쉬움은 있었지만, 통상은 가파도에 2시간 정도 머물다 떠나도록 가파도발 여객선 승선권을 구입하게 되지만, 청보리 축제 기간 이외에는 가파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하기에, 나그네는 통상 2시간 보다 2시간 정도 더 머물기로 하고 12시 40분 대신에 14시 20분 가파도 출발 운진항행 승선표를 잘 간직한 채 , 가파도에 도착하자마자 오른쪽으로 가파도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안쪽으로 올라가 전..

제주도 이야기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