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02.

일찍이 1978년 여름, 지금의 춘장대 해수욕장은 나그네의 기억 속에는 동백정이라 불렸었고, 당시 까까머리 학생이었던 나그네는 평소 친분이 있던 선배와 동기생등 여섯 명이 의기투합해서 바다와는 조금 이질적으로 들리는 서해안 동백정으로, 피서라는 이름으로 바다에 가서 캠프파이어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던 그곳이, 사실은 서천 마량리의 수령이 놀랍게도 물경 오백여 년이나 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나무 여든두 그루가 자생하는 동백나무 숲이 있고, 그 숲 정상에 동백정이란 정자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동백꽃을 보러 처음 왔던 것은 불과 5년 전이었습니다.
이제는 동백정과 해수욕장이라는 다소 이질적이었던 단어보다는 동백정과 동백나무 숲이란 친근감 있는 단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동백나무 숲을 천연기념물(제169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음은 오백여 년 된 자생지라는 의미 말고도, 생태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동백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방 한계선에 위치하고 있는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의 동백나무는 서해안의 해풍을 오랜 시간 견뎌내며 적응한 결과, 수령에 비해 작은 키에, 밑동이 서너 개 이상으로 갈라져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둥근 수형을 갖추고 있음은, 동백나무의 성지로 불리는 남해안과 제주도의 그것들과는 태생부터가 다름은 물론이고,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번성과 평안을 기원하는 장소로, 동백정 옆에 당집을 짓고, 매년 음력 정월이면 제사를 지내는 '마량리 당제'의 전통으로 이어져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풍습이라는 문화적 가치 까지도 높이 평가되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겨울부터 늦은 봄까지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마량리 동백나무 숲의 동백꽃은 여타의 수목원이나 군락지와는 달리 단일종의 다소 투박해 보일 수도 있는 홑꽃 동백꽃으로, 오랜 기억 속의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 까지도 고이 담아 놓고 싶은 사랑의 동백꽃 자생 정원입니다.

뭔가 특별해 보이고, 결코 서두름 없이, 늦가을부터 겨우내 폈다 지는 제주의 동백꽃과는 달리, 제주의 동백꽃이 시들시들 해지는 늦겨울부터 늦봄까지 동백꽃은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새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사월 초순의 따스한 봄볕 아래 마량리 동백나무 숲의 동백꽃은 점점 더 짙게 붉어지고, 내년에는 삼월 초순경에 다시 찾아와 절정기의 동백꽃을 보면서, 철부지의 풋풋했던 첫사랑이자 짝사랑이었던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과의 아련한 추억을 살포시 꺼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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