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서우봉 옥색 바다와 유채꽃

Chipmunk1 2025. 4. 6. 05:57

2025. 03. 20.

서우봉(犀牛峰)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오름으로, 물소의 형상을 띄고 있기에, 물소가 바다에서 올라가는 모습을 본뜬 한자 표기인 서(犀)와 우(牛)를 차용해서 서우봉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그네에게 서우봉은 올레길 19코스 함덕해변을 지나, 다된 저녁에 해가 떨어지기 전에 숙소를 예약해 놓은 김녕해변에 도착하기 위해 마지막 피치를 올리며 앞만 보고 바삐 걸었던 기억이 다였는데, 올레길을 두 차례 완주한 후에, 추억이 많은 함덕해수욕장에 들렀다가 우연찮게 코스모스와 백일홍이 만발했던 2018년 가을의 서우봉에 매료되어, 매년 봄과 가을에 습관처럼 방문하게 된 지도 어언 7년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빛깔 고운 옥 보석만 골라서 풀어놓은 듯한 청정 함덕바다만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봄이면 서우봉 중턱 전체를 유채꽃밭으로 만들고, 가을이면 노랑코스모스를 위시한 각종 코스모스와 백일홍으로 꽃대궐을 만드는 서우봉은 더 이상 올레길 걷던 시절 무심코 앞만 보고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는 저녁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뿐 숨을 몰아 쉬며 쫓기듯 넘던 그 고갯길이 아닙니다.

가시거리가 좋은 화창한 날에는 한라산 꼭대기 까지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서우봉 해안둘레길은 길지는 않지만 꽃길 따라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제주도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대해서 일본과 동남아와 비교해 극히 부정적인 시각으로 가성비 등을 따지는 뭇 언론과 관광객들의 무차별적인 제주에 대한 단편적이고 편협된 일부 경험으로 비판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여전히 제주의 진면목을 찾아 사시사철 시시 때때로 제주를 찾는 제주 사랑꾼들도 부지기수로 많다는 균형 잡힌 보도와 제주의 진정한 가치를 시류에 흔들림 없이 아끼고 보도하는 언론이 늘어나길 바라봅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시민 일부가 강남에 살고, 대부분은 강남 3구 이외의 22개 자치구에 분산되어 제각각 잘 살고 있듯이, 제주도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휴가철이나 연휴등과 같이 관광객이 몰리는 극성수기에 제주도를 찾기에 다소 불편을 호소할 수도 있겠지만, 제주도 역시 서울의 22개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입장료도 주차료도 없는 세계적인 여타 외국의 관광지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숨은 명소가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관광인구밀도가 지나치게 과밀한 장소만을  즐겨찾음으로 인해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만 부각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불의하고 무도한 정권이 악의로 의도하고 잘못된 정보로 촉발시킨 제주 43 사건과 같이, 다소 과장된 제주도에 대한 몰이해와 부정확한 정보가 또다시 제주도와 제주 주민들에게 치유하기 힘든 상처로 남지 않기를, 제주도를 많이 애정하는 한 사람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또한, 청정 제주에는 제조시절이 전무하다시피 하기에, 일부 농산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산품이 육지에서 공급되기에, 과도한 물류비용 부담이 전반적인 제주도 생활물가를 높이는 주원인이란 사실을 이해한다면, 제주도 물가가 육지의 대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음 또한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를 여행함에 있어서, 서울과 같은 대도시보다는 다소 부족해도, 음식의 종류나 숙박시설의 종류에 따라서 다양한 선택지가 있기에, 제주도의 물가가 지나지게 높다고 싸잡아 비판하기보다는 일부 잘못된 부분(어디서나 존재하는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등)을 고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단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엇과도 대체 불가한 세계적인 청정 자원의 보고인 제주를 폄하하고 외면하지 않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바라봅니다.

이번 봄 여행은 극심했던 꽃샘추위 때문인지, 혼란스러웠던 시국 때문인지, 봄꽃들의 개화도 덩달아 늦어, 예년 같았으면, 온통 샛노란 유채꽃물결이 청정 옥빛 함덕의 바다와 멋진 조합을 이뤄 아름다움을 배가 시켰겠지만, 이번 봄여행에서는 아직 유채꽃밭이 많이 허전하다 느꼈기에, 보름 정도 지나서야 예년의 진면목을 볼듯싶은 아쉬움이 고스란히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년에 비해 많이 부족한 유채꽃과 청정 옥빛 바다를 바람과 함께 정성껏 담아봅니다.

쇠사슬로 만든 굵은 줄에 묶여 방치된 듯 유채꽃밭 모퉁이를 지키고 있는 늠름하게 잘 생긴 견공이 어쩌면, 아름다운 제주의 감추고 싶은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갑니다.

각설하고,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꽃샘추위와 동고동락했던 4박 5일간의 제주 봄여행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이 아름답기 그지없는 함덕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서우봉에서, 다가 올 가을의 꽃대궐을 기약하면서, 굿바이(Good bye) 마침표를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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