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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이 있는 가을풍경

2024. 11. 08.한 달여 왔다 가는 연꽃과는 달리, 연꽃 보다 보름 이상 먼저 와서 연꽃의 뿌리 연근을 채취해서 시장에 내다 팔 때가 지난 십일월에도 수련은 은근과 끈기로 살아남아 해맑게 웃어 반깁니다.각양각색의 모습으로 해가 뜨면 활짝 피고, 해가 지면 바짝 오므리기를 쉬지 않고 반복하지만, 쉬이 사그라지지 않는 수련을 보면서 차라리 놓아버리고 싶은 암울한 현실에 대한 희망의 끈을 다시금 잡아봅니다.구름 한 점 없이 청량한 가을 하늘이 수련을 연못에 풍덩 빠뜨리고, 수련잎도 하나둘 갈잎이 되어가고, 연못 주변의 나무들도 제각각 가을옷을 입었다 벗기 시작하는 늦가을 속으로 줄달음질 칩니다.한껏 멋을 낸 가녀린 수련들이 가을의 따스한 햇볕아래 고운 색이 허옇게 빛바랜 듯 보이지만, 연못 속에서 반영..

여행 이야기 2024.11.21

청송 주왕산 주산지의 가을

2024. 10. 30.해가 많이 짧아 어둡고, 안개가 짙게 깔린 도로를 엉금엉금 기다시피 달려와 동이 틀 무렵 단풍이 예쁘게 물들고 있는 왕버들길을 오르며, 까닭 모를 설렘으로 주산지 위로 성급하게 발걸음을 재촉합니다.신비스러운 물안개에 파묻힌 주산지의 가을이 한량없이 황홀경 속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저수지 중간중간에 그림같이 자리 잡고 있던 왕버들은 치료가 필요해서 저수지 물을 왕버들 밑동이 보이도록 빼내고, 왕버들 노출된 뿌리에 붕대를 감싸고 있기에, 물 빠진 늪지가 되어버린 오랜 시간 떨어져 쌓여 부패된 낙엽들이 스펀지처럼 발을 감싸는 저수지가에 서서 나뭇가지들의 방해 없이 주산지의 남쪽 절경을 담아봅니다.물안개가 조금 거치고, 주산지를 둘러싼 울긋불긋한 주왕산의 가을스런 데칼코마니도 함께 ..

여행 이야기 2024.11.20

담양 죽녹원의 가을풍경

2024. 11. 04.사철 푸르른 담양의 랜드마크 대나무 숲 속에서 가는 가을을 한껏 느껴봅니다.언제부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죽로)차나무 군락과 때마침 늦둥이로 남아있는 차나무 꽃과 반갑게 인사합니다.지난겨울에 죽녹원 후문으로 내려가는 한옥카페에서 맛봤던 댓잎차라떼는 향이 독특했었지요.소쇄원의 광풍각등 지역의 유고한 전통 건축물을 재현한 아기자기한 한옥마을 정원에도 대나무와 애기단풍이 한옥과 어우러져 짧은 가을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죽녹원을 한 바퀴 돌고 정상의 성인봉 둘레길을 돌며, 소원을 빌고, 나가던 길목에서 우직하고 대쪽 같던 바보와 그의 친구들을 만났습니다.그가 꿈꾸던 나라는 지금 방향을 잃은 난파선이 되어 격랑 속으로 속절없이 빠져들고 있는데,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끝내는 막 나가..

여행 이야기 202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