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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매집의 가을풍경

2024. 11. 03.광한루 근처 담장너머 춘향이가 뛰던 그네가 보이고, 물레방앗간 뒤 샛노랗게 단풍 든 다산의 상징 은행나무에는 은행이 주렁주렁, 그 옆의 붉게 익어가는 감과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도 주렁주렁 매달린 월매집 마당에도 어느덧 가을이 풍성하게 무르익어갑니다.마당가 연못가에는 가지런히 핀 채로 여름과 가을을 이어준 털부처꽃이 농익어가는 가을풍광을 대변하듯 언젠가 많이 보아왔지 싶은 아련한 추억 속에 자리한 월매집을 잘 꾸며줍니다. 이제는 오랜 기억 속에 가물가물해진, 그러나 가끔 그려보는 어린 시절 나고 자란 시골 고향의 초가집과 대문밖 우물가에서 언제나 분주하시던 어머니에 대한 가슴 뭉클한 향수를 월매집에서 잠시 달래 봅니다.

여행 이야기 2024.11.14

봉정사 영산암의 가을풍경

2024. 10. 28.본사(本寺)인 봉정사는 건너뛰더라도 한국의 아름다운 십 대 정원으로 선정될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고풍스러운 영산암을 빠뜨리는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제는 안동의 봉정사를 간다 하면 으레 영산암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그 존재감이 뇌리 속에 깊이 박혀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산암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찾는 이들은 극히 드문 듯, 가끔 조용한 응진전 툇마루에 홀로 걸터앉아 명상하기 좋은 영산암 내부 정원을 바라보노라면, 속세의 온갖 시름이 저절로 사라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머릿속이 복잡한 현대인들의 템플스테이 체험이 날로 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응진전 툇마루에서 우화루 아래 출입문을 통해 보는 영산암의 바깥 정원에는 뜰홍초(칸나)가 만개하여 영국군 근위대가 언젠가 봉정사와 ..

여행 이야기 2024.11.13

안동댐 개목나루문화공원의 가을이 초대한 봄 여름 꽃들

2024. 11. 01.세월이 하 수상해서 인지, 철쭉이 5월이 되었나, 고개를 쭈뼛거리며 개목나루문화공원 연못가에 아직은 채 지지 않은 수련과 눈맞춤하고, 외로운 왜가리는 강가의 작은 모래섬에 홀로 서서 11월 첫날에 무엇을 할 것인가 골몰하고 있습니다.한방에서 온몸이 말려서 지사제로 쓰인다는 부처꽃이 한여름부터 나그네만 두어 번 보러 왔을 뿐, 즐겨 찾아오는 이 없어도 마지막으로 나그네를 보고 싶어서인지, 아직도 싱그럽게 활짝 웃으며, 안개 낀 월영교와 무관하게 나그네를 환하게 반깁니다.오월 하순부터 시월 초순까지 백일홍 보다 오래 개화하는(물론 같은 꽃이 아닌 새로운 꽃으로 이어지지만) 무궁화, 특히 마지막 안동무궁화 한송이는 길었던 여름에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초여름에 찾아왔던 조록싸리꽃이 연못..

여행 이야기 202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