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08.
한 달여 왔다 가는 연꽃과는 달리, 연꽃 보다 보름 이상 먼저 와서 연꽃의 뿌리 연근을 채취해서 시장에 내다 팔 때가 지난 십일월에도 수련은 은근과 끈기로 살아남아 해맑게 웃어 반깁니다.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해가 뜨면 활짝 피고, 해가 지면 바짝 오므리기를 쉬지 않고 반복하지만, 쉬이 사그라지지 않는 수련을 보면서 차라리 놓아버리고 싶은 암울한 현실에 대한 희망의 끈을 다시금 잡아봅니다.
구름 한 점 없이 청량한 가을 하늘이 수련을 연못에 풍덩 빠뜨리고, 수련잎도 하나둘 갈잎이 되어가고, 연못 주변의 나무들도 제각각 가을옷을 입었다 벗기 시작하는 늦가을 속으로 줄달음질 칩니다.
한껏 멋을 낸 가녀린 수련들이 가을의 따스한 햇볕아래 고운 색이 허옇게 빛바랜 듯 보이지만, 연못 속에서 반영하는 수련의 모습은 여전히 곱기만 합니다.
나그네의 세파에 찌든 겉모습은 늙고 초췌한 듯 보일지는 모르지만, 가슴속에 품은 희망만큼은 수련의 반영된 고운 색깔처럼 언제나 푸르고 건강하기를 소망하며, 깨끗한 연못에 반영된 십일월의 수련을 오롯이, 아직까지는 온기가 고스란히 남아 청운을 품은 가슴속에 살포시 담아 옵니다.
그리고, 이제는 가을과 작별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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