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1100고지의 가을

2023. 10. 31.

제주를 찾는 이들에게는 참새방앗간 같은 존재가 바로 1100 고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시에서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서귀포와 중문을 가장 빠르게 가기 위해서, 또는 한라산 영실탐방로를 가기 위해서, 아니면 서귀포자연휴양림이나 서귀포치유의 숲이나 서귀포추억의 숲길을 가기 위해서는, 혹은 한라산의 주요 둘레길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1100 고지를 지나야 하기에 사시사철 1100 고지 휴게소 앞 주차장은 물론이고, 휴게소 쪽 남북도로는 자동차가 넘쳐나는 까닭이지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귀포항 주변이나 중문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제주공항을 가거나, 절물자연휴양림이나 교래자연휴양림이나 사려니숲길비자림입구나 어승생악탐방로나 한라산어리목탐방로를 가기 위해서는 또한 1100 고지를 지나야 하니, 어찌 그리 별 볼거리도 없는 1100 고지가 늘 번잡스러운지 이해가 갈 듯도 합니다.

오늘같이 화창한 날에는 1100 고지에서 선명하게 장엄한 한라산과 백록담 벽이 한눈에 들어오니, 많은 사람들이 1100 고지에 잠시 머물 개연성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1100 고지 휴게소 길 건너에 있는 습지생태탐방로에는 노루와 고라니등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가 있어,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녘에는 가끔 노루들과 조우도 하고, 가을의 습지생태탐방로는 자칫 쓸쓸해 보이기도 하지만, 눈 덮인 겨울은 아름답고, 새 생명이 움트기 시작하는 봄비 내리는 촉촉한 습지도 싱그럽지만, 성스러운 산딸나무와 팥배나무가 뽀얀 꽃을 피우는 초여름 아름다운 풍경은 형언하기 힘든 아름다움이 함께 합니다.

팥배나무와 산수유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는 1100 고지 습지생태탐방로의 짧지만 긴 여운을 함께하는 나무데크길의 정겨움은 사시사철 변신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찬사를 보냅니다.

점점 심각하게 오염되어 가는 지구촌의 기후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변덕스러워진 계절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아직 까지는 청정 한라산의 사계절이 정직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반증이라도 하듯, 작년에는 나흘 먼저 찾았던 1100 고지의 단풍이 더 볼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라산에서는 1100 고지가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가  강원도 정선과 영월과 태백에 걸쳐있는 만항재가 1100 고지 보다 200여 미터 더 높이 있기에, 1100 고지는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고지인 것은 사실이지만, 북쪽의 묘향산이나 백두산 등에는 훨씬 더한 고지에 자동차도로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쪽에 있는 만항재나 1100 고지 보다 높이 있는 고지를 가기 위해서라도 나그네 살아생전 통일이 되기를 간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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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노루들의 낙원 한라산 1100 고지 탐방로에는 성스럽다는 산딸나무 꽃이 만개하고 때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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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晩項齋)의 얼레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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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는 한라산 1100고지 탐방로에도 봄이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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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속에 갇혀버린 한라산 1100고지의 설경을 대하는 나의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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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1100고지 탐방로의 가을